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책의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보자, 폴 오스터라는 영문 철자 아래 이런 관용구가 있다. hand to mouth 이 책의 원제이겠지. 얼씨구 책 제목이 딱 내꼬라지로구나. ( 자기 연민은 여기까지.) 어찌되었건 두툼한 빵 한 토막처럼 생긴 이 책hand to mouth을 한국어로 ‘빵굽는 타자기’라고 번역하여 제목을 붙인 것은 참 기가 막히게 잘 한 것 같다. 이 책은 폴 오스터와 그의 작품 세계로 가는 관문처럼 보인다. 삼 년 전쯤 이 책을 읽었던 건 폴 오스터라는 인간을 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일종의 자서전이랄까, 폴 오스터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의 기록이므로. 그리고 최근에 이 책을 다시 찾아 읽은 건 백수의 자기 위안 주는 심정에서였다. 버는 족족 써야 했고, 하는 것마다 망하는 그를 보면서 힘 좀 얻고 싶어서....빵굽는 타자기를 다시 읽으면서 3년 전에는 알지 못했던 그의 소설 <뉴욕 삼 부작>, <거대한 괴물> 등등에 나왔던 인물들을 다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니까 그의 소설 속에 인물들은 대개가 그가 젊은 날 실제로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나 인물됨을 모델로 했다는 것. 글쟁이를 꿈꾸는 그가 '액션 베이스볼' 카드 게임을 발명해서 장난감 회사에 아이디어를 팔아보려고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부분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로하여금 동병상련같은 그런 연민어린 쓴 웃음을 자아낸다. 그 기분 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 싶은 것, 게다가 금전적으로 상당히 궁하기까지 하니까. 하지만 그는 게임 사업에서의 처참한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그는 다시 옛날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전보다 사정은 더 나빠졌고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난데없이 뉴욕 주 예술협회에서 3천 5백달러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깃점으로 상황이 점차 달라진다.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포기할까 말까 고민할 때, 그 순간 난데없이 다시 걸을 수 있는 길의 앞자락을 희미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조물주가 우리를 길들이는 방식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