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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일을 이해하는 열 가지 열쇳말
존 버드 지음, 강세희 옮김 / 이후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일을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가?
일의 역사, 인간 경험의 중심
산업혁명과 산업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임금노동은 부수입이 아니라 생계를 담당하는 유일한 수입원이 되었고,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노동시장이 생겼다. 생산과정을 통제하는 주체가 가정에서 산업가로 바뀌었으며, 바뀐 규모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샐 등장한 노동 기준이 유급 고용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간주했으므로 가정 속 여성의 무급 돌봄 노동은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공장 작업장에서는 노동자를 감시하고, 의욕을 불어넣는 일이 중요해졌고, 노동자를 관리하는 감독관이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했다. 식민지 정책은 성장세인 산업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의 농가에서 자급용이 아닌 환금성 작물과 천연자원을 생산하라고 압박했다. 식민지의 분리 추방 정책에 의해 땅을 빼앗긴 아메리카 원주민 남아프리카인과 같은 토착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일의 전통 양식을 바꾸고, 임금 노동을 해야만 했다.
지난 250만년 동안 드러난 패턴은 일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말해 준다. 산업혁명 초기에, 유명 경제학자 리카도는 임금이 언제나 노동자의 최저 생계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19세기 말경 유토피아를 꿈꾸는 작가들은 천한 노동을 없애고 거의 할 일 없는 공장을 만드는 방향으로 일이 변해갈 것이라고 상상했다. 이러한 예측은 어느것 하나 실현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아주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생존 이외에는 정체성을 형성하려고, 자유로워지려고, 돈을 벌려고, 다른 사람을 섬기거나 돌보려고. 일은 삶의 기본 리듬을 설정한다. 일하는 시간을 여가 시간과 분명하게 구분하려고.
일에 대한 사유는 근본적인 경제, 사회, 정치 문제를 고민하는 효과가 매우 큰 방법이며, 사회과학에서 벌어진 가장 격렬한 논쟁 중 일부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지난 150년간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다룬 엄청난 논쟁들의 핵심은 정치나 재산이 아니라 일이었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은 자본가의 생산 수단 통제에 바탕을 둔다.
더 일반적으로, 농업사회, 고대그리스로마사회, 봉건사회 자본주의 사회 등 어떤 사회가 이전 사회보다 더 발전했는가에 대한 판단은 신분사회와 계급 기반 사회 노동자의 상대적 풍족함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공하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 간의 삶의 질 비교는 유럽풍 생활 양식에 유리한 짧은 노동시간과 번영한 미국에 유리한 낮은 실업률을 중심으로 다룬다.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재를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은 공장에서 긴 노동 시간을 견디게 하고 관료주의적 관리자들 때문에 상실한 개인 통제권을 보상하며, 중산층 여성이 집밖이 아니라 집 안에서 일해야 한다는 사회의 압력에 버티게 해 준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비자 문화가 강화되자 일은 점점 내재적 가치를 지닌 활동이 아니라 가처분 소득을 벌기 위한 좁은 범위의 경제 활동으로 인식되었다.
개념 해석 | 정의 | 지적 뿌리 |
1. 저주 | 인간의 새온 또는 사회직서 유지에 필요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무거운 짐 | 서구 신학,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 |
2. 자유 | 자연 또는 다른 인간에서 독립하고 인간 창의성을 표현하기 위한 길 | 서구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정치 이론 |
3. 상품 | 거래될 수 있는 경제 가치를 가진 생산적 노동의 추상적 수량 | 자본주의, 산업화, 경제학 |
4. 직업 시민권 | 특정한 권리를 부여 받은 공동체의 인간 구성원이 추구하는 활동 | 시구 시민권 이상, 신학, 노사 관계 |
5. 비효용 | 즐거움을 제공하는 상픔과 서비스를 얻기 위해 견디는 형편없는 활동 | 공리주의, 경제학 |
6. 자기실현 | (이상적으로) 개인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육체적, 정신적 활동 | 서구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체계적 관리, 심리학 |
7. 사회적 관계 | 사회규범, 제도, 권력 구조에 내포된 인간의 상호 작용 | 산업화, 사회학, 인류학 |
8. 보살핌 | 타인을 돌보고 부양하는데 필요한 육체적, 인지적, 감정적 노력 | 여성의 권리, 여성주의 |
9. 정체성 | 자신이 누구이고 사회 구조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수단 | 심리학, 사회학, 철학 |
10. 봉사 | 신, 가정, 공동체, 국가와 같은 타인에 대한 헌신 | 신학, 유교, 공화주의, 인도주의 |
1장 일은 저주다.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대다수는 오직 필요에 의해 강제될 때에만 일한다.” 이는 “일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혐오”라는 프로이트의 묘사로 이어진다. 이 책의 여러 곳에서 밝히듯, 일에 대한 혐오는 어느정도 자연스럽지만 일이 인간에게 부담스러운 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개념화되어 온 데 대해 어느 정도 논의가 필요하다.
