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아이들 1부 : 동굴곰족 1 대지의 아이들 1
진 M. 아우얼 지음, 정서진 옮김 / 검은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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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안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피도 흐른다고 해요.1 그저 미개하다고만 생각했던 네안데르탈인과 핏줄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놀라웠지요. 그런 네안데르탈인이 나오는 이야기를 만났어요. 크로마뇽인인 여자아이가 네안데르탈인 사이에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1980년에 첫 출간된 책이라고 하네요. 이름은 '대지의 아이들'이구요. 총 6부작이라고 해요. 집필 기간만 30년 이상이라고 하구요. 정말 대작이네요.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라고 하구요. 또, 그 애독자들의 바람인 영상화도 확정됐다고 해요. 대단하네요. 우선 저는 '대지의 아이들' 1부 '동굴곰족' 1권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어요.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여자아이가 있어요. 그 여자아이는 동굴사자에게 상처를 입고, 굶주렸지요. 그래서 쓰러져 있었어요. 마침 지진으로 무너진 동굴 때문에 새로운 동굴을 찾는 동굴곰족이 지나가구요. 그 동굴곰족의 주술 치료사인 이자가 여자아이를 구해줘요. 그런데, 여자아이는 크로마뇽인이구요. 동굴곰족은 네안데르탈인이에요. 여자아이의 이름은 에일라. 에일라는 주술 치료사인 이자와 주술사인 크렙의 따뜻한 손길 안에서 자라나구요. 에일라는 다름 속에서도 어울리게 되어, 동굴곰족과 하나로 이어져요. 그런데, 에일라의 토템이 동굴사자로 정해져요. 강한 토템이지요. 족장의 아들 브라우드는 그런 에일라를 시기하구요.  


 저는 이 이야기에서 상상과 용기를 느꼈어요. 작가의 상상은 넓게 열린 상상이었어요. 좁게 닫힌 상상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끝없는 상상이 됐어요. 물론 디딤돌을 잘 쌓았기에 그럴 수 있었어요. 작가는 자신의 그릇에 배경 지식을 충분히 담았다고 해요. 그런데, 아직 백지인 곳이 있었어요. 그곳을 채운 것은 작가의 상상이었구요. 아름다운 상상이었어요.

 그리고 에일리에게서는 용기를 느꼈어요. 숭고한 용기였어요. 또, 순수한 용기였구요. 에일라는 두려움을 이겨냈어요. 혼자였을 때의 두려움도 이겨냈구요. 다름 속에서 있을 때의 두려움도 이겨냈어요. 그리고 시련의 성장에 따르는 두려움도 이겨냈어요.   

 1부 1권에서 느낀 '대지의 아이들'의 상상과 용기를 계속 느끼고 싶어요.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도 상상과 용기가 곳곳에 심겨 있을 거예요. 또 빛나고 있을 거구요. 에일라와 함께 떠나는 이 여행. 그 여행의 발자국이 아름다울 것 같네요. 또, 행복할 것 같구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문병도 기자, '우리 몸 속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른다',' 서울경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11&aid=000281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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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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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명의 눈동자(1991.10.07.~1992.02.06.)'라는 우리 드라마가 있어요. 소설이 원작인데요. 저는 오래 전에 드라마만 봤어요. 방영 당시에 인기가 아주 많았다고 해요. 이 드라마의 윤여옥(채시라)이 위안부였지요. 최대치(최재성)와 윤여옥(채시라)이 철조망 사이로 입맞춤하는 장면이 유명하구요. 그리고 2016년 2월 24일, '귀향'이라는 영화도 개봉을 했어요. 저는 아직 안 봤는데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라고 하네요. 여기에 '몽화'라는 소설도 있어요. 2016년 3월 29일에 나왔지요. '덕혜옹주'의 작가 권비영의 쓴 위안부 이야기예요.

