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 어느 의사의 고백
로버트 S.멘델존 지음, 남점순 옮김, 박문일 감수 / 문예출판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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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건강하셨던 외할머니가 갑자기 설암(혀암)으로 쓰러지셨다. 그리고 어떻게 손을 써볼 겨를도 없이 (병세의 악화도 이유이지만, 연세도 있으셨기 때문에) 돌아가셨다. 병의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니, 돌아가시기 10여년 전에 받은 가벼운 치과 치료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의 기기 조작 미숙으로 혀에 구멍을 냈는데, 혀의 헐린 구멍에 문제가 있었던 거였다. 이는 명백히 경미한 질환의 치료를 위해 갔던 병원에서 도리어 큰병을 얻은 경우일 것이다.


현대 의학은  경증 환자에게까지 안이하게 과잉 치료를 행함으로써 오히려 중증 환자의 치료에 유효한 치료법을 무력화시키거나 병을 더 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지적하는 데 나는 두루두루 공감이 갔다. 또 일례로, 산모의 연령과 기형아 출산과의 인과 관계는 사실 인정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며, 국가 정책적으로 조장한 듯한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만약 나이 들어 아기를 낳을 때 기형아가 태어날 경우, 그 원인의 하나는 산모의 나이가 문제라기 보다는 출산까지 산모가 몇 번이나 부주의하게 쓸데없는 엑스선을 쬐었느냐 하는 것이라고.


저자의 이야기들이 다소 급진적인 부분도 많다.  현대의학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의학의 씨앗은 ‘가정’에 있다고 역설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새로운 의학 풍토를 우리의 현실 속에서 다지기 위해선 먼저, 아직 독신이라면, 진지하게 상대를 찾아서 결혼하도록 하라고. 결혼 후엔 무엇보다도 아이를 만드는 데 힘쓰라 한다. 그리고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낳고, 모유로 키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특히, 필자는 주로 ‘의사’를 위험한 사람들로 간주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한다. 의사들이 의과 대학생 때는 경쟁심에 멍들고, 의사가 되고 나서는 치열한 권력 투쟁으로 애를 태운다. 의사들이 공포와 자만심이라는 감정의 틈새에 끼어 있다 보면, 병적인 인간이 될 소지는 다분히 있다. (물론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정말로 구하고 있는 것은, 생명에 경의를 표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지혜와 기능을 구사하는 의사들이다. 말보다는 진심을 다하는 행동을 보여 주는 의사들말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와 같은 의사를 발견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의사들을  인격을 공격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닐거고, 환자의 입장에 서서 문제가 있는 의료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하여 어떻게 하면 좋은지 정보를 제공하려는 데 있을 것이다. 의사를 대하는 환자들이 의사가  행하고 있는 의료 행위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의사도 자신이 늘상 당연한 것처럼 행하고 있는 의료 행위에 관해서 생각을 바꾸고 진료 방법을 개선할 것이기에.

 자신의 몸을 자신이 지키는 일이란 이런 것일거다. 생사는 손에 쥔 의사 면전이라고, 무조건 경의를 표하듯 수그러들 것이 아니라, 의사와 대화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임기응변을 몸에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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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2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버님이 13년 전에 갑자기 암으로 한달 반만에 돌아가셨는데, 의사들이 하는 행동에 의혹과 다소의 무리가 따르는 행동들을 지켜보곤 했었습니다. 적어도 완전치료는 아닐지라도, 하기 따라선 조금이나마 연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아버지 죽음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없었거든요.
이 책, 흥미로울 것 같군요. 또 언젠가는 이 책을 뒤엎을 책이 나올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추천하고 가지요.

icaru 2004-07-2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스텔라 님...그러시구낭....음음....아쉬움이 남네요...말기 암환자들에 필요한 것은 병을 극복할 수 있다라는 환자의 희망과 의지가 젤로 중요하다더라구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죽음에 대항하는 자세요...
그런데 대개의 의사들은 죽음을 받아들이도록.,...환자를 이끌거든요,,, 장담할 수 없는 희망을 주지 말자는 것일텐데...흠...그건 아니라는거죠...

모든 의사들의 인격과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테구요...또.....
그들도 신이 아니기에....때론 용납할 수 없는 실수일지라도...저지를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은 합니다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