유대교와 기독교 사상에서 “이마에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불완전성 약점에 대한 벌이라고 간주되었다. 1500년전 서양의 수도원 규칙을 만든 성 베네딕트와 다른 수도사들은 육체노동을 포함해 계절에 따라 최대 여덟 시간까지 수도사들이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든 일을 받아들이라는 설교는 지나치게 자유시간이 많을 때 생기는 죄를 막기 위함이었다.
이 직업을 받아들여라
수천 년 동안 일은 개인의 존엄성을 떨어뜨리고, 인생에서 좀더 고결하고 즐거운 활동과 상충하는 고통스러운 노역이라고 여겨져 왔다.
생존을 위한 노동이 자연 조건이기는 하지만 노동의 형태는 역사적으로 인간의 창조물이었다. 우리는 일을 분석하고, 대안 개념 해석들을 검토하고, 일이 인간과 사회의 궁극 목적에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일을 구조화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
6장 일은 자기실현이다
개인이 일에서 얻을 수 있는 자기 실현의 모습과 그 원천은 다양하다.
직무 만족에 관한 오래된 이론 하나는 조직 행동론 학자인 리처드 해크먼과 그레그 올드햄의 직무 특성 모델로 ‘기술 다양성, 직무 정체성, 직무 중요성, 자율성, 피드백, 이라는 특성 다섯 가지가 직무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직무 만족은 자기실현의 정도가 일에서 파생된다고 개념화하는 오늘날의 지배적이자 비신학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직무 만족보다 깊이 있는 수준에서, 일은 정체성을 통해서도 성취감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은 성취, 역량, 도전, 개인적 성장 기회와 같은 내재적 요소라고 이론화했다.
예를 들어, 기술 다양성, 직무 정체성, 직무 중요성의 수준이 높은 직업을 가진 개인들은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이러한 내재적 보상은 동기를 부여한다. 심리학자인 에드워드 디시와 리처드 라이언 역시 동기가 역량과 자기 결정이라는 타고난 인간 욕구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유력한 모형을 발전시켰다. 좀더 사회학적 관점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정의되는 개인의 자아 정체성 형성은 또 다른 강력한 내재적 동기 요인일 수 있다.
프레데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 :
작업을 수행하는 최선의 방법 하나를 ‘과학적으로’ 결정해서 생산성과 예측 가능성을 향상시키고자 함.
일을 통한 자기 실현의 어려움
심리학과 관련 분야의 연구는 지적 능력의 개인차에서부터 태도, 감정, 기분의 중요성에 이르기까지 일과 관련된 폭넓은 인지적, 정서적 요소들을 밝혀옴. 개인이 일을 경험하는 인지적 정서적 요소들을 강조함.
성별에 따른 규범은 여성의 노동이 개인의 필요나 야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돌보기 위한 책임의 일부로 보여진다.
현모양처 숭배는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사회적 전망에서 중요한 양자택일, 즉 공적인 경제 영역 대 사적인 가정, 생산 대 소비, 경쟁대 양육, 노동 대 여가의 이분법을 더욱 강화한다. 이러한 이분법은 현대 서양에서 일을 다루는 개념 해석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며 타인을 돌보는 이들의 기여를 소외시킨다.
여성주의 작가 살롯 길먼의 주장
여성은 재화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준비하고 분배하는 마지막 과정에 기여한다. 여성이 가정에서 하는 노동은 진정한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재화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다른 사람들의 노력은 간과해서는 안 될 공헌이다. 여성이 가사 노동을 하지 않을 때보다 수행할 때 남성이 재화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여성주의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젠더 개념은 생물학적 구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사회학자 조안 에커는 직업과 위계 질서에 대한 성차 중립적 묘사를 공격한다.
<국제노동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입법 관련 직종이나 관리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기준 28.8퍼센트에 부로가하다. 관리직에 있는 여성이라 하더라도, 임원으로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장벽은 여성이 이른바 부양에 대한 본능적 관심 때문에 직장에는 덜 헌신하리라는 생각에서 나왔을 것이다.
일은 사회적 관계라는 관점에 따르면, 고용 차별은 정체불명의 시장에서 왔다기보다는 인간 행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이 마주하는 유리천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 누군가가 특정 종업원의 승진을 거부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네덜란드에서는 고학력 이슬람 이민자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이유로 ‘언어 문제’를 많이 꼽았지만, 반이민자 담론의 배경에서 볼 때는 독특한 억양이 이민자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화시킨 까닭이다. 영국에서 채용된 흑인 간호사들은 가장 인기 없는 지역에 투입되어 모여 있으며, 승진에 필요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교육 기회에서 배제된다. 인도네시아 제조업에서 여성의 자리는 저임금 경공업에 국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