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큰아이와 우습고도 답답한 설전을 벌였다.
3학년이 된 아이에게 집에서 하는 학과 공부 일절에 대해 이전 학년 시절보다는 비교적 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통 학교 숙제하는 모습(꼴)을 볼 수 없어서 물어 파악한 바로는, 수학익힘문제 풀기 같은 것은 학교에서 하고 오고, 일기 있는 날만 집에서 일기를 (간신히) 쓰는 모양이다. 3학년이 되어서 학교 방과후에 1학년 시절부터 그토록 염원하던 로봇과학 강좌가 생기고 나서는 화요일만 기다리는 모양새이고, 다녀와서도 내내 조립하고 분해하고(부품 분리가 잘 안 되는 모양인지,,, 신경질의 끝장을 보여주시는) 동생과 밤 홉시까지 요괴워치와 메달을 가지고 진종일 놀아댄다. (어제가 바로 화요일)
잔소리 하고 싶은 마음을 비교적 꾹꾹 눌러 참아오고는 있었는데, 아이 하는 모습(꼴)만 내내 보아왔다가 어제는 열폭했다.
자세한 건 생략하고, 화약고는 수학에 관한 거였는데, 내가 몰아부친 부분도 인정한다.
아이는 수학이 세상에서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기는 화가가 되고 싶은데 수학 잘하는 것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지 않느냐고 한다.
수학을 왜 해야 하느냐고 한다.
됐으니까, 너는 아무것도 하지마! 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그럴 듯한 이유를 알아듣게 술술 이야기해 주면, 내 대답이 마음에 들면, 수학공부하고, 안 들면 안 할 것인가? 공부라는 게 일일히 필요성을 납득시키면서 해야 할 성질의 것인가...상세하고 야무지게 대답해줘야 할 의무같은 게 부모에게 필수적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