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절판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을 훈련시킬 목적으로 '버리고 간다'는 위협을 공공연하게 사용하곤 한다. 그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주고자 하는 의미는 대개 이런 것이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테야. 그게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알겠지? 자, 그렇다면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은 뭐지?"

이런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때 오는 결과가 무엇일까? 어린아이에게 있어서 그것은 버림받는 것이고,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조종하고 지배하려고 사랑을 희생시키는 것이고, 그 대가로 아이들은 장래에 대해 엄청난 공포심을 갖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늘 버림받았다고 느끼기도 하며 세상이 안전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라는 믿음 없이 성인이 된다.

-p.32쪽

우리의 문화권 내에서는 누구나 다 약간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사랑하려는 욕구 자체는 사랑이 아니라고 결론짓겠다. 사랑이란 행위로 표현되는 만큼만 사랑이다. 사랑은 의지에 따른 행동이며, 의도와 행동이 결합된 결과다.
-p.115쪽

어떤 경우에(모든 경우에서는 아니고) 사랑에 빠지는 행동은 일종의 퇴행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경험은 우리가 아기였을 때 어머니와 하나가 되었던 기억과 같은 것이다. 이런 일체감과 더불어 우리는 어렸을 때 성장하면서 뼈아프게 포기해야만 했던 전지전능함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모든 일들이 가능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면 우리는 모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사랑의 힘이 복종과 굴복과 암흑과 같은 모든 반대세력들에 저항하고 물리칠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문제가 극복될 것이다. 장래는 온통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의 이러한 비현실적인 느낌은, 두 살 난 아이가 자신을 집안에서나 세상에서 무한한 권력을 가진 왕으로 착각하는 비현실적인 느낌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p.121~122쪽

일반적으로 성적 행동과 사랑은 동시에 일어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다른 현상이므로 대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별개의 것으로 발생한다. 성행위 그 자체는 사랑의 행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교, 특히 오르가슴(자위행위에서까지도)의 경험은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자아 영역이 붕괴되고 황홀감을 준다. 육체적 관계에서 우리가 절정에 도달했을 때는 일시적으로 자아 영역이 붕괴되기 때문에 우리는 애정이나 매력을 갖고 있지 않은 창녀에게도 '당신을 사랑해'라고 하거나 '오, 하느님'이라고 외치게 된다.

-p.133쪽


우리는 지금까지 단순히 꼭 잡고 놓지 않는 것(애착)이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그 애착을 초월한다는 것을 말해 왔다. 이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러나 사랑은 시작을 위해서 무엇인가 잡는 것(애착)을 요구한다.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만을 사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무엇인가 잡으려면 거기에는 항상 잃어버리거나 거부당할 위험이 있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관심을 갖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랑을 거부하고 떠날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든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해 보라.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그것은 언젠가 죽을 것이다.

누구든지 믿어 보라. 그러면 당신은 상처를 입을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는 의존해 보라. 그러면 그가 당신을 실망시킬지도 모른다.

애착은 고통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만약에 고통을 감내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많은 것들을 삶에서 제외시켜야만 할 것이다. (...) 충만한 생활은 고통을 배제할 수 없다.우리는 삶을 충만하게 살든지 아니면 삶을 완전히 포기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뿐이다.

-p.190~191쪽

모든 삶은 그 자체에 무수한 위험을 내포한다. 사랑하고 살면 살수록 더욱 많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생 동안의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위험들 중에서 가장 큰 위험은 성장에 따른 위험이다.
-193쪽

내가 인생에서 가장 깊이 절망하고 있던 바로 그 때, 내 무의식속에서 나의 목소리가 아닌 어떤 영적인 신의 계시 같은 목소리가 울려왔다.

"인생에 있어서 유일하게 진정한 안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생의 불안정을 맛보는 데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196쪽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대책없이 비판하고 사태를 일깨우려고 하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개성과 고유한 특성을 알아 주고 존중해 준다. 정신적인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 그대로를 당당하게 직면해야만 한다. 생각 없는 비판이나 비난이 진정한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 행동도 사랑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최선의 비판자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결혼도 참으로 성공적으로 볼 수 없다.

-219쪽



확실히 현실적으로 하느님을 둘러싸고 있는 그 주위에는 많은 더러운 목욕물이 있다. 성전들, 종교 재판, 동물 제물, 인간 제물, 미신, 파문, 교리주의, 무지, 위선, 독선, 강직, 잔인, 책 불사르기, 마귀 불태우기, 성무 집행, 공포, 복종, 병적인 죄의식, 정신 이상 등등 그 항목은 거의 끝이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이 인간에게 행한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하느님에게 저지른 것인가?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라 믿어졌던 것들이 사실은 파괴적인 교리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인간들이 하느님을 믿는 경향이 있는 것이 문제일까, 혹은 인간들이 독단적인 것이 문제일까? 무신론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신앙인이 자신의 신앙에 대해 독단적인 만큼 그도 독단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우리가 제거해 버릴 필요가 있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인가, 혹은 독단주의인가?

-p.327쪽

교육 education은 라틴어 educare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글자 그대로라면 '밖으로 드러내다' 혹은 '앞으로 이끌다'의 뜻이다. 즉 우리가 누구를 교육한다고 할 때, 말 그대로라면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뭔가 새로운 것을 넣어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셈이 되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있는 것을 의식의 세계로 옮겨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은 모든 지식의 창고였던 것이다.
-p.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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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1-2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어려운 책으로 벌써부텀 힘들게 하지 마시고, 쉬운 책들 읽으셔요^^

2006-11-29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6-12-0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들이 많네요. 현명하고 지혜로운 엄마 밑에서 자라는 찬이는 분명 행운아일 거예요~^^

icaru 2006-12-0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 님~ 이 책은 애 낳기 전까지 읽은 건데, 천천히 읽었서 그랬는지 쉽게 써져서 그랬는지... 잘 읽혔고 좋았어요.
단, 리뷰 쓰기는 역부족이더래요. 에휴~

속삭님!!! 축하드려요~ ㅎㅎ

펑크 님.. 에구 넘 오랜만이라 눈물 날라카네~ 고마워요..

2006-12-12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픽팍 2006-12-16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절구절이 다 명언이네요. 너무나 좋은 책 같습니다. 이런 책 읽으시는 님도 분명 좋으신 분일 듯 ㅋ

icaru 2006-12-1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픽팍 님!! 오랜만요~ 아직 복무 중이신거죠? 얼마 안 남으신거죠?
예~ 저렇게 좋은 책을 만나면 밑줄 긋느라 정신없어져요 ㅋㅋ 좋은 책 맞아요! 두고두고 보게 될~ 좋은 책 읽고 좋은 사람 되고 싶은 바람은 있는데... 님도 아다시피.. 좀 별개죠 큭

픽팍 2006-12-1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남았어요 아직도 7개월이라는 시간이 제 앞으로 펼쳐져 있답니다
눈물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