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작 100선 (100disc) - [세계명화 문학소설 DVD 100선]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감독 / 기타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ebs 채널에서 해주는 흑백화면의 명화들은 작정하지 않으면, 끝까지 보기 쉽지 않다. 이렇게 모아놓은 구성이 있다니, 굉장한 종합선물세트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간사하다는 것이 뭔고 하니, 이렇게 구색을 갖춰 놓고 언제라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당장 보고 싶은 마음에 집어들게 되는 이렇다 할 작품은 또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본 것은  나 혼자 깨 있는 밤(특히 두 아이들 중 한 아이라도 안 자고 있으면, 뭐든 내것은 보기가 없다.)에 봤던 제인에어(대학 1학년 때 대여점에서 빌려봤던 그 영화이다. 안나 파킨이 제인의 아역을 맡았던)이다.
그리고 얼마전에 오즈의 마법사 공연을 봤던 아이에게 원작과 비교가 될까 싶어, 나도 어렸을 적에 텔레비전으로 봤던 그 오즈의 마법사를 보여줬더니 아이들 반응은,
"무서워!" 였다.
프리다칼로 얼굴에다가 매부리코를 붙인 것 같은 분장의 마녀. 나는 어쩐지 연민이 느껴지더만 역시 아이들에게 무서운가보다.


100편의 명화이기 때문에 웬만큼 명작이다 일컬어지는 작품은 다 있다. 언뜻 떠오르기를 딱 한 작품이 빠졌는데, 그것은
미션. 제레미아이언스가 나오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좋다.

다만, 아쉬운 것 하나는 화질이다.
그러나 이 가격에 이런 어마어마한 콜렉션이라니, 그것, 그것만으로도 ... 무튼, 화질에 대해선 기대를 안 하는 편이 맘 고생이 덜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델과 사이먼 베틀북 그림책 90
바바라 매클린톡 지음, 문주선 옮김 / 베틀북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애들 엄마가 되어서 몇 안 되는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있다면, 하나는 양육을 빙자해서 아이들처럼, 천진난만 * 어이없음* 해살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상시라면, 그러니까 회사 안에서라면 전혀 내비칠 수 없고, 보이지도 않았을 어른같지 않은 수다스러운 목소리 큰 손짓발짓 같은 것.  

이것은 어찌보면, 집에서 회사에서 받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일종의 퇴행 욕구를 통해 해결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달까. (뭐 내 작은 생각이다 ㅋㅋ)

(아이들과의 나들이도 그렇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바보처럼, 그러니까 어린아이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기분이 좋다...) 

안젤리나 졸리도 <스타일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한 시간가량 색칠을 하거나 트램펄린에서 뛰는 행위가 나에게는 곧 명상입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을 하면 돼요. 그 일을 하는 게 명상입니다. " 

그렇다면 가끔씩 책 육아는 나에게 명상이 되는 거겠다. 

<아델과 사이먼>에서의 남동생 사이먼 또한 이게 동화 속이 아니라 일상이라면, 참 부모님을 비롯 누나까지 골치 쬐금 아프게 하는 꼬마이다.  

물건들을 잘 잃어버리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게 교정을 해야 할 특성으로 작용되는게 아니라, 다음은 어떤 근사한 장면이 나올 것이며 여기에서는 얘가 또 뭘 흘리고 다닐까? 하는 스토리를 끌어가고 이야기에 재미를 주는 동원이다.  

재밌는 이야기는 이렇게 퇴행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림 속에서는 파리의 명소들이 나온다. 사실 명소 뿐만이 아니고, 프랑스의 어느 여학교 기숙사 열두 명의 소녀들이 수녀님을 따라 2열 종대로 다니는 메들라인 일행도 찾아낼 수 있다. 그런 명소에서 주인공 꼬마 사이먼이 흘린 물건들을 찾아내는 게 주요 관전 포인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 - 기획자노트 릴레이
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2~23쪽

실현 가능한지의 여부를 결과로 추궁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독자들에게 산처럼이 대체 어떤 의미로 다가가기를 원하며 책을 만드느냐 물어와 허심하게 대답하라 하면, 카프카가 했다는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라는 말 대신에 감히 이렇게 외치고 싶은 것이다.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윤양미(산처럼 대표)


110~111쪽
하지만 책이 만들어져서 늘 아버님 집에 갖다 드리면 첫 번째 책부터 지금까지 그 책의 첫 구매자는 늘 부모님이셨다. 부모님께 책을 드리고 돌아 나올 때면 문밖까지 나와 내 손을 슬며시 잡고 책값을  집어 주며 "내가 먼저 사야지 마음이 놓인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나는 아직까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장은성(그물코 대표)


162~163쪽
표지를 바꾸면서 오랫동안 호흡을 함께하던 디자이너와 관계가 틀어졌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서로가 나빠서가 아니라, 관계는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지는 거니까.

