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큰아이와 우습고도 답답한 설전을 벌였다.

3학년이 된 아이에게 집에서 하는 학과 공부 일절에 대해 이전 학년 시절보다는 비교적 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통 학교 숙제하는 모습(꼴)을 볼 수 없어서 물어 파악한 바로는, 수학익힘문제 풀기 같은 것은 학교에서 하고 오고, 일기 있는 날만 집에서 일기를 (간신히) 쓰는 모양이다. 3학년이 되어서 학교 방과후에 1학년 시절부터 그토록 염원하던 로봇과학 강좌가 생기고 나서는 화요일만 기다리는 모양새이고, 다녀와서도 내내 조립하고 분해하고(부품 분리가 잘 안 되는 모양인지,,, 신경질의 끝장을 보여주시는) 동생과 밤 홉시까지 요괴워치와 메달을 가지고 진종일 놀아댄다. (어제가 바로 화요일)

잔소리 하고 싶은 마음을 비교적 꾹꾹 눌러 참아오고는 있었는데, 아이 하는 모습(꼴)만 내내 보아왔다가 어제는 열폭했다.

 

자세한 건 생략하고, 화약고는 수학에 관한 거였는데, 내가 몰아부친 부분도 인정한다.

아이는 수학이 세상에서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기는 화가가 되고 싶은데 수학 잘하는 것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지 않느냐고 한다.

수학을 왜 해야 하느냐고 한다.

됐으니까, 너는 아무것도 하지마! 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그럴 듯한 이유를 알아듣게 술술 이야기해 주면, 내 대답이 마음에 들면, 수학공부하고, 안 들면 안 할 것인가? 공부라는 게 일일히 필요성을 납득시키면서 해야 할 성질의 것인가...상세하고 야무지게 대답해줘야 할 의무같은 게 부모에게 필수적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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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4-0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금비율에 대해 말해주세요. 그림에 수학이 얼마나 필요한지 아냐고...ㅋㅋ

icaru 2015-04-0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황금비율!!
수학은 논리적인 생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더니, 다른 과목도 논리력을 키워준다고 댓구를 해오고,,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 초3의 언어로 말해준다는게 난감해요~

어디서 보니까,, 애들이 배움은 돈주고 사는데, 벌써 그 교환 가치를 알아버려서, 안 배울 권리가 있다는 의식을 어렸을 적부터 갖게 된다는 말을 하던데,, 우리 아이도 벌써 그리 고단수라기 보다는 마냥 놀고 싶은 거겠지요 ㅎㅎ;;

드립다 집안일이나 시킬까봐요~ 밥값 하라고~

라로 2015-04-0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닮아 똑부러진 아드님!!!!^^

icaru 2015-04-03 11:16   좋아요 0 | URL
아하하...과연...
필요한 것만 하겠다는 아이 앞에서,,,
˝그럼, 밥먹고 똥싸는 연습만 하고 살면 되겠네˝ 라고 버럭하는 엄마.
그엄마에 그아들인듯혀요 ㅎㅎ

책읽는나무 2015-04-12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 할말 없지만~~아들엄마로써 너무나도 공감가는 글이네요?^^
울아들 3학년때 저랬겠지?회상하며 지금도 한 번씩 아들과 입씨름하고 후회하고~~끝이 없네요ㅜ
그래도 화가가 되고 싶은데 수학을 잘할필요가 없다는 아드님은 정말 천잰데요?ㅋ
조카보니 미대입시에 수학을 안본대서 놀랐어요

책읽는나무 2015-04-12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페이퍼 댓글 달고 싶었는데 읽지 않은 책들이라 할 수없이 예전 페이퍼글에라도~~잘지내시죠?^^
통 소식 접할 수없어 폰맹인 제가 북플깔고 뭐가뭔진 몰겠지만 친구찾기로 들어왔어요 이방법이 맞는겐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