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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ce Is Glacial
심(Seam) 노래 / 리스뮤직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맥도날드나 코카콜라 혹은 영화 람보 같은 무지막지한 것들이 나오는 미국의 문화들은 대체로 천박한 자본주의의 속성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돈으로 만사 오케이인 분위기라서 말이다. (뭐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사실이 그럼에도 음악만큼은 미국만한 선진국은 없는 것 같다. 이런 미국의 음악 시장에서, 그것도 인디 씬에서 착실하게 자기의 행보를 천천히 밟아가며 인지도를 높여온 밴드가 있었으니, 그 밴드가 바로 한국계 미국인 박수영이 보컬로 있는 그룹 씸(seam)이다.
씸의 앨범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것을 소개할까 한다.
앨범 리뷰를 쓰는 것은 참 애매모호한 짓인 거 같다. 사실 ‘아~~~이 음반 좋다’하면 만사 오케이일거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야말로 또 얼마나 애매모호한 것인지, 그리고 유효적절한 음반 리뷰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나는 심(seam)의 앨범‘The Pace Is Glacial’ 리뷰 자켓 성기완 씨가 쓴 글에서 보게 된다.
“....앨범의 제목처럼, 이들의 행보는 차분하다. 흔들리지 않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자기 갈 길을 가는 밴드가 심이다. 미국 같이 과잉의 나라에서, 이렇게 놀라운 집중력을 지닌 사운드를 심 말고 누가 또 들려 주랴. 아마도 이들이 자신들의 먼 고향, 동양의(크리스는 아이리쉬니까, 그의 마음 속 고향도 먼 곳에 있다) 미덕인 절제와 균형을 몸 속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2000년 6월경 이들이 내한했을 때,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종로에 있는 한 소극장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확실히 그들은 인디락스타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떼로 몰려드는 팬들도 없었고, 사실 팬들이라 칭하자면 칭할 수 있는 그곳을 찾아온 관객들도 그저 자기 자리에 앉아(스탠딩석 이런 거 없다) 조용히 조는 듯 듣는 듯 몽롱히 심의 몫의 연주를 들어 주고 있을 뿐이었다. 보컬인 박수영이 당시 삭발을 하고 있었는데, 종교 음악 쯤을 하는 수도승의 분위기가 배어나왔다.
물론 개중의 곡은 힘이 넘치는 드라이브감을 주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심의 앨범 특유 정서를 반영하는 트랙은 단연 아홉번째인 INCHING TOWARDS JUAREZ이다. 이 트랙은 이상한 중독성을 갖게 한다. 일테면 엄청 화가 난 사람의 맘을 차분하게 만드는 마력이랄까. “세상은 그런 것이니,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용서하되 잊지는 말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