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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탐정 역할의 헌책방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돕는 고1짜리 손자의 주거니 받거니가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여섯 개의 작품이 모인 단편집이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불효막심한 손자놈으로, 손자는 현역의 비애를 맛봐야 하는 장사만으로 가득찬 내장 메모리의 할아버지라고 비아냥하지만.....
특색이라면 각 작품마다 별 연관 없어 보이는 두세 가지의 크고 사건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잘 교직한다. 작품 하나를 다 읽고 나면, 전체를 관통하고 주제로 응집된다.
유월은 이름뿐인 달
<이와 손톱>이라는 추리 소설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작품
말없이 죽다
여섯 단편 중에 가장 무릎을 치는 반전을 보여 주었고 또한 감동적이었다. 일생을 회사 집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보내신 번다한 취미 하나 없으신 아버지가 계속 생각났다.
무정한 세월
사람에게 손을 대는 것(죽인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에 관계한다는 것은 가해자의 어깨를 일평생 무겁게 짓누를 무엇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인과응보의 주제
거짓말쟁이 나팔
아무나 선생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는 이야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명하게 처신한 꼬마가 나온다.
일그러진 거울
이 작품 또한 감탄스럽달까. 자신의 그릇을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무엇에든 쉽게 단념하며, 도전적인 자세가 부족한 유키코. 지하철에서 누군가 일부러인 듯 놓고 간 문고판 소설책에서 격려를 받는다. 그 안에는 명함 한 장에 책갈피처럼 꽂아 있었고, 자신을 그토록 놀라게 만든 문장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준 사람일 것으로 추측되는 명함 속의 인물을 찾아간다. 쑥스럽지만 큰 용기를 낸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알고 보니, 그 책을 읽지 않았고, 다만 건축 사무소 영업 홍보용으로 헌책방에서 책을 사서 그 속에 자신의 명함을 끼워 지하철에 두고 내렸던 것이다. 남성 잡지 모델처럼 좋은 체격, 고급 신사복에 손목신계를 찬 젊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이 남자는 결국 책을 읽지는 않았던 사람. 유키코는 실망하기보다는 개운하고 산뜻해한다. (늘 뒷전에서 자기 우물속만 바라보던 그녀가 비로소 자신을 위해 움직이고-명함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 일- ) 유키코의 그 심정을 어쩐지 너무도 잘 알 것 같다. 이건 뭐지...?
쓸쓸한 사냥꾼
글쟁이로서 안락사를 하고 싶었던 사람의 이야기....
뱀발 ... 거짓말쟁이 나팔 부분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페이지 부분에 하시라(작품 제목)에 '거짓말쟁이 일영', '거짓말쟁이 홍민' 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일영 씨와 홍민 씨는 부부이거나 연인 사이인가 보다. 편집자의 귀여운 장난인가... 못보고 넘어간 실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