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서는 드물게도 그닥 예리하지 않은 젊은 경관이 범인이 누구인가를 풀어내는 탐정으로 나온다. 그가 예리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인물이 작품 속에 스며 있는 로맨스의 주인공이기도 하기 때문인 듯.
네 번째 살인을 예지하고 이를 막으려던 인물이 네 번째 살인의 주인공이 되며, 예정된 네 번째 살인은 다시 다섯 번째가 된다.
추리물들 중에서 섬뜩하다 싶은 느낌을 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원한 관계가 전혀 없이 벌어지는 우발적인 살인이다. 하긴 이 작품 속의 범인도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상당히 치밀한 관찰과 사전 계획에 의한 거니까. 근데, 살인자와 피살자 사이에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다. 표면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말이다. 뭐, 원래 살인이란 일견 광기에 의한 것이니까, 살인이 합당한가의 이유를 따지는 절차는 필요하지 않은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흥미를 갖는 부분은 어떻게 범인을 잡을 것인가에 있을텐데......이렇게 되면 범인 잡기가 무척이나 어려울터....
“혐의만 받지 않는다면 살인처럼 쉬운 것은 없어요.” 이것이 이 사건의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