  

 (사진 출처: 북폴리오 페이스북)

 

 세 소녀의 이야기예요. 일제 시대에 한정인, 차영실, 서은화, 이 세 소녀는 친구예요. 정인의 아버지는 일본의 앞잡이예요. 그래서 정인은 그런 아버지를 싫어하구요. 영실은 국밥집을 하는 이모에게 맡겨진 신세예요. 은화는 기생집인 화월각의 주인에게 거두어져 자란 딸이에요. 이 세 친구는 천변 나무다리 아래 은신처에서 우정을 다지구요. 세 소녀는 그곳에서 꿈 이야기를 해요. 정인은 현모양처, 예술가구요. 영실은 선생님, 은화는 작가가 꿈이지요. 그렇게 이 소녀들은 꿈꾸는 꽃들이에요. 그리고 정인은 불란서로 유학을 가게 돼요. 영실도 일본으로 일하면서 공부하러 가게 되구요. 은화는 키워준 보은으로 기생이 되는 걸 고민하다가 화월각을 나오지요. 일본으로 가 간호부가 되고 싶어해요. 그렇지만, 위안부가 돼요. 고통을 받지요. 한편 영실은 만주에 계신 줄로 생각한 아버지를 찾아가 만나게 돼요. 만주에서 강제 징용되어 일본의 탄광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를요. 영실의 아버지는 정인의 집에서 머슴이었던 칠복과 함께 있어요. 칠복은 정인의 오빠를 대신해서 온 거예요. 영실의 아버지는 사고 후, 사망하구요. 칠복은 탄광에서 한정우라는 청년과 탈출하지요. 한정우는 다시 붙잡히구요. 칠복은 도망가다가 탈진한 은화를 만나요. 은화도 탈출한 거예요. 그는 은화와 함께 영실에게 가요. 그나저나 불란서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정인은 우울증이 있구요. 

  

 (사진 출처: 북폴리오 페이스북)


 '몽화'는 그 시대, 위안부와 강제 징용의 아픔을 잘 그려냈어요. 또, 중심 인물들인 세 소녀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개성이 있어요. 영실의 이모인 조을순과 그녀의 정부인 일본 상인 나카무라. 그리고 강제 징용된 칠복과 정한우. 또, 화월각의 아들 태일. 각자 살아서 움직이고 있어요. 그리고 가투 놀이1와 시조로 그 시대를 잘 나타내고 있어요. 정인이네 집에서 가투 놀이를 하는 모습이 있구요. 그리고 영실과 은화가 시조를 읊기도 해요. 영실은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윤선도의 '오우가'2를 읊구요. 은화는 위안부의 아픔으로 자살을 결심하며, 정민교의 '간밤에 부던 바람에'3를 읊어요. 그런데, 아쉬운 건요. 이야기의 개연성이 적어요. 영실의 아버지가 칠복과 함께 있는 것. 강제 징용에서 탈출한 칠복이 위안부에서 나온 은화와 만나는 것. 은화가 항구에서 정한우를 만나는 것. 이렇게 우연이 너무 많이 겹쳐요.  

 

"꺾이고 짓밟혀도, 스러지지 않고 꿈꾸는 꽃'


 '몽화'의 띠지에 적힌 글이에요. 위안부였던 은화. 정말 꺾이고 짓밟혀도, 스러지지 않고 꿈꾸는 꽃이에요. 희망을 꿈꾸는 꽃이에요. '희망은 깨어 있는 꿈이다'4라고 하잖아요. 꿈을 꾸며, 희망을 놓지 않아요. 치욕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지만, 새로운 삶을 이어가려고 하지요. 희망을 꿈꾸지요. 또, 영실의 아버지와 칠복도 강제 징용으로 고통을 당해요. 그래도 '겨울이 오면 어찌 봄이 멀겠는가.'5라고 시인이 말했어요. 봄이 가까웠지요. 그렇지만, 봄 안에서도 겨울을 잊지 말아야 해요. 위안부와 강제 징용의 슬픔과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해요. 일본이 책임과 반성이 없다고 외치는 지금, 더 기억해야 해요. 그렇게 겨울을 기억하는 봄의 꽃이 더 맑고 깊으며, 향기로울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시조를 적은 종이쪽을 가지고 하는 부녀자들의 놀이.
  2.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 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오우가 중 제6수.
  3.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오려 하는고야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슴하리오.'
  4.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 그리스 철학자.
  5. 퍼시 셸리(1792~1822). 영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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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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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셜로키언이에요. 셜록 홈즈, 그 아름만으로도 설레지요. 그런데, 셜록키언이 쓴 소설을 만났어요. 이 작가는 분명 셜로키언이에요. '사신의 술래잡기'의 마옌난! 중국인이에요. 책을 읽으며, 셜로키언을 만나게 됐네요.

