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달인 엠블럼을 받으면서 참 조용히 저 혼자 황송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앞으로라도 더 부지런히 쓸고 닦고, 쌓고 해야겠다고 작은 결심을 했다.
이 서재는 2003년도 후반, 그러니까 정확히 이야기하면, 알라딘에 서재라는 게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려오고 있다. 초반 한 때는 과도하다 싶을 만큼의 애착과 열의 같은 게 있었고, 이것저것 많이 써대고 올리는 분량 만큼이나 의식적으로 검열도 정도 이상으로 했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내 서재를 찾을 법한 이들의 기호에 맞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기쁨으로 서재블로그를 꾸렸었다.
참 즐거웠고, 그만큼이나 상대적인 열패감도 느껴야 했고, 자극과 쾌감과 교훈 등등이 상존했다.
지금은? 10년이 지나지 않았나...
전에는 책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고, 서재지인들과 사귐에 많은 부분을 의지했다면, 지금은 필요한 정보들이나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 혹은 딜레마 등등을 해결해볼 요량으로 읽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이것을 멋진 말로는 자기를 경영하고 계발하는 일이라고도 하던데, 아무리 독서를 해도(독서를 아무리 씩이나 하지 않아서일수도) 내가 계발되고, 나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내 인생에서 나는 생각 같은 걸 하고 살았다는, 반증을 이 서재가 나중에 해주리라.
지금도 나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내가 변하고 있는 것을... 내가 이렇게 살아온 것을...
그런데 참 신기한 사실은 책을 읽었을 때 당시는 생생했던 단순한 기억들 혹은 스토리의 앞뒤 내용 따위는 놀라 까무라칠 만큼 지금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가치 있는 아이디어와 스스로 관계를 맺어야만 독서도 의미를 맺게 되는가 보다.
물 흐르듯을 지향하는 건 내 사고가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흘려 듣고, 흘려 읽지 말아야지, 마음의 눈을 계발하지 않으면, 육체의 눈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온갖 인용구를 끌어다 붙인 이글의 요지는
2014년에는 좀 많이 읽고,
많이 써 보는 한 해가 되어보자는 말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