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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명숙의 선택 - 이프 여성경험총서 2
김신명숙 지음 / 이프(if)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p.40 ~41
가부장제 사회에서 '일하는 엄마'는 그 자체가 모순입니다. 엄마는 집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집 안에서 아이를 돌보고 가사를 담당하며 모든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그 규정을 어겼으니 집과 직장 모두에서 갖가지 '처벌'이 따르는 것이지요.
(...) 아이에 대한 죄책감은 버리고 대신 아이를 믿으세요. 아이는 모성 상업주의가 조장하듯 엄마가 어떻게하느냐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춤추는 텅 비고 무력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p.53
데일 스펜더는 <남자가 만든 언어>라는 책에서 남자가 의미를 만들고 지배하기 때문에 남자의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수 없는 여자는 언어로부터 소외되거나 침묵하거나 둘 중 하나로 되고 만다고 설파했습니다. 일례로 '모성'이라는 단어의 경우 남자들이 긍정적인 의미만 부여했기 때문에 모성의 고통스런 경험은 언어로 표현되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인식조차 어렵게 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여자'라고 말할 때 생물학적 사실 외에도 '약하고 열등하다'는 가치판단이 담겨 있는 것, '순결'이란 단어가 여성의 순결만 의미하는 것도 남자들이 의미를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p.63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힘이 없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힘이 생기는 것이죠. 진실을 직면하는 일이야말로 당신을 자유롭게 합니다.”
p.143~144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의식과 지위가 급변하고 있는 요즘 완벽한 미인의 이미지들은 융단폭격을 하듯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그럴수록 더 이익을 얻게 됩니다. 미인의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변할수록, 다시 말해 기형에 가까운 소수를 제외한 모든 여성들을 미인이 못 된다고 규정할수록 외모를 가꾸는 산업의 시장 규모는 커집니다. 또 대다수 여성들이 미인이 되기 위해 건강을 해치고, 에너지와 재능을 충만한 삶의 창조가 아니라 외모 가꾸기에 낭비함으로써 여성 파워는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지요.
p.150
재미있는 건 성형수술이나 외모관리기술들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기도 하지만 육체적 아름다움을 '가공 가능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오히려 미녀와 추녀 간의 경계를 해체하고 조롱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극도로 발달해 돈만 있으면 누구나 미인의 기준에 가까운 육체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외모지상주의는 오히려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획일적 미가 아니라 다양한 개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미래 예측가들의 전망이지요.
p.274
엄마가 되기 두렵다고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지금 우리는 가부장제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집안에 고립된 채 무력감과 우울에 시달리는 어머니, 직장에서는 남에게 맡긴 아이 때문에 늘 불안하고 집에 와서는 쌓인 일 때문에 쉴 틈도 없는 어머니, 학교에 공짜 노동력으로 불려다니거나 입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혈안이 된 어머니, 아이들이 성장한 후 '빈 둥지 증후군'을 앟는 어머니.... 한국 사회의 모성 제도 안에서 정말로 행복한 어머니들은 얼마나 될까요? ....
현재의 모성 제도를 비판적으로 살피면서 왜 아이를 낳고 싶은지 혹은 낳고 싶지 않은지,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어이며 어떻게 낳아 어떤 가치관과 철학으로 키울 것인지, ...
'젊은 엄마'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된 엄마' 랍니다.
p.298
물론 압니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요. 세상은 모순적이기도 해서 어느 구석에서는 남자가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가 지금처럼 굳건하게 작동하는 한 당신이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선량한 당신 역시 성차별주의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남자인 당신 역시 페미니즘과 성차별주의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은 갖고 있어야 할 이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