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평점 :
이스라엘의 카프카라고 찬사를 받는다는 에트가르 케레트의 첫 에세이를 읽었다. 제목이 좋았던 7년인데 왜 그런고 하면 아들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의 7년을 담았기 때문이다.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낸 참 따뜻한 책이다. 책에도 온도가 있다. 사람도 따뜻한 사람이 좋고, 책도 따뜻한 책이 적어도 위로 받고 싶은 목적으로 읽을 때는 딱이지 않을까. 그냥 따뜻한게 아니라 따뜻한 유머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앵그리버드를 종교근본주의자의 테러리스트 정신과 비교하는 부분이나,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작가가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요가 센터에 등록하는데, 초보반에도 못 끼워준다해서 임산부 반에 들어가서 유일하게 배가 덜나온 수강생으로 운동을 했는데, 출산을 앞두고 수강생이 하나둘씩 빠져 결국엔 혼자만 남게되었는데, 요가선생님께서 인도로 가는 편도비행기를 끊었고, 돌아오게 될지 장담을 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부분이나, 이십육년전에 처음으로 단편을 썼을 때, 군대에서 였는데, 교대를 설 하사에게 건네고 읽어달라고 했더니 "꺼져"라고 말하는 장면 포기하지 않고, 형의 집을 찾아가 형에게 읽어줬으면 한다고 말하니, 다 읽고 나서 "이 단편 멋지다"라며 "복사해둔 거 하나 더 있어?" 라고 물은 후 그렇다고 하니, 그 종이로 함께 산책 나온 개의 똥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 흔히들 페이소스라고 표현하는 어떤 것. 여러 부분들에서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좋은 것을 발견해야만 하는 (히브리어로 글을 쓰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사는 유대인이다.) 인간의 필사적인 욕구가 보인다. 현실을 미화하지 않되, 추한 것을 좀더 나아 보이게 하고, 흉터 남은 얼굴의 사마귀와 주름살에 애정과 공감을 일으키는 각도를 찾고자 하는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