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생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고정아 옮김 / 학고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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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났다. 드디어 고만고만한 책들 사이에서 거물을 만났다. 연말에 나 혼자 꼽는 올해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꼽게 될 듯하다.
59 쪽
아버지는 욕을 참지 못했기에 어머니는 두 딸 앞에서는 욕 좀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우리 개 이름을 '대밋'이라고 지었다. 아버지는 좀 더 강력한 단어가 필요할 때면 그 자신만의 기다란 합성어를 만들어내어 전속력으로 내질렀다. 우라질갈로라모르부스안토니오카노바스키피오아프리카누스1세2세같은 중늙은이. 안토니오 카노바는 19세기 이탈리아 조각가이고,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습세는 한니팔을 물리쳤고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2세는 카르타고를 약탈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감탄했다. 아버지에게 왜 그 이름들을 선택했냐고 물었더니 "그냥 소리가 듣기 좋아서"라고 했다.

 

196쪽

캐나다의 로스쿨에서 우리는, 법은 보편적인 도구이기에 페미니스트들이 유연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토론에 몰두하고 있다. 나는 유연성이 있으니까 재판관이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정의는 컴퓨터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논쟁한다. 대부분이 남성인 로스쿨 학생들은 어떤 예외도 위험하며 "파멸에 이르는 비탈길"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예외를 하나 만들면 그 수가 증가할 것이고, 법이 사실상 뒤집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변호사가 아니다. 말문이 막힌다. 저 젊은 남성들은 청중 가운데 상식을 가진 다수를 대표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승리감으로 의기양양했다. 그때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이 뒤쪽에서 일어난다. 그녀는 조용히 말한다. "저기요, 제가 보아뱀을 한마리 키워요." 이 말에 청중들은 바로 조용해진다.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한 달에 한 번, 학교 해부 실험실에 가서 보아뱀에게 먹이로 줄 냉동쥐들을 얻어요. 그런데 이번 달에 새 담당 교수가 말하기를 "냉동 쥐들을 줄 수 없어요. 만약 내가 학생한테 냉동쥐들을 주면, 모든 사람들이 달라고 할테니까요." ....

그녀가 정곡을 찔렀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정의로운 법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정의롭기 위해서 법은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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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7-05-2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물.... 요 책이 그렇단 말이지요? 5만원 채우려고 남은 책 한 권을 찾아서 이웃들 서재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요책으로 챙겨넣을까봐요. ㅎㅎㅎ

icaru 2017-05-25 08:50   좋아요 0 | URL
북극곰 님!! 우아 반가워요~ 댓글들에서 여유가 흠씬 느껴지고, 좋아보이심요!!!
이 책도 좋았고,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데우스도 샀는데, 어후 좋더라고요~ 벌써 5만원 채우셨으려나! ㅎㅎㅎ
굿즈는 뭐 주문하셨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