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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한 호흡 한 호흡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상 회복 에세이
이아림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지겹다. 지겹다는 생각조차도 지겹다고 여겨지는 날. 워라벨이고, 번아웃이고, 균형 감각이고 나발이고...
심지어는 이렇게 작가가 직접 그려넣었다는 단백하고 예쁜 그림도 들어있는 이 에세이도, 버거워지려던 찰나. 이러니저러니 해두 이럴 때는 이게 또 다른 거 보다는 낫다.
"아빠의 직업은 목수다. 최종 학력은 초종.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상경해 목수 일을 배웠다. 우리 형제는 4남매다. 매일 죽어라 울어대는 아이들을 어느 집주인이고 달가워할 리 없었다. 결국 아빠는 우리가 살 집을 직접 짓기로 했고 내 방엔 형광별이 반짝이는 벽지를 발라주었다. 그곳에서 23년을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농사지어 보낸 순창 쌀로 살을 찌웠다. (...) 타고난 건강은 엄마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동으로 채워졌다. 이것은 두고두고 흔들리지 않는 내 자긍심의 뿌리이다.
아빠의 몸은 어마어마하게 단단하다. 어깨는 까맣게 그을렸고 다리는 상처투성이다. 그 모습은 내게 슬픔을 주지만 동시에 서늘한 경각심도 준다. 아빠는 맨몸으로 헤쳐오신 것이다.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치 않은 정직성이다. 아빠는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패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 오늘도 맨몸으로 요가를 한다. 마주한 세상의 부조리와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거'라는 체념과 싸우며 숨을 고르고 자신과 대면한다. "정말 이대로 좋은 거야? (...) 정말 두려운 것은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변명만 늘어놓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대수롭지 않은 여행을 하니 떠나는 일도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기념할 것도 해결한 것도 자랑할 것도 없는 여행. 그런 가벼움이 좋아서 떠나는 게 아닐까."
"타이르듯 말하는 선생님의 요지는 이랬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일종의 화보로, 찍히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것이 많다. 실제 수련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의 체형은 모두 다르니 잣니에게 맞춰 하면 된다. 올바른 방법으로 동작을 취하고 자극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요가와 글쓰기. 둘의 공통점은?
1. 더디다.
2. 고독하다.
3. 평등하다.(누구나 가능하다.)
4.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5. 용기가 필요하다.
6. 자기수련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7.아프다.
8.자학과 자족 어디쯤에 있다.
9. 구원이다.
10. 힘을 빼야 한다.(힘을 뺄수록 좋다.)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읽었다. '읽을 수 없는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쓰여 있었다. 읽어도 모르겠고 난해하고 지루하고 바보가 된 것 같고 어쩐지 싫은 느낌. 그것이야말로 독서의 묘미라 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는 건 무섭고 위함한 일이기에 그렇게 자기방어를 하는 것이다. 혁명으로의 읽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러므로 오로지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읽고 읽고 또 읽고 고독하게 더듬으며 읽어가야 한다. 완전히 새로워지기 위해. 읽기 전으론 돌아가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