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품절


언젠가 아는 선배작가분께서 내가 판단하기에 작은일에 지나치게 반응한다 싶어 무례를 무릅쓰고 "선배님께 의외로 소심한 면이 있군요." 한마디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선배께서 "나는 소심한 게 아니라 세심한 거"라고 한다. 덧붙이기를 "대저 대인은 소인이며 소인은 대인"이라는, 소인인 것이확실한 나 같은사람이 듣기에는 다소 아리송한 말을 한다.
그 말인즉, 마음이 큰 사람은 작은 일에까지 마음을 쓰며 자신도 모르게 혹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나, 말하자면 남을 세심하게 배려하지만, 마음이 좁은 사람들은 그저 큰 것만을 바라며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을 아무렇지 않아하며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 공선옥의 이 에세이에는 줄긋고 싶은 구절이 많지만,,,, 이 글은 특히나 사람살이라는 것이 어떠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하는 일화이다. 가급적 크고, 많고, 사람이 몰리는 어떤 것으로만 향하려는... 우리의 마음...
그러면 그럴수록에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마지 않던 삶의 질....이라는 것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텐데... -100~101쪽

내 직업이 글 쓰는 일이 아니었을 때 나는 이따금 글 쓰는 사람들이 글을 쓸 때 내 글이 내 글을 읽는 사람들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수용될 수 있는 글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검열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자기의 글을 검열하게 하는 현실이 슬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š, 아니, 자기가 자기 글 쓰면서 무슨 검열을 한담, ...왜 글 쓰면서 남의 눈치를 보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혹시 이 시대에도 자기 글에 대해 스스로 검열을 하고 있고 또 글 쓰는이로 하여금 검열을 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누가 눈치를 줘서가 아니라,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 속에 아직도 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남의 눈치를 보는 뿌리 깊은 습성이 남아 있어서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검열을 하고 자기단속을 하는 행위의 기저에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생각이 깔려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 확실히 나에겐 그런게 있다. 남의 눈치를 보는 습성, 남이 나와 다른 의견의 말을 하면 게다가 그것이 대세라면 그만 나는 내 생각을 발설하지 않는다. 속으로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 하고 만다.
발설을 해버리는 순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대세를 거스르고 혼자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할 것만 같아서 말이다. 사실 내가 하는 말과 글이 모두 옳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틀리건 맞지 않건 좌우간 하나의 내 생각일 뿐인데... -155~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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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1-2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와 닿는 글인데요. ^-^ 발설을 하는 순간 " 좋은게 좋은것" 이라는 대세를 거스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꼭 발설을 해서 문제지요. 으흐흐흐 근데. 가끔 투쟁을 해보면 절대 외로운 투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어요. 물론 제 말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과 내 글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서도 못견딜정도로 그것들을 외치고 싶을 때가 있죵. 제가 아직 이 곳의 속성을 잘 몰라서 였는지도 몰라요. 이제는 좀 적응이 되어가고 있고, 알아가고 있지만, 솔직히 앞으로도 제 성향을 버릴 자신은 없네요. ^-^;

그래도 둥글둥글하게 서로를 이해하면서 존중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는데, 역시 쉽지 않네요. 그건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사이버 공간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카루님.. 요즘 제가 사고를 치고 다녀서. 혹시 이런 글을 쓰시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이겠지만요. 으흐 혹 그러신 것이라면 불편함을 전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는 이 곳에 있는 많은 분들의 글을 보면서 참... 제가 모르는 많은 것을 알게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것이야 말로 '공부'겠죠. 제가 이카루님의 글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하신다는 것 아시죠? 조만간 호형호제를 제안드릴꺼랍니다!!! 좋은 글로 이 어리석은 동생을 많이 가르쳐주세용!! ^-^

프레이야 2005-11-28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정 소인이 되어야겠어요.^^ 그리고 나 자신을 검열하는 눈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좋은 글, 생각하고 갑니다.

니콜키크더만 2005-11-2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심할 뿐 세심하진 못합니다. 소인이죠.

비로그인 2005-11-2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많이 찔리는 글이네요.. 전 근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요..제 자신을 더 검열하고 싶어집니다. 혹시라도 무심결에 내뱉은 제 말 때문에 상처받을 분들이 계시다면..분명 그러했을테구, 저도 그랬으니깐요. 고의적이던, 고의적이지 않던, 피해가기 힘들어요..특히 이 공간은 활자로 인한 오해들이 난무해서..

icaru 2005-11-2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 님 오해 푸셨죠? ㅋ

가시장미 님... 사고치다... 라는 말... 전 굉장히 점잖빼는 스타일이라... 사고치고 도전적이랄까 저돌적인 사람보면...기냥.. 부럽삼... 제가 읽은 공선옥 책의 느낌에서 님께 해당하는 걸 취하여 가져가신 셈이어요... 전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굴 염두하고 저 책의 코멘트를 쓴 게 아니걸랑요...암튼.. 그런 건 언제나 마음의 열고 받아들이는 자의 몫이 아닐까요...! 저야말로 장미 님에게 많은 걸 좀 배워갈꺼나 합니다..
배혜경 님... 오미...그간 안녕하셨어요... ! 저 또한 나 자신을 검열하는 눈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생각한답니다.

니콜키크더만 님..! 사업은 좀 어떠세요?

복돌언냐... 이 공간의 활자로 인한 오해 땜시... 울고 웃고... 사실...내내 울고 있다가..복돌언니의 야그 때문에... 비로소 웃었던 기억 밖엔 없슈..

2005-11-29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30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30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01 0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12-0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리 님은 대범하면서도 세심하심니다~ (좋은 것만 골라잡으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