 셜로키언 쓴 이 소설. 북 카페 '카페몽실'이 '몽실북스'라는 이름으로 낸 첫 책이에요. 추리소설이구요. 그런데, 지은이도, 옮긴이도 중국인이에요. 옮긴이는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언어와 문학을 공부한다고 하는데요.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게 됐나 봐요.

 

 이 책은, 모삼의 악몽으로 시작돼요. 모삼은 명탐정인데요. 그는 약혼자와 배 속의 아이를 연쇄살인범에게 잃었어요. 모삼도 그 살인범에게 고통을 당하고 슬픔으로 기억을 잃었구요. 그리고 어느 살인 사건으로 기억을 되찾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모삼은 단짝인 무즈선을 다시 만나게 되구요. 무즈선은 귀공자에 미남이고, 실력 있는 법의관이에요. 모삼과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지요. 그런 무즈선이 모삼의 연쇄살인범에 대한 기억을 최면으로 살리려고 해요. 그렇게 살린 일부 기억으로 연쇄살인범을 L이라 부르구요. 그 L이 모삼과 무즈선에게 놀이를 제의해요. L이 사건의 단서를 주면, 기한 안에 해결해야 하는 거예요.


 셜록 홈즈와 존 왓슨. 환상의 단짝이지요. 사건의 해결은 대부분 홈즈가 하지만요. 모삼과 무즈선도 환상의 단짝이에요. 그런데, 모삼과 무즈선은 함께 사건을 해결해요. 탐정의 추리와 법의관의 부검이 서로 채워주더라구요. 또, 셜록 홈즈는 모리어티와 대결하는데요. 많은 범죄의 설계를 모리어티가 하지요. 모삼과 무즈선도 L과 대결해요. 그런데, L은 범인의 단서를 주고 놀이를 하지요. 이렇게 셜록 홈즈와 같으면서 다르구요. 또, 다르면서 같아요. 작게 보면 다르지만, 크게 보면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셜로키언이 쓴 소설이라고 한 거예요. 또, 모삼이 약혼자와 배 속의 아이를 잃고 그 연쇄살인범을 쫓는 설정은요. 이미 익숙해요. 미국 드라마 '멘탈리스트'의 패트릭 제인은요. 아내와 딸을 연쇄살인범 레드존에게 잃고 조금씩 추적하지요. 그리고 연쇄살인범과 대결은 영화 '세븐'과 '양들의 침묵' 등에서 이미 다루어졌구요. 이렇게 익숙했기에 쉽게 다가갔지만, 독창성은 아쉽더라구요. 지은이도 '셜록 홈즈'와 '세븐', '양들의 침묵'은 작품 안에서 언급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읽은 책이 1쇄여서 그런지,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많더라구요. 특히 '~하다'의 띄어쓰기가 잘못된 곳이 많아요. 2쇄에는 고쳐지길 바랄게요.


