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
제니 페이건 지음, 이예원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제니 페이건 (사진 출처: 아르테 네이버 블로그)

 

 지은이인 제니 페이건은 그리니치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했다고 하는데요.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학점을 받아, 런던 로열 홀로웨이 대학의 장학금을 받고 석사과정을 밟을 정도로 수재라고 하네요. 시집을 출간한 적도 있다고 하구요. '파놉티콘'은 그녀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Scottish Screen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2 영국 서점이 최고의 데뷔작(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워터스톤즈 서점의 '워터스톤즈 11'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네요.)으로, 2013년 최고의 젊은 영국 작가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하구요. 그리고 영국 사실주의 영화감독 켄 로치가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하구요. 최고의 젊은 영국 작가 선정은요. 영국 문예지 '그랜타'에서 1983년부터 10년마다 영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소설가를 20명을 선정하는 것이라고 해요. 선정 기준은 '앞으로 영국 소설을 이끌어 나갈 잠재력'이라고 하네요. 그 잠재력을 저도 보고 싶어, 기꺼이 작품 안으로 가까이 가려고 해요.

 

1791년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 설계도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1967년 폐쇄된 ​쿠바의 Presidio Modelo 감옥(파놉티콘) 외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1967년 폐쇄된 ​쿠바의 Presidio Modelo 감옥(파놉티콘) 내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난 실험이다. (…) 난 감시 대상이다. (…) 싸울 때도, 섹스할 때도, 자위를 할 때도, 저들은 날 지켜본다. (…) 저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7쪽.

 

 열다섯 살 소녀 아나이스의 목소리로 이렇게 시작해요. 이 소녀는 폭력과 마약에 물들었구요. 여경을 혼수상태로 만든 용의자로 '파놉티콘'에 오게 돼요. 물론 아나이스는 마약을 한 상태였기에 기억이 없구요. 소녀가 오게 된 파놉티콘. '파놉티콘'은 언제든지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든 원형감옥을 의미한다고 해요. 파놉티콘(Panopticon)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을 합성한 단어라고 하구요.

 

 "태어나서 일곱 살 때까지 스물세 군데 옮겨 다니다가 입양이 됐고, 열한 살 때 거기서 나와서 지난 4년간 스물일곱 번 옮겨 다녔어." -88쪽.

 

 아나이스는 여러 위탁 가정을 옮겨 다녔었구요. 입양됐었어요. 양모는 몸을 파는 여인이었구요. 살해당했어요. 늦게 발견한 아나이스는 죄책감을 갖고 있구요. 그렇게 살면서 좋지 않은 어른들을 만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을 겪으며, 폭력과 마약에 손을 댄 것이에요. 그리고 이제 파놉티콘에서 소년들, 소녀들과 함께 해요. 그리고 감시를 당하지요. 그래서 상상해요. 또 생각하구요.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지요.

  

 (사진 출처: 아르테 페이스북)

  

 

'어떤 진실들은 그 무게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온 세상과 바다를 합친 무게와도 맞먹는다.' -433쪽.

 

 저는 이 소설에서 두 가지를 봤어요. 바로, 가정 위탁 제도와 감시 문화였어요. 물론 표현이 거칠었어요. 소녀의 욕설과 힐란이 난무했지요. 그래서 낯설고, 불편했어요. 그러나 그 소녀를 통해 사회 문제를 과감하게 그려냈어요.

