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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 - 광고는 죽었다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 / 재인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보랏빛 소는 완벽한 소, 매력적인 소, 또는 대단히 성질 좋은 소이거나, 아름다운 태양빛 아래 있는 빛에 감싸인 소보다도 확실히 눈길을 끄는 소이다. 이 책이 튀는 소에 대한 이야기? 음...이 책은 마케팅 관련 책이다.
지금은 상품이 철철철 흘러넘치는 시대이다. 상품을 만들어내는, 즉 무언가를 창조하고 생산해내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니까. 굳이 상품이 아니더라도 삶의 모든 방식에서 나오는 크고 작은 부품들은 몽땅 마케팅이라는 카테고리와 엮이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기업을 꾸려 가는 오너나 오너 아래 아래 말단 실무자들이나 할 것 없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 전쟁터에서 고객이 외면하는 브랜드가 아닌, 당당히 적의 고지에 승전의 깃발을 올리는 브랜드, 수십 년간 승자의 아성을 지키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우리의 밥줄과 관련된 것이기에.
저자는 말한다. 그 비결은 ‘리마커블’에 있다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가만히 앉아서 최대한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자면 '리마커블'해지는 것이 더 위험해질 때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일테면 가격을 다운시켜 차별화하는 방법을 활용할 경우, 구조적인 장점을 부각시켜 개선하지 않으면 되려 쫄딱 망하기 십상이고, 충격적인 광고를 사용하는 방법 같은 것은 시선을 끌기는 좋지만, 되려 혐오감을 가중시키기도 하니까. 그런데 저자는 이와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리마커블하기의 세계에서는 안정된 노선을 사수하는 것이 되려 위험하다. 즉 가장 위험한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하니 말이다. 어쩌면 저자의 이와 같은 주장들은 아무런 준비가 없는(아이디어가 없는) 상황에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센세이셔널한 시각 만큼은 경청하기 충분하다.
사실 이 책이 재밌는 것은 저자가 보여 주고 있는 보랏빛 소와 같은 효과를 거둔 수많은 마케팅 사례에 있을 것 같다.
펄잼의 앨범이나 새로운 종료의 키위(골드키위), 로지텍, 하겐다즈 같은 성공 사례, 윌 스트리트 저널이나 소니사의 경우와 같은 실패 사례, 혹은 다른 진행 중인 사례를 무궁무진하게 들면서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명쾌하게 분석해댄다.
보랏빛 소는 비단 마케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듯하다. 요즘에 세간에서는 누에형 인간이라나 뭐라나 해서 조용히 자기 할 일만 하고 남에게 주목받을 행동을 하지 않으며 제때 제때 나오는 월급을 딸꼭딸꼭 받아가는 인간형을 험한 세상사를 꾸려나가기 가장 안정적인 인간형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누런 소 인간형’으로 표현하면 들어맞을란가 모르겠다. 나두 이런 인간형을 (무의식적으로) 지향하는 사람 축에 속하는데, 이 책을 금방 읽고 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는 거 너무 재미없는 거 같다. 기왕이면 리마커블한 오타쿠 같은 사람이 되어, 재미나게 살아보자 싶은 생각이 든다....
아.....나두 페러글라이딩 같은 거 취미 삼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