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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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보다는 직감이 앞서는 나는 가끔 접하지도 않은 어떤 책에 대해 시키지 않은 오해를 혼자 하고 앉았을 때가 있는데, 이 책에 대해서도 그렇다. 어떤 오해를 했냐면, 청소년도서일거야. 현재의 기쁨을 맛보고, 사서 걱정하지 말자, 으샤으샤 하는 거 쯤으로.

언제부터인가 여행 에세이를 잘 읽을 수 없게 되었지만, (왜 일까 좀 진지하게 이유를 생각해봐야겠다.) 이 책은... 어쩐지 좀 다르네... 견고하고 찰진 글밥 속에 한면씩 시원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진들에도 눈이 한참을 머문다.

 

여행 에세이중 아프리카 편 베스트 원으로 집계되는 책이다.

게다가 여행작가 엄마가 어린아들을 데리고 하는 여행.

 

내가 아이 엄마여서일까, 어린아들을 데리고 했다는 부분에서 유심히 보게 됐다.

 

 

 

"무엇 때문에 매년 분쟁지역으로 갔는지 물어도 돼요?"
"아,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해요. 사람들은 희생같은 단어를 먼저 떵로릴지도 모르겠는데 실은 그렇지 않거든. 우리는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 자신'을 위해 일해요. 말하자면, 내가 봉사를 하는 가장 정직한 이유는 자기만족 때문인거죠. 뭐, 소수이긴 하지만 그럴듯한 경력을 만들기 위해 MSF에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나는 꼭 그들을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습니다. 반드시 동기까지 아름다울 필요는 없는 거죠. 시작이야 어떻든 간에, 결과적으로 '나눌' 수 있다면 아름다운 것이니까."

 

나는 바퀴살의 청명한 소리에 매료되었다. 그 길 양편을 무성하게 채우고 있는 열대의 녹음에 매료되었다. 음의 너머에 녹음이 있고 그 녹음의 너머에 또 있는 녹음에 매료되어버렸다. 마지막 녹음 뒤로 은빛 바다가 신기루처럼 ㅡ히미하게 반짝이는 것에 매료되어 버렸다.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릴 듯, 잎새들이 부대끼는 소리가 들릴 듯, 까마득한 그 깊은 고요에 매료되어버렸다. 가끔씩 나타나는 마을의 마당이 뒹굴어도 흙 한 톨 묻지 않은 것 같이 깨끗하게 비질되어 있는 것에 매료되어버렸다. 비질 자국 위에 꽃잎이 융단처럼 깔려 있는 것에 매료되어버렸다. 다음 굽이에선 또 어떤 것이 나를 매료시킬까 궁금해져서 무릎에 과도하게 힘을 주고서 오르막길에서 페달을 밟아댔다.

 

104쪽

아프리카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집 주소와 메일 주소를 물었다. 일단 관계가 열리면 그들은 서슴없이 다가왔다. 간절히 더 깊은 관계를 맺고자 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는 어쩌면 엄청나게 많은 메일이 도착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섭섭하다거나 의아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야말로 매우 '아프리카적'이란 생각을 했을 뿐이다.

 

108쪽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동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게스트하우스 침대에는 캐노피 형태의 모기장이 달려 있었다. 그 안에 드러누워 미세한 구멍 사이로 스며는 오후의 햇살을 바라보는 일은, 천천히 크림이 퍼지는 커피잔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안온한 일이었다.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 퀴퀴한 방도 일단 모기장을 내리고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안식처를 찾아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235쪽
인터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여행을 하면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을텐데요?"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태도예요. 잣니을 열어야 할 순간에 열어버린느 것, 그래 보는 것, 그럼으로써 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요. 오늘 머문 이 곳의 지명과 이곳에 있던 아름다운 성곽 따위는 잊어도 좋아요. 그러나 오늘 열어본 경험은 '태도'가 되어 퇴적층처럼 정직하게 쌓일 겁니다. 그 태도는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지금 이것이 삶이다'라고 느끼는 순간, 질질 끌지 않고, 미뤄두지 않고, 자연,,'확 살아버릴' 줄 알게 하겠죠. 그러한 경험없이 성인이 되면, 반쯤 죽은 듯 살게 됩니다. 일상의 노예가 되지요. 저는 생명으로 자식을 이 세상에 데려왔으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삶은 순간과 순관의 연결로 던져진다. 반드시 저축하듯 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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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3-01-2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작가 알아요. 아이랑 여행다닌 엄마 여행가죠. 오마이 뉴스에서 여행기 연재했었는데, 저는 오마이뉴스에서 재밌게 읽었어요. 나중에 단행본 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프리카까지 갔군요. 아이도 대단하네요. 아프리카까지 갈 정도면.

icaru 2013-01-25 15:19   좋아요 0 | URL
와~ 기억님은 아시는 것두 많으셔!! 오마이 뉴스에서 여행기를 연재하셨었군요! 이 여행작가분 정말~ 글 잘 쓰세요~ 멋있어!!

기억의집 2013-01-30 12:03   좋아요 0 | URL
오마이뉴스에서 인기 많았던 기사였거든요~ 한동안 여행글 쓰더니 단행본 내고 그다음부터는 안 쓰더라구요. 그래서 안 다니나 했더니 이카루님 페이퍼 보니 여전히 다니네요. 두 모자의 역마살, 엄청 낀 것 같아요. 여행 다니는 사람은 한 곳에 못 머문다 하더라구요. 저의 엄마 아는 분 딸도 저랑 나이 차이 얼만 안 나는데, 대학시절부터 일 다니다 돈 모으면 여행 훌쩍 떠나고 떠나고...지금 결혼 안 해 미혼인데 그 아줌마 딸냄이 결혼 안 해서 열 받아 죽을려고 하세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자유로운 삶인데..... 전 좋아보이던만요. 요즘은 직장 생활 충실히 한단 이야기 들었어요. 저보다 두살 어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