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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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적에 이랬더라면 좋았을 것을 ~ 하는 게 많다는 것은 그닥 바람직하진 않다.  그럼에도 나는 어릴 적에 태권도나 수영 같은 운동을 배웠더라면~
어린 시절에 두리번거리지 않는 아이였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한다.
온다 리쿠의 작품을 장편이든, 단편이든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어제 오늘 알게 된 사실은 아니지만, 온다 리쿠를 계속 찾아 읽는 이유는 작중에 내가 되고 싶었던 혹은 바라마지 않았던 성품과 환경과 신체와 기타 등등을 갖춘 아이(인물)들이 나와서는 계속 내가 어떤 이상형에 대해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게 만들어 주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이미 나는 지나쳐 온 시기의 것들에 대한 거라서... 그래서 노스텔지어 라는 이름이 붙는게지.  

95~96쪽
작은아버지는 업계에서 유명한 무대 감독이었으므로 조문객이 많았다.
병원에서 그는 자신의 장례식 스케줄을 짰다. 장례식은 작은아버지가 남긴 예정표대로 진행되었다. 식당에는 작은아버지가 준비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185쪽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따. 자기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일렁이는 사람뿐이다. 물 위에 퍼지는 잔물결처럼 깜박이는 사람, 빛나는 부분과 그림자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야기라는 것이 그 형태를 불문하고 주인공의 성장을 테마로 하는 이상, 이 조건은 아마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즉 자기처럼 고민하지 않는 사람,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한 편의 이야기로서도 에피소드가 너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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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6
헤르만 헤세 지음, 임홍배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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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  그리고 자네들 젊은 학자들한테 바라고 싶은 게 있다면 자네들보다 우둔한 상급자들이 앞으로도 결코 없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것일세. 오만함을 다스리려면 그보다 좋은 약은 없는 법이지."

44쪽      "(...) 얘기하지 않아도 좋아. 내가 보기엔 그만하면 충분해. 너는 오전 내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 매우 씩씩하게 해냈어. 지금은 우는 것만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

73쪽       "(...) 내가 깨어 있다고 일컫는 사람이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기 자신을, 즉 자신의 가장 내면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열이나 충동 혹은 약점까지도 인식하고 처리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지. (...)"

456~457쪽
모범적인 삶의 질서와 규율, 세속적 욕망과 감각적 쾌락의 단념, 더러운 일과 피 묻히는 일을 멀리하고 철학과 기도에만 몰입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골드문트의 삶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정해진 규칙대로 살아가도록 되어 있는 것일까? (...)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인간은 애초부터 감각과 충동, 피끓는 욕망, 죄짓기 쉬운 성향, 쾌락을 즐기고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성향을 타고난 것은 아닐까? 수도원장 나르치스는 친구를 생각할 때면 이러한 의문들을 떨칠 수가 없었다.
(...) 세상에 등을 돌리고 손을 씻은 채 정결한 삶을 살면서 조화가 넘치는 아름다운 사상의 정원을 꾸며놓고 잘 가꾸어진 화단 사이로 죄를 모르고 거니는 것보다는 어쩌면 세상의 끔찍스러운 흐름과 혼돈에 자신을 내맡긴 채 그러다가 죄를 짓기도 하고 죄의 쓰라린 결과를 감수하기도 하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에는 더 당당하고 위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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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11-08-1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와 사랑이죠?? 헷세 책 푹 빠져 읽던 때가 언제인지...^^

icaru 2011-08-21 14:15   좋아요 0 | URL
ㅎㅎ 네네, 맞아요~ 님도 헤세 책에 빠져 지내던 때가 있으셨군요...
저도 지와 사랑, 데미안을 읽었던 시기가 같은데,,,, 꼭 무슨 공식같지 않아요. 이성과 감성, 도덕과 쾌락, 지와 사랑 ^^ 이런 이분법이요..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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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쪽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것보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이 어디 있을까. 여행자는 갑자기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신히 눈치로 알 수 있을 뿐이며,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가 없다. 존재 자체가 연이은 추측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383쪽
나는 흐르는 물을 보면서 변기에 앉아 여행이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생각했다. 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선 땅으로 날아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면서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게 여행이 아닌가.

