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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라는 화두 - 인물비평총서 5
이상경 외 지음 / 삼인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1999년 초여름은 내가 한참 백수 생활을 구가하던 시절이다. 한마디로 얽매이는 데가 없었던 시절, 그 때 신문지상의 책 광고 문구를 보게 된다. '자유라는 화두- 한국 자유주의의 열가지 표정'. 당시의 개인적인 내 상황에 '자유'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 책의 제목이 얼마나 호소력이 컸는지.
그 때 나는 표면적으로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끔찍했던 첫 직장. 그 직장에 더 이상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분야의 공부를 독학(?)으로나마 계속 할 수 있다는 자유. 그렇지만, 나는 자유롭지 않을 때보다, 자유로울 때가 더 혼돈스러웠다고 말해야 겠다. 자유로움에 보답하는 의미로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또다른 이름의 구속이 찾아온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해서 만난 1999에 발행된 이 책. 자유라는 화두. 이 책은 척박한 한국에서, 자유주의자라고 불릴 수 있는 10명을 통해 자유의 의미, 시대와 자유의 상관 관계 등을 캐내고 있는 인물 비평서이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가 맨 앞 서문에서 25페이지에 걸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총론을 제시한다. '과거 한국의 자유주의자의 다수는 반공자유주의자·민족 허무주의자·얼치기 근대화론자 등이었고, 곧 한국 자유주의 역사는 한국의 사상적 불구성의 역사다. 군사 독재를 거치면서는 상당수의 자유주의들이 냉소적인 인간이 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책에서 거론하는 자유주의자들은 다음과 같다. 강준만, 김수영, 최인훈, 전혜린, 장선우, 홍신자, 나혜석, 마광수, 김현, 복거일 이렇게 열명이며, 일부는 현존하는 사람들이고, 일부는 저 세상에 간 분들이다. 이들에 대해 때론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로, 때로는 찬사와 가치 매김으로 비평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맹점은 글투가 너무나도 현학적이어서 논조의 방향을 따라 잡기가 까다롭다는 데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 인물의 생애에 있어 자유주의자적인 면모를 다루는데 일관되고 명쾌하게 단언을 내리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 아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기에 일목요연하며 다분히 문학적으로 잘 썼다고 생각되는 글들도 보인다. 최재봉 기자가 쓴 일인칭 단수 대명사의 세계 전혜린론과 이현식이 쓴 한국적 자유주의 지성의 곤혹스런 표정 김현론, 그리고 최연구씨가 쓴 귄위주의에 짓눌린 순수한 자유주의자 마광수론이 그것이다.
이 셋을 꼽아 놓고 보니, 또 그런 생각도 든다. 위의 세 사람은 전에도 내가 관심 있게 여겼던 인물이다. 즉, 나머지 인물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지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자유주의적인 면모를 서술한 글들 또한 따라가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