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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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재주' 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이렇게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쓰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글재주에다가 ‘과학적인 앎’까지 갖추었으니, 저자가 대견(나보다 한 두살 어린 듯 ^^)해 보인다. 


이 책은 인터넷에 칼럼 형식으로 올린 글이 책으로 나오기 위해 신화와 접목된 생물학 이야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시도는 꽤 훌륭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신화와 생물학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다 거머쥐기는 만무했다. (코너의 시작 문단마다 등장하는 간략한 신화 이야기는 그닥 시선을 집중시키지도 않고, 별로 연결 고리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이것은 그저 옥에 티일 뿐이다.^^)


글쓴이가 여성이어서인지, 여타의 다른 생물학 책보다 탄생과 노화, 유전자 같은 생명과 모체에 더 쉽고 자세하게 천착한 글쓰기를 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적인 읽을 거리를 전달하는 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나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일테면, “유전자의 불멸과 아이덴티티”라는 장에서는 개미 사회의 일원들이 마치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세포와 같아서 인간의 몸 한 군데에 종양이 생기면 전체를 위해 그 부위를 도려내듯 집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모습을 설명한다. 이는 ‘단지 불멸을 위한 전체만이 존재할 뿐인 개미 사회’를 시사하면서, 우리 사회에 적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는 국가와 민족에 충실하고 사회에 충실한 사람들, 개미처럼 전체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양성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인간의 개성이란 그 아이덴티티를 획득하기 위해 불사의 생명을 버릴 정도로 소중한 것인 만큼 누구의 개성이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세상이 각박해진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러나 진정한 개인주의가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있었는지 의심해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목숨값이 평등하지 않다, 에이즈”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에이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 믿을 수 있는 자신의 파트너에게만 성실하라”는 도덕적 각성 외에도, 질병이란 그 자체의 심각성이 아니라 그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질병의 경중과 연구비의 다소가 결정된다는 사회의 냉혹함이랄까.(에이즈 치료제 개발은 경제적인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이 되어버림) 

즉,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다”라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는 허울 좋은 입발림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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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1-0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쓰셨구나! ^^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님의 리뷰 뒤에 줄을 씁니다. ^^

비로그인 2005-11-0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되는 과학만, 의료기술만 발전시키면 저같은 종자는 진즉 도태되겠군요. 에이즈 이야기, 참담하지만 정말 현실적인 말이네요, 이젠 돈 있는 계층만 우량 형질을 눠놔가지겠군요, 흐흐..

인터라겐 2005-11-0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은지 꽤 되었는데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 겠어요..

플레져 2005-11-0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적 수지 타산이 안맞는다는 이유로 인류를 위협하는 병을 등한시하다니...나파요! ㅠㅠ

2005-11-08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11-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 님의 리뷰를 기다릴랍니다~ 과학블로그는 지금 읽고 있는 중이에요... 근데근데 과학블로그 2권도 있어요?
복돌언냐... 글게 우덜 같은 종자는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발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될지도...

인터라겐 님...이 책 나오자마자 읽으셨군요... 근데 참 재밌는 것은... 과학 관련 책은 읽을 때는 대충 이해하는데...돌아서면...다 까먹어요... 책을 다시 보면...언제 이런 걸 읽었던가 싶고요...

플레져 님...정말 나쁘죠... 근데...이렇게 몹쓸 게... 세상의 실체인가 보아요... !

속삭 님.. 저도요~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 그런 이야기만 남대요~

icaru 2005-11-0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12:18에 속삭님!! 제말이요...다 같이 고생했는데... 저만...티를 내니,,,
쬐께 눈치가 보인답니다~ ... 약 안 먹으려고... 도라지와 파뿌리 우린 물을 먹고 있는데... 목구멍으로 원체 안 넘어가서..코를 꽉 틀어막고 먹고있어요 ㅠ.ㅜ

2005-11-08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11-08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그런 계급적 이해관계가 숨어 있는지 미처 몰랐네요.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 은연 중 드러날때는 정말 이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은데 님께서 지적해 주셔서 참 속이 시원하네요.^^

2005-11-08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