 요즘 우리나라는 아동 학대 사건으로 시끄럽지요. 인천 11살 소녀 학대 사건이 2015년 12월에 알려졌구요.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도 2016년 1월에 밝혀졌어요. 또, 2016년 2월에는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이 화제가 되었지요.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에요. 모두 가정에서 부모에게 해를 당한 사건들이에요. 인천 11살 소녀는 이제 희망을 갖게 되었지만, 그 상처는 남을 것이구요. 다른 두 사건은 이제 두 희생자만 남겼지요. 이 아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해졌고, 그들이 좋은 곳에 위탁되었더라면, 아픔이 없었을 텐데요. 아쉽더라구요. 또, 탐욕의 눈을 한 어른들을 멀리하며, 가정 위탁 제도가 올바르게 나아가야 하구요. 그래서 어린 생명들을 소중히 보호해주었으면 해요. 소설의 아나이스는 가정 위탁 제도 속에서 자신이 만난 더러운 어른들을 비추는 거울이었어요. 그렇기에, 폭력과 욕설을 그려냈던 것이지요. 올바른 가정 위탁 제도, 꼭 필요한 것이에요.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 1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 2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

 

 또, 감시 문화가 보였어요.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말해요. '현대의 컴퓨터 통신망과 데이터베이스가 마치 죄수들을 감시하는 ‘판옵티콘’처럼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할 것'이라구요. 판옵티콘의 특징은 빛과 시선의 비대칭성에 있다고 해요. 즉, 판옵티콘에서 감시탑의 감시자는 죄수를 언제 어디에서든 감시할 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죄수들은 중앙 감사자의 시선이 어디를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도록 설계한다고 해요. 그래서 죄수들은 늘 감사받는 느낌을 가지게 되구요. 결국 규율과 감시를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고 해요. 미셀 푸코의 말처럼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구요. 또 곳곳에 CCTV가 설치되면서요. 권력 기관은 개인을 보다 쉽게 통제하기 위해서 정보 인프라를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해요. 그리고 암울한 미래에 대한 시각을 가진 소설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요. 소설 속의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를 통치하는 독재자가요. 모든 사람을 텔레스크린을 통해 감시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고 해요. 'Big Brother is Watching You'라구요. 그러나 우리는 시놉티콘(Synopticon)으로 가도록 해야 해요. 시놉티콘은 '서로 동시에 감시한다.'는 뜻으로 대중이 권력자를 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요. 소설 속 아나이스의 상상과 생각을 읽는 우리에게 아나이스는 다른 시선을 보내기도 하잖아요. 아나이스를 보는 우리에게 마주친 아나이스의 시선. 그것이 시놉티콘이었어요. 인터넷의 발달, 그리고 활발한 시민 운동 등으로 시놉티콘으로 가는 길이 열릴 거예요. 소설의 아나이스가 마지막에 말하잖아요. '나는, 오늘 시작한다.'(464쪽)구요. 절망을 이겨내고, 희망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진흙 속에서 연꽃이 핀다고 하잖아요. 영화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이 감시의 시선을 알고, 문을 열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 것처럼요.

 이렇게 가정 위탁 제도와 감시 문화를 보여준 소설, '판옵티콘'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된 거울이었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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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05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설연휴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사과나비🍎 2016-02-05 19:18   좋아요 1 | URL
^^* 예~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저녁 식사 맛있게 하시구요~
설 연휴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후애(厚愛) 2016-02-05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겁고 행복한 설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사과나비🍎 2016-02-05 19:20   좋아요 1 | URL
^^* 후애님~ 말씀 감사해요~^^* 새해 복~ 넘치도록 받으시구요~ 설 연휴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이것저것 너무 무리하지 마시구요~^^*

서니데이 2016-02-06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연휴 첫날 잘 보내셨나요.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사과나비🍎 2016-02-06 23:04   좋아요 1 | URL
^^* 서니데이님~ 오늘도 댓글 감사하구요~
저는 연휴 첫 날.. 그냥 쉬면서 보냈어요...^^; 서니데이님은 어찌 보냈셨을지...^^; 밤이 늦었네요...^^; 편안히 쉬시구요~^^*

서니데이 2016-02-0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사과나비🍎 2016-02-07 19:44   좋아요 1 | URL
^^* 서니데이님~ 저녁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저는 어머니 도와드리면서 이것저것 먹었더니, 배가 부르네요~^^; 아무튼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