 그래도 마음을 울리는 소설이에요. 안타까운 사연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이 책에 수록된 네 편의 단편 모두 애처로운 이야기예요. 물론 범죄는 옳지 않지만요. 슬픈 사랑, 어머니에 대한 원망, 무너진 가정의 아픔, 짓밟힌 여인의 한. 제 마음 깊이 들어오네요. 시인은 말해요.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1구요. 범인들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있었어요. 아팠어요. 그래도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어요. 잘 익었으면, 꽃향기가 났을 거예요. 또, 김소운의 수필 '특급품'에서 비자반​(榧子盤)2의 특급품은요. 가는 흉터가 있는 비자반이라고 해요. 비자반의 상처가 아물어 더 좋은 비자반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범인들은 그 상처가 곪았어요. 나을 수 없게 갈라진 비자반이 된 거예요. 그래서 죄를 지었고, 벌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측은한 일이지요.

 그런데, 연쇄살인범인 L이 시작한 놀이는 끝나지 않았어요. 모삼과 무즈선이 만나야 할 사건이 더 있을 것 같아요. 사신인 L의 술래잡기 놀이를 더 지켜보고 싶네요. 잘 익지 않은 상처,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듣구요. 다른 사람들의 상처가 잘 익고, 아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네요.

 


 

  1. 복효근, '상처에 대하여' 중에서.
  2. 윗면을 비자나무 판자로 대어 만든 바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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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홍맘 2016-04-0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어요

사과나비🍎 2016-04-02 00:03   좋아요 0 | URL
^^* 지홍맘님~ 댓글 감사드려요~^^*
예~ 재미는 있어요~^^* 좀 오싹하기도 하구요...^^;
그럼, 좋은 주말되시길 바랄게요~^^*

서니데이 2016-04-0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도 추리 미스터리 소설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사과나비🍎 2016-04-02 00:05   좋아요 1 | URL
예~ 저 추리소설 좋아해요~^^* 서니데이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벌써 토요일이네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토요일 보내시길 바랄게요~^^*
 
지금은 안녕
로리 프랭클 지음, 황근하 옮김 / 시공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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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세스 메이커 2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어요. 저도 예전에 했었는데요. 아빠가 되어 딸을 키우는 게임이에요. 하다가 보면, 정말 아빠가 되어 딸을 키우는 것 같았어요.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엔 딸바보가 되더라구요. 애지중지 키우게 되는 딸. 마지막엔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요.

 소설, '지금은 안녕'에는 하늘로 떠난 사람을 바탕으로 한 가상 시뮬레이션이 나와요. 정말 사별한 사람과 만나는 느낌일 거예요. 제가 게임에서 아빠가 되어 딸을 키우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처럼요.

 

 시애틀의 한 인터넷 소개팅 회사에서 일하는 샘 엘링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지요. 그는 사람들의 소울메이트를 찾아주는 알고리즘을 만들게 되구요. 샘은 이 알고리즘을 직접 실행하지요. 그리고 이 알고리즘은 애인이 없는 그에게 메러디스 맥스웰과 연결시켜 주네요. 그녀는 같은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구요. 정말 천생연분인 거예요. 그와 그녀는 영혼이 이어진 사람과 만난 기쁨을 느끼게 돼요. 그런데, 그는 이 알고리즘 때문에 해고를 맞이해요. 이 알고리즘이 완벽해서요. 그렇게 사람들이 쉽게 배필을 만나게 되면요. 사람들에게 소개팅을 계속 이어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매러디스에게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는데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거예요. 할머니와 가까웠던 매러디스는 큰 슬픔에 잠기게 되구요. 샘은 그런 메러디스를 위로하기 위해 가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게 돼요. 리비 할머니의 온라인상의 모든 기록들을 토대로 만든 건데요. 바로 이메일, 영상 통화, 문자, 페이스북, 그리고 댓글이에요. 그것들로 알고리즘을 만든 것이에요. 그리고 이 컴퓨터 프로그램이 할머니가 되어 이메일을 보내고, 영상 통화를 하게 되구요. 그렇게 메러디스는 슬픔을 줄이게 돼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모든 사람들에게 넓히고자 해요. 즉, 사업을 하는 거지요. 프로그램 이름은 '리포즈'가 되구요. 그리고 난관을 지나며, 많은 고객들을 만나게 되지요.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는데요. 좋지 않은 일도 있게 돼요. 고인의 안 좋은 걸 알게 되구요. 불치의 병에 걸린 아이에게 영상과 이메일을 강요하는 부모가 생기기도 해요. 그리고 어느 날, 프로그램 속 리비 할머니께서 추수감사절에 집에 오시겠다고 해요. 가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메러디스는 장을 보러 가게 되구요.

