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아이 괜찮아요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408~409쪽
고등학생은 전체적으로 보면 예전보다 공부를 많이 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학습에 대한 패배 의식이 가득한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시간만 때우곤 합니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때웁니다. 중위권 아이들도 장시간 앉아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풀며 공부 시간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학원에서 듣고 잊어버리고, 들었던 것을 또 듣고 또 잊어버리는 시간을 반복합니다.
상위권 아이들의 경우에는 예전만큼, 아니 예전보다 많이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공부 중 대부분은 '완벽주의' 공부입니다. 한 문제라도 틀리면 등급이 낮아지기에 구석구석 놓치지 않으려 하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요령을 익히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라도 넘어갈 수 없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반복하고 외웁니다. 본질적인 실력 향상과는 무관한 공부이고, 엄밀히 말하면 시간 낭비인데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국가적으로 심각한 자원 낭비를 하고 있습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에 성적이 급격히 올라가는 아이가 제법 많습니다. 스스로 학습에 대한 높은 목적의식을 갖게 된 경우이죠. 목적의식이 분명해지면 효율성이 높아지고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효율성이 낮은 공부를 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시대의 공부는 대표적인 시간 낭비 행위입니다. 10정도의 에너지와 시간을 들일 일에 100이나 200의 에너지와 시간을 들이고 있으니까요. 그런 고생을 하는 아이들이 안타깝고, 그런 고생을 시켜야 하는 부모가 불쌍합니다. 경쟁을 시켜놓고 가장 먼저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몇 명에게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니 개인으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경쟁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악착같이 시켜야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말은 진실이 아닙니다. 누구나 알듯이 공부는 제 나이에 하면 훨씬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할 수 있으며, 시험을 잘 보려면 시험이 가까운 때에 열심히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