-오지연(지호 전 편집장)


353쪽
누군가 불행한 유년의 기억은 뛰어난 작가를 낳고 행복한 어린 시절의 추억은 쓸만한 편집자를 만든다고 했던가. 어린이책 편집자들은 열이면 열 모두 어린 시절 책과의 행복한 만남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황현숙(아이세움 편집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Q씨에게
박경리 / 솔출판사 / 1993년 11월
평점 :
절판


13쪽

이 세상에서 제일 나를 노엽게 하는 것은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푸념이었으니까요. 왜냐구요? 모르겠어요. 굳이 이유를 찾아본다면 아마도 내 가까운 사람의 설움을 보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거예요. 하기는 내 딸이 아팠을 때 나는 줄곧 화만 낸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58쪽

나의 모든 인간관계는 이런 식이죠. 마음 깊이 후회와 인간의 정을 간직하면서도 흔적을 내보이지 않고 인사치레를 못하는 내 게으름은 얼마나 많은 내 다정한 벗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래서 외롭지 않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내 신념에 사는 자부라도 가지려 했지만 나는 이렇게 작은 봉우리 위에 혼자 앉아 그 숱한 오해와 가버린 시간들과 잘나지도 않은 내 작품을 생각하며 나는 이제 내 그림자조차 없는 외로운 인간이라는 것을 쓰디쓰게 씹어보는 것입니다.


77~78쪽

남에 비해 죽고 싶은 충동은 별로 느끼지 않는 편이며 술을 마시고 괴로움을 잊고자 하는 일이라든가 신바람 나게 놀아봄으로써, 혹은 화투나 그런 도박적인 것의 묘미에 끌려 현실을 잠깐 잊고자 하는 일이 없는 나는, 어떻게 보면 감정을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고 가지 않는 소심한 혹은 약삭빠른 일면이 있어 뭣으로든 자신을 마비시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피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53쪽

육신적인 고통, 정신적인 고통, 어느 것이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올 때 침묵해버리는 것은 내 오랜 습성이었습니다. 가파른 고개를 아무도 모르게 기어올라 가는 것처럼, 그것은 고통의 내 치유법이며, 함께 견디는 것보다는 혼자인 편이 덜 고통스러웠으니까요. 고개를 넘어서 내리막길에 접어들면은 비로소 침묵에서 풀려나는 것입니다.


270쪽

죽음 그 자체인 것만 같은 헐벗은 나무들, 하얀 눈이 날아 내리는 도시의 지붕, 대지가 함몰된 듯이 냉엄하게 번들거리는 빙판, 우중충한 잿빛에 갇혀버린 동천, 모두가 비애의 빛깔이요 폐쇄인데 영혼만은 치열하게 타는 글너 계절이 겨울 아닌가 싶어요. 따뜻한 모닥불 따뜻한 온돌 따뜻한 인간의 살갗을 그리며, 나무야 너도 헐벗었구나, 새의 너의 깃털은 추위를 견딜 만하니? 우리는 가장 고독했을 때 자비로워지고 사랑을 갈구하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대한 고독 - 토리노 하늘 아래의 두 고아, 니체와 파베세
프레데릭 파작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작가 서문(프레데릭 파작)

이 책은 한 사람의 전기가 아니고, 두 사람의 전기도 아니며, 자서전은 더더욱 아니다. 역사적 책도 아니고, 역사책도 아니며, 지리책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며, 만화도 아니다.
코를 길게 그렸지만 웃기지 않고, 고아의 고독, 죽음, 광기, 자살 그리고 치유할 길 없는 아픔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당연히 암울하게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프리드리히 니체와 체사레 파베세에 대한 입문서도 아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들이 쓰고 겪었던 것에대한 것도 여기에는 전혀 없다.
나는 긴 몽상에 잠기듯 이 책을 쓰고 그렸다.  (...)
4년이 넘도록 웅장한 광장, 강력한 환각적 힘을 지닌 열주 녹슬고 그늘진 건물벽, 저멀리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곧은 거리. 어둠 속에서 불쑥 나를 덮치는 조각들이 늘어선 이 도시와 더불어 니체와 파베세의 단어들을 다시 읽으며 몽상에 잠겼다. 나는 흔히 말하는 생각의 끈만 따랐을 뿐 그 어떤 주제나 방향도 없이 몽상에 잠겼고 자, 이제 깨어날 시간이 되었다. 

 

 

21쪽
파베세는 그의 <삶이란 직업>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 모두 죽음의 체험 앞에서 초보자,
죽음은 난데없이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모두 태어나기 전에는 죽어 있었다."

263쪽
"인간은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라, 인간 자체가 예술 작품이다."
디오니소스의 '보편적 조화의 복음'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신비스러운 금언, 오! 얼마나 야심적이고 과대망상적인 이상주의인가... 니체는 마치 미치는 것이 두려운 듯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렸다.

294쪽
같은 날, 그(파베세)는 이렇게 쓴다.
"자살은 수줍은 타살이다. 가학성 대신 피학성을 택한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