 

 생자필멸(生者必滅)1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어요.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의 사별은 정말 큰 슬픔이에요. 저도 오래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정말 슬프더라구요. 슬픔은 남았지만, 고이 보내 드렸지요. 그런데도 이 소설처럼, 몇 번은 외할머니와 이메일, 영상 통화를 하고 싶네요.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2 알기 때문이지요. 외할머니를 만나며,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인 거예요.

 

 '사람들은 이별하기 위해 등록했다. 그러나 그러고 나면 집착했고 이별하지 못했다. 그것 역시 메러디스가 맞았다. 죽음은 영원했다.' - 245쪽.


  그런데, 집착하지 않고, 결국에는 이별을 해야 하지요. 저는 어렵게 그랬어요.


 “(…) 넌 시간을 겁내고 있어, 샘. 어떤 슬픔에는 약이 없단다. 어떤 슬픔에는 나아질 수가 없어.”
 “그러면 도대체 제가 뭘 해야 해요?”
 “슬퍼해.”
 “얼마나요?”
 “영원히.”
 “하지만 그럼 왜 다들 항상 비참한 가슴을 부여잡고 다니지 않는 거죠?”
 “왜냐하면 아이스크림이 아직도 맛있으니까. 23도의 화창한 날은 여전히 아름다우니까. 재밌는 영화를 보면 웃음이 나고 친구와의 맥주 한 잔이 행복하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너를 사랑하니까.” - 464쪽.

 

 샘과 그의 아버지가 나눈 대화예요. 애이불비(哀而不悲)3를 말하네요. 저도 깨달았어요. 지난 슬픔은 잊지 않으면서도, 지금을 살아야겠어요.

 

 

 영화 '시몬(Simone)'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사이버 여배우 시몬을 만들어요. 영화 '그녀(Her)'에서는 인공지능 운영체제(OS) 사만다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구요. 이제 이런 일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얼마 전에 끝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4에서 모바일 가상 현실(VR)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고 해요. 또, 이세돌 9단은 구글의 알파고라는 인공지능과 바둑 대결5을 앞두고 있구요. 현실과 구분이 어려운 가상 현실, 그리고 사람 같은 인공지능. 그러니, 소설 '지금은 안녕'도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소설,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거예요.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죽음에 대해, 슬픔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할 거니까요.

 이렇게 제가 만난 '지금은 안녕'은 유쾌한 사랑과 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과 슬픔의 이야기였어요. 그 아픔과 슬픔을 잊지 않으면서, 지금을 소중히 하며 살라고 하네요. 그것이 올바른 이별이라고 하면서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생명(生命)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佛敎)에서 세상만사(世上萬事)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
  2. 이정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중에서
  3.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픔을 나타내지 아니함.
    슬프기는 하나 비참하지는 아니함.
  4. 2016.02.22(월)~2016.02.25(목)
  5. 2016년 3월 9일(1국),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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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2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오랜만에 여기서 프린세스메이커 게임을 보게 되네요. 저는 실제로 해본 적 없지만, 친구가 이 게임을 하는 걸 구경 많이 했어요. ^^

사과나비🍎 2016-02-28 00:27   좋아요 0 | URL
^^* cyrus님께서 프린세스 메이커를 아신다니 반가운 마음이에요~^^* 친구분들께서 많이 하셨었군요~^^* 그럼, 지금은 주무시고 계시겠지요?... 좋은 꿈꾸시길 바랄게요~^^*
 
