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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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해서 필립 로스의 주커먼 시리즈를 감사하게 하릴없이 사치스럽게 읽겠다!

 

372~373쪽

가끔 돌이켜보면, 내 삶은 지금까지 내가 귀기울여 들어온 하나의 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수사법은 때로 독창적이고, 때로 즐겁고, 때로 허풍이고(익명의 이야기들), 떄로 정신나간 듯 보이고, 때로 사실 그대로이고, 때로 바늘처럼 날카로웠다. 기억이 미치는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항상 이야기를 들어왔다.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어떻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하지 말아야 할지,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존경해야 할지, 무엇을 포용하고 언제 도망쳐야 할지, 무엇이 황홀하고, 무엇이 잔혹하고, 무엇이 찬양할 만하고, 무엇이 얄팍하고, 무엇이 불길하고, 무엇이 쓰레기인지, 그리고 어떻게 영혼을 순수하게 지켜야 할지에 대해. 나에게 얘기할 땐 어느 누구도 벽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아마 여러 해 동안 내가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는 듯한 모습으로 돌아다닌 결과일 것이다. 

 

434~435쪽

선생님이 말했다. "그게 말해주는 교훈은 이거라네.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를 이데올로기의 손에 헌납하기로 작정하면, 개인적인 건 몽땅 거품처럼 빠져나가고 이데올로기에 유용한 것만 남는다는 것.

 

437쪽

상대에게 입힐 수 있는 피해, 가할 수 있는 고통을 위해. 그 속에 숨겨진 잔인함을 위해. 잠재된 힘을 입증하는 쾌감. 남을 지배하고, 적을 파괴하는 쾌감. 그들을 불시에 덮치는 거지. 그게 배신의 기쁨 아닌가? 누군가를 속이는 쾌감. 그건 그들이 안겨준 열등감, 그들에게 무시당한 느낌, 그들과의 관계에서 느낀 좌절감을 되갚는 방법이야. 내가 그들이 아니기 때문에 혹은 그들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 자체가 내겐 굴복이지. ... 영웅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네. 평범한 삶이란 매일 수천가지를 놓고 벌여야 하는 싸움의 연속이지.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은 고문을 견디는 것은 고사하고, 별안간 타협을 일체 거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네. 그런 훈련이 안 되어 있거든.

 

529쪽

"지구는 핑핑 돌아! 네이선, 시간은 내 편이 아닐세!"

 

531쪽

한쪽에서 배신을 억누르면 결국 다른 쪽에서 배신이 튀어나온다. 그건 정적인 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 있기 때문이고, 살아 있는 건 모두 움직이기 때문이다. 순수함은 돌처럼 굳은 것이고,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536쪽

더는 아옹다옹 다투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을 내팽개쳤다. 그리곤 살아가고 일하는데 필요한 것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과거라면 내 눈에 턱없이 부족하게 보였을 최소한의 것에서 나는 충분한 만족을 얻기 시작했고, 오로지 글쓰는 일에만 열심히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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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2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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