385쪽
나도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족이 보고 싶었고, 내 집의 친숙함이 그리웠다. 매일 먹고 자는 일을 걱정하는 것도 지겨웠고, 기차와 버스도, 낯선 사람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도, 끊임없이 당황하고 길을 잃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라는 사람과의 재미없는 동행이 지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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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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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집에 책이 많지는 않았다. 당시 어른들은 책이라고 하면, 자고로 공부하는 참고서나 문제집을 책 축에 넣는 분위기였으니까. 지금도 친정 엄마는 내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책을 많이 사 준다고 나무라신다. 그 돈으로 아이들 먹는 것에나 신경 쓰라고. 물론 먹는 거 중요한데, 책을 무조건 (절대, 조건 따위 달지 않는다!) 많이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튼  그 옛날 집에는 꼭 갖추어야 할 항목만 있었던 거 같다. 계몽사에서 나온 빨간색과 파란색 하드커버로된 어린이 세계문학 전집,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세계 명작 동화, 한국 전래동화,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 두산(친정 가서 확인해야 할 듯)에서 나온 학생대백과사전, 이것을 사 주신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감사하다. 

백과사전에는 주제별로 있었는데, 그중에서 세계 문학 파트에 작품의 감상 가이드와 줄거리가 나온 부분이 있었다. 헤르만 헤세라는 이의 작품이 있다는 것도 거기서 봤는데, 그의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 또래가 주인공인 작품이라, 이 수레바퀴 아래에서,가 더 눈에 들어왔다.

어른들의 기대를 한껏 입은 중학생 한스. 그 한스의 방황, 전락 아닌 전락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열세살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단한 것을 생각했던 건 아녔을 거 같다.  어른들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다가 저렇게 되면 안 되겠다, 혹은 친구는 잘 사귀어야겠다. 같은 아주 단순한 무엇이었겠지만, 읽고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만은 또렷한 것이다. 감상평 같은 것을 끄적이는 습관이 있었는데, 친정 집의 우리들 방 당시 유행했던 자물쇠달린 일기장 한 귀퉁이에 적어놨을 텐데....

그 명작을 다시 읽었다. 

142쪽

애당초 선생들에게는 하일너의 남다른 천재적 기질이 어쩐지 섬뜩하기만 했다. 예로부터 천재와 선생들 사이에는 깊은 심연이 있게 마련이다.

182쪽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예전부터 낯익은 주위 환경에 여전히 머물면서 자신의 위험천만한 결심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은 남다른 쓰라린 쾌감을 주었다.

232쪽

엠마의 일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작별  ㅇ니사도 없이 떠나버린 것이다. 한스가 어젯밤에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벌써 언제 떠날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미소와 입맞춤, 그리고 그녀의 능숙한 몸놀림을 떠올려보았다. 그녀는 한스를 전혀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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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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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쪽
최근에 레이몬드 카버라는 미국작가의 단편집 <대성당>(김연수 역)을 읽었다.(...) 직업이 있거나 없거나 먹고살 걱정은 없는 잘사는 나라에서 그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인간관계가 어쩌면 저렇게 끈적끈적하지 않고 맨송맨송한지, 요새 젊은이들은 지향하는 '쿨'하기가 혹시 저런 건지. 생각을 굴려보게 되었다. 헤어져도 관계가 잘 청산되지 않아, 낫또가 된 콩처럼 끈끈한 줄을 끌고 다녀야 하는 우리네 인간관계도 지겹지만, 저들도 참 재미없게 사는구나 싶은 게 그 소설을 읽는 재미였다.

153~156쪽
독자가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은 그게 명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읽을 당시의 마음상태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밑줄 긋는 일을 기피했다면 그것도 일종의 허영심이었을 것이다. (...) 남의 밑줄을 보는 게 당시 건방기 많은 소녀에게는 은밀한 쾌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겨우 요 정도의 문장이 뭐가 좋다고 밑줄씩이나, 유치하긴, 하는 우월감까지 먼저 읽은 동무들에게 느꼈을 것 같다. 그런 나는 얼마나 겁쟁이인가. 남이 나를 그렇게 경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밑줄 같은 건 절대로 안 칠 것 따위나 신조로 삼았으니.
(...)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나의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남의 책에 밑줄을 절대로 안 치는 버릇부터 고쳐볼 생각이다. 내 정신상태 내지는 지적 수준을 남이 넘겨짚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일종의 잘난 척, 치사한 허영심,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폐증이라고 생각되자, 그런 내가 정떨어진다.

250~251쪽
어려서 집이 끼니 걱정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는데도 우리 엄마는 약간 맛이 간 쉰밥도 버리지 못하고 물에 씻어서 당신 혼자서 드셨습니다. 제가 질색을 하고 말리면 "밥이 아까워서 못 버리냐? 하늘이 무서워서 못 버리지"하시던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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