파놉티콘
제니 페이건 지음, 이예원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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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 페이건 (사진 출처: 아르테 네이버 블로그)

 

 지은이인 제니 페이건은 그리니치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했다고 하는데요.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학점을 받아, 런던 로열 홀로웨이 대학의 장학금을 받고 석사과정을 밟을 정도로 수재라고 하네요. 시집을 출간한 적도 있다고 하구요. '파놉티콘'은 그녀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Scottish Screen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2 영국 서점이 최고의 데뷔작(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워터스톤즈 서점의 '워터스톤즈 11'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네요.)으로, 2013년 최고의 젊은 영국 작가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하구요. 그리고 영국 사실주의 영화감독 켄 로치가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하구요. 최고의 젊은 영국 작가 선정은요. 영국 문예지 '그랜타'에서 1983년부터 10년마다 영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소설가를 20명을 선정하는 것이라고 해요. 선정 기준은 '앞으로 영국 소설을 이끌어 나갈 잠재력'이라고 하네요. 그 잠재력을 저도 보고 싶어, 기꺼이 작품 안으로 가까이 가려고 해요.

 

1791년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 설계도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1967년 폐쇄된 ​쿠바의 Presidio Modelo 감옥(파놉티콘) 외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1967년 폐쇄된 ​쿠바의 Presidio Modelo 감옥(파놉티콘) 내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난 실험이다. (…) 난 감시 대상이다. (…) 싸울 때도, 섹스할 때도, 자위를 할 때도, 저들은 날 지켜본다. (…) 저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7쪽.

 

 열다섯 살 소녀 아나이스의 목소리로 이렇게 시작해요. 이 소녀는 폭력과 마약에 물들었구요. 여경을 혼수상태로 만든 용의자로 '파놉티콘'에 오게 돼요. 물론 아나이스는 마약을 한 상태였기에 기억이 없구요. 소녀가 오게 된 파놉티콘. '파놉티콘'은 언제든지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든 원형감옥을 의미한다고 해요. 파놉티콘(Panopticon)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을 합성한 단어라고 하구요.

 

 "태어나서 일곱 살 때까지 스물세 군데 옮겨 다니다가 입양이 됐고, 열한 살 때 거기서 나와서 지난 4년간 스물일곱 번 옮겨 다녔어." -88쪽.

 

 아나이스는 여러 위탁 가정을 옮겨 다녔었구요. 입양됐었어요. 양모는 몸을 파는 여인이었구요. 살해당했어요. 늦게 발견한 아나이스는 죄책감을 갖고 있구요. 그렇게 살면서 좋지 않은 어른들을 만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을 겪으며, 폭력과 마약에 손을 댄 것이에요. 그리고 이제 파놉티콘에서 소년들, 소녀들과 함께 해요. 그리고 감시를 당하지요. 그래서 상상해요. 또 생각하구요.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지요.

  

 (사진 출처: 아르테 페이스북)

  

 

'어떤 진실들은 그 무게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온 세상과 바다를 합친 무게와도 맞먹는다.' -433쪽.

 

 저는 이 소설에서 두 가지를 봤어요. 바로, 가정 위탁 제도와 감시 문화였어요. 물론 표현이 거칠었어요. 소녀의 욕설과 힐란이 난무했지요. 그래서 낯설고, 불편했어요. 그러나 그 소녀를 통해 사회 문제를 과감하게 그려냈어요.

