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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1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ㅣ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레이먼드 카버의 인터뷰 중에서
제제소에 다니셨던 아버지는 이야기-사실 일화들이었는데-를 많이 들려주셨어요. 도덕적인 이야기는 아니었고, 숲 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거나 기차를 공짜로 타고 철도 경비원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이야기 등이었지요. 저는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 걸 아주 좋아했어요.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가끔 아버지가 저녁에 침대에 누워서 제인 그레이의 책을 읽는 것을 봤어요. 사생활이라고는 없는 집과 가정생활에서 그건 아주 사적인 행위처럼 보였지요. 저는 아버지에게도 이런 사적인 면이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이 사적인 면은 제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전혀 알지도 못하며, 가끔씩 하시는 독서에서 표현되는 어떤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이런 면에 관심이 갔고 독서 행위 자체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아버지에게 읽는 것을 읽어달라고 부탁하곤 했지요. 그럼 아버지는 읽고 있던 부분을 읽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얘야, 나가서 뭔가 딴것을 해라."라고 말씀하셨지요. 다른 할 일은 정말 많았어요. 당시에는 집에서 멀지 않은 개울에 낚시질하러 갔지요. 얼마 후에는 오리와 거위, 숲 속에 사는 새들을 사냥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삶이 제 정서적 삶에 강한 인상을 남겼답니다. 그런 생활이야 말로 제가 쓰고 싶었던 것이지요.
(장편소설이 아니라 단편소설을 쓰기로 발표한 이유에 관하여) 여러 해 동안 쓰레기 같은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글을 쓰려고 애쓰면서 제가 빨리 끝낼 수 있는 걸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한 권에 2~3년이 걸리는 소설을 쓸 방법이 없었어요.
그냥 술을 들이켰을 뿐이에요. 아마도 제가 저 자신과 제 글, 제 아내와 아이들과 관련해서 삶에서 가장 원했던 일들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고 나서 술을 엄청나게 마시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상한 일이지요. 파산하거나 알코올 의존자가 되거나 바람피우거나 도둑이 되거나 아니면 거짓말쟁이가 될 의도를 갖고 삶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