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12년 전쯤에 읽었던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가 생각나는 제목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책에서는 '각오' 씩이나였다. 각오라, 다른 사람의 각오를 듣는 건 좋아한다. 자신의 각오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치우친 취향 같은 것일수도..

각오는 각오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소설가,의 각오를 듣고자 했던 것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 생활의 일렁이는 마음의 그림자 같은 것을 보고 싶었나 보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 각오'에서는 자신의 십대 시절 이야기와 망해가는 통신사 회사원으로 생활하면서 업무 틈틈히 몰래몰래 써 내려간 소설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조금은 황당하면서도 화려한 등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전업 작가로서의 애환 등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굉장히 강경했다. 고독을 이길 힘이 없다면 문학을 목표로 할 자격이 없다고. 세상에 대해, 혹은 모든 집단과 조직에 대해 홀로 버틸 대로 버티며 거기에서 튕겨 나오는 스파크를 글로 환원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이런 산문(소설가의 각오)을 쓰면서 더더욱 자신의 각오를 벼르는 듯.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이 책은? 어깨 힘 좀 빼고, 읽어도 된다. 제 2장 그러니까 중간쯤까지 읽었다. 제2부 플롯과 캐릭터이다. 읽다가 자꾸 중단하게 되는데,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분량도 265페이지로 가뿐함에도 불구하고, 쭈욱쭈욱 읽어 진도빼는 책이 아니다. 딴 생각을 연신 낚는 책이다.

 

예를 들면, 장편 소설을 쓸 때, 플롯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전체 원고 오분의 일이 되는 지점 이전에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주인공이 건너간 다리를 불태운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아예 이야기는 3막 구조라는 사실마저도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고. 완벽한 플롯을 짜면 짤수록 그 소설을 끝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플롯이라는 것은 소설을 다 쓰고 난 다음에야 그게 어떤 플롯인지 결정된다는 것. 소설을 다 쓰고 난 뒤에야 플롯을 짤 수 있기에, 일단 플롯 같은 건 하지 말고 토고(토나올 때까지 쓰는 초고)부터 쓰자! 란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20년동안 쭉 좋아할 만한 밴드의 데뷔곡이라는 생각으로 1995년 자신이 라디오헤드의 <크립>을 들을 수는 없는 일을 예로 드는데,(무슨 소리냐고? 물으신다면, 책을 읽고 확인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 예는 하고자 하는 플롯 이야기와 딱 맥락이 맞는다는 생각이 안 든다. ㅠ.ㅜ)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이렇게 들어주는 예들이 그 자체로 깨알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이,,

 

가끔씩 지난 일들을 생각하면 그게 진짜 내 인생에서 일어난 일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예컨대 "취직이 안 되면 택시 운전이라도 하겠어요."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내가 맞을까? .... 그럴 때마다 내가 한사람분의 인생만 살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게 바로 록음악이다. ... 누군가 내게 "잉베이 맘스틴의 < far beyond the sun>은 언제 처음 들었지?"라고 물어보면 된다. 1985년 <황인용의 영 팝스>에서 팝칼럼니스트 전영혁씨가 소개할 때 처음 들었다.

...그 다음에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였다. 그런 음악은 생전 처음 들었다. 무슨 시술을 하듯이 내 몸을 미시적으로 잘게 쪼갠 뒤, 그 조각 하나하나를 흔들면서 거시적으로 단숨에  내 영혼을 붕괴시키는것 같았다. ...이어지는 곡은 뉴트롤즈의 <아다지오>였고, 그게 불타는 다리가 되어서 나는 이탈리안 프로그레시브 록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렇게 멋진 곡들을 처음 듣던 기억은 일관되게 이어지니, 록 음악의 차원에서는 내가 하나의 인생을 산 게 분명하다.

 

나한테는 처음에 드림씨어터가 그랬는데,,, 나는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을 통해 입문했는데,,, 하면서, 책읽다가 내 젊은 날의 롹스피릿을 더듬기 시작함...

 

아무튼, 진도는 잘 안 나가지만 이것은 마치 부러 아껴 읽는 모양새이다. 어떻게 쭉쭉~~ 읽나, 삼천포로 링크링크,,, 하는 구절들이 즐비한데~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는 말은... 이들이 남들보다 감정이입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그건 특히 타인의 좌절에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일 테고, 그렇다면 그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테니, 자기 시간과 돈을 남을 위해 쏟을 일도 많겠지. 이런 사람이야말로 전 세계 모든 할머니들이 걱정하는 , 오지랖 넓은 사람이다. 그런데 동시에 이 사람은 전 세계 모든 작가들이 원하는 바로 그 독자이기도 하다. ...

따라서 소설을 쓰는 작가는 독자가 자신의 주인공에 더 깊이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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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9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4-12-2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성중 리뷰네요. 저도 이 책 읽었습니다만, 분량이 많지는 않은데, 금방 읽지는 못했어요.

icaru 2014-12-30 11:20   좋아요 0 | URL
ㅎㅎ 작성중,,진득하니 리뷰를 완결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 완성된 걸 올리는 걸 기대하기 어려운,, 패턴으로 살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