 요즘 우리나라는 아동 학대 사건으로 시끄럽지요. 인천 11살 소녀 학대 사건이 2015년 12월에 알려졌구요.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도 2016년 1월에 밝혀졌어요. 또, 2016년 2월에는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이 화제가 되었지요.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에요. 모두 가정에서 부모에게 해를 당한 사건들이에요. 인천 11살 소녀는 이제 희망을 갖게 되었지만, 그 상처는 남을 것이구요. 다른 두 사건은 이제 두 희생자만 남겼지요. 이 아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해졌고, 그들이 좋은 곳에 위탁되었더라면, 아픔이 없었을 텐데요. 아쉽더라구요. 또, 탐욕의 눈을 한 어른들을 멀리하며, 가정 위탁 제도가 올바르게 나아가야 하구요. 그래서 어린 생명들을 소중히 보호해주었으면 해요. 소설의 아나이스는 가정 위탁 제도 속에서 자신이 만난 더러운 어른들을 비추는 거울이었어요. 그렇기에, 폭력과 욕설을 그려냈던 것이지요. 올바른 가정 위탁 제도, 꼭 필요한 것이에요.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 1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 2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

 

 또, 감시 문화가 보였어요.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말해요. '현대의 컴퓨터 통신망과 데이터베이스가 마치 죄수들을 감시하는 ‘판옵티콘’처럼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할 것'이라구요. 판옵티콘의 특징은 빛과 시선의 비대칭성에 있다고 해요. 즉, 판옵티콘에서 감시탑의 감시자는 죄수를 언제 어디에서든 감시할 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죄수들은 중앙 감사자의 시선이 어디를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도록 설계한다고 해요. 그래서 죄수들은 늘 감사받는 느낌을 가지게 되구요. 결국 규율과 감시를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고 해요. 미셀 푸코의 말처럼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구요. 또 곳곳에 CCTV가 설치되면서요. 권력 기관은 개인을 보다 쉽게 통제하기 위해서 정보 인프라를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해요. 그리고 암울한 미래에 대한 시각을 가진 소설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요. 소설 속의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를 통치하는 독재자가요. 모든 사람을 텔레스크린을 통해 감시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고 해요. 'Big Brother is Watching You'라구요. 그러나 우리는 시놉티콘(Synopticon)으로 가도록 해야 해요. 시놉티콘은 '서로 동시에 감시한다.'는 뜻으로 대중이 권력자를 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요. 소설 속 아나이스의 상상과 생각을 읽는 우리에게 아나이스는 다른 시선을 보내기도 하잖아요. 아나이스를 보는 우리에게 마주친 아나이스의 시선. 그것이 시놉티콘이었어요. 인터넷의 발달, 그리고 활발한 시민 운동 등으로 시놉티콘으로 가는 길이 열릴 거예요. 소설의 아나이스가 마지막에 말하잖아요. '나는, 오늘 시작한다.'(464쪽)구요. 절망을 이겨내고, 희망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진흙 속에서 연꽃이 핀다고 하잖아요. 영화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이 감시의 시선을 알고, 문을 열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 것처럼요.

 이렇게 가정 위탁 제도와 감시 문화를 보여준 소설, '판옵티콘'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된 거울이었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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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05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설연휴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사과나비🍎 2016-02-05 19:18   좋아요 1 | URL
^^* 예~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저녁 식사 맛있게 하시구요~
설 연휴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후애(厚愛) 2016-02-05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겁고 행복한 설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사과나비🍎 2016-02-05 19:20   좋아요 1 | URL
^^* 후애님~ 말씀 감사해요~^^* 새해 복~ 넘치도록 받으시구요~ 설 연휴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이것저것 너무 무리하지 마시구요~^^*

서니데이 2016-02-06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연휴 첫날 잘 보내셨나요.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사과나비🍎 2016-02-06 23:04   좋아요 1 | URL
^^* 서니데이님~ 오늘도 댓글 감사하구요~
저는 연휴 첫 날.. 그냥 쉬면서 보냈어요...^^; 서니데이님은 어찌 보냈셨을지...^^; 밤이 늦었네요...^^; 편안히 쉬시구요~^^*

서니데이 2016-02-0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사과나비🍎 2016-02-07 19:44   좋아요 1 | URL
^^* 서니데이님~ 저녁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저는 어머니 도와드리면서 이것저것 먹었더니, 배가 부르네요~^^; 아무튼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