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버티고
베르나르 앙리 레비 지음, 김병욱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앙리 레비. 프랑스 철학자, 들어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이이의 이름.

그러고 보니, 민음사에서 나온 <만남>이라는 쥐스틴 레비라는 작가의 나름 자전적 소설(모성애 없는 잘 나가는 배우 엄마와 방관자 철학자 아빠 사이에서의 애환을 담았달까) 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녀의 아버지란다.

책을 읽기 전, 내게 입수된 사전 정보들만 보아도, 내가 읽기엔 퍽이나 만만찮을 거라고, 정치 인명과 미국 지명에 얽힌 역사(역사는 짧아도, 영토가 워낙 방대하니..)에 깔려서 쉽고 즐거운 독서가 되지 못할 거라는 것은 예상했었다만, 한술 더 떠, 프랑스 지식인, 그것도 철학자의 애매모흐으- 한 설명 방식이랄지, 문제랄지 때문에 읽느라 더 피곤죽을 쑨 거 같다.

그래도, 약간의 수확은 있다. 책을 이해하느라 관련 배경 지식을 찾느라 알카트라즈에서 관타나모에 이르는 감옥 검색, 러다이트 등속으로 이해되는 정통 루터파 교회의 박해를 받은 `진정한 영감론자들`이라는 독일의 이색 종교 집단이 19세기 중엽 디모인 동부에 건설한 마을이 뭔지, 아미시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검색해 보는 등의 글자를 읽는 외에 여러 엑션들을 취하게 한 점.

미국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두 가지 입장 -반미주의자의 입장과 반-반미주의자의 입장. -아메리칸이 현기증이 난다는 뉘앙스로 들리는 제목과 달리 저자는 후자의 입장이다. 반-반미주의자가 미국 사회에서 혼란과 어지러움증을 느끼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내용이 기존에 널리 읽혀지는 반세계화나, 반미주의 등과 좀더 다른 시각에서 미국에 대한 견해를 제공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

또한 부수적으로, 캐리 선거 캠프의 인상기나 바락 오바마, 웨렌 비티, 크피스토퍼 히젠스 등 인물 비평 감상, 새무얼 헌팅턴,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견해를 반박하는 저자의 견해 접할 수 있고(사실 나는 당최 뭔소린지 모르겠는...) , 토크빌(140여년 전 미국을 7개월 가량 여행하면서 - 주로 감옥을 중심으로-  장래 미국이 셰게의 강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걸 예측했다는데...)과는 또다른 미국의 감옥 기행문을 감상할 수 있으며, 프롤로그에서 미국에 대한 총체적인 인상기를 정리한 것을 읽으면, 전체를 파악할 수도 있다.

프롤로그에 따르면, 앙리 래비는 미국을 다음 네 가지 징후로 파악했다.

첫째, 미국은 기념 메카니즘이 범람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기념할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축적`하고자 하는 `맹목적인 수집 갈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니체의 표현을 빌어, 현재를 추동하는 원천이 아니라 현재의 무덤지기로 전락하고 있는 기억이다. 나라의 역사가 짧다는 것에 대한 `한`이 서려 있다고 보여 진다.

둘째, 비만이다. 신체 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만, 교회의 비만, 주차장, 특히 쇼핑몰이나 교회 주차장, 완전히 소비되지 않을 정도로 비대해진 선거 캠패인 예산, 공공 제정 적자의 비만까지.

홉스는 “욕망의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자리를 옮기며 계속 앞으로 s아가는 데 행복이 있다고 보고.. 권력에 권력을 추구하는 부단하고 쉼 없는 욕망을 인류가 가진 일반적 성향으로 꼽으면서 그것이 결국 죽음으로 귀착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징후는 미국의 사회적 정치적 공간의 분열, 점증하는 차별화, 발칸화, 부족화이다.

네 번째 징후는 회색 지대의 팽창이다. 극단적 빈곤의 영역인 사회적 시민적 무인지대의 팽창. 특히 래비는 라이커스 아일랜드 감옥에서부터 사우스네바다 여성 감호 센터에 이르기까지 무시무시한 감옥들을 보며 느낀 게 많은가 보다. 절대 빈곤에 견디다 못해, 도시에서 추방되어 지하 생활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을 생산하고 은폐하는 시스템을 가진 미국이라는 것.


이런 네 가지 불길한 징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파탄에 이르리라는 사람들의 예상은 납득이 안 된다는 레비. 그에 대한 근거의 하나로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든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하나의 틀로 분석할 수 없는 다층적인 국가임을 재확인하였다. 자유의 자발적인 포기 라든가, 평등에 대한 열망, 다수의 횡포 등은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겪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할 것이고.


-- 사족, 미국을 대할 때, 나름 의아했던 것을 앙리 래비도 꼬집고 있어서...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자연 재해들 앞에서, 정치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나 시민들이 보이는 수동적인 태도이다. 래비가 느낀 바, 이 나라에는 자기 보호 성향이나 안전 지향의 문화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험을 감수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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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10-0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의 사진 아이와 님인가요? 넘 멋져요

icaru 2007-10-1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다..라고 하시니 고맙슴다^^ 태은이와 님의 다정한 사진도 마이 궁금함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