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삼십 - 서른에 이르는 사소한 이야기들
김상 지음 / 반얀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잡스럽게 좋아하는 건 많지만 딱히 잘하는 건 없는 사람.

섬마을의 산비탈에서 촌스러움을 미덕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 표지에 있는 저자 소개 전문이다.

김상. 이름마저도 어딘지 예명 느낌이 나는 저자 소개가 너무하지 않나? 이렇게 괜찮은 책을 세상에 내놓고서는.

‘삼십’이 들어간 제목의 책, 또는 소재로 한 책들이 한 두 권이 아니기에 이 책도 큰 기대 안하고 지나칠 뻔 했다, 프롤로그를 펼쳐 읽어보기 전 까지.

...살짜쿵 잠에 빠질 뻔했다.

그때 벨소리가 울렸고

나는 비몽사몽간에 현관으로 나갔다.

 

 

누구세요?

 

 

(중략)

잠깐 쑥스러운 듯 망설이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짐작했던 얼굴이기도 했다. 그가 대답했다.

 

 

서른입니다.

 

 

아,

오셨군요.

 

 

나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단편들이 주루룩, 이 자그마한 책의 280여 쪽을 채우고 있다. 사소한 이야기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지만 사소한 이야기를 이렇게 매력있게 풀어낼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사소하지 않은 것.

 

봄이었다. 따뜻했고. 모르는 척, 바람이 불었다. 봄바람이 불어오면 꼭 미지근한 물이 되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벚나무가 너울대는 도로를 내달리면 미지근한 물인 내게 미지근한 물인 바람이 스며들었다. (56쪽)

이런 표현. 모르는 척, 내가 아닌 남 얘기인척하고 하는 표현들. 단편 ‘봄, 밤’의 첫문장이다.

‘구름 같은 날들’의 첫 문장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삶이라는 건 멋지지 않다고 생각했다. (162쪽)

지루해서 시작했던 일들도 조금씩 지루해져가고 있다. (160쪽)

삼십이라는 나이를 말하는 것일까? 지루해서 시작했던 일들도 조금씩 지루해져가는 나이라고.

 

숨은 흘러 방안 가득 쌓여서

잠든 나를 곰곰이 내려 보는데

좋지도

싫지도 않은 채로

밤은 지나간다. (216쪽)

프롤로그만한 에필로그이다.

281쪽에서는, 내 생각을 내가 썼다고 하고 싶은 구절을 발견했다.

“나는 요즘 너무 외롭다”

순간 나는 웃을 뻔 했다. 니가 뭔데 감히 외롭니, 라고 말할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애의 표정이 정말 외로워보였기 때문에 웃지도 않고 감히 외로워한다고 타박을 주지도 않기로 했다....우리는 잠깐 아무말도 표정도 없이 각자의 외로움에 몰두했다. 문득 버스에 있는 사람들이 다 외로워보였다. 갑자기 나도 외로웠다. 그래서 생각했다. 외로움이라는 건 되게 빈번한 감정이구나. 그러고 나니 조금 덜 외로워졌다. 그러나 다시 곧 외로워졌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외롭고 때때로 안 외로운 것 같은데 왜 늘 기본에서 벗어나려고 발악을 하는 걸까. 못해도 기본인데. 이런 안이한 생각. 열심히 산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러는지도 모르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는데. 인간은 노력해봤자 외롭다.

 

제일 좋았던 단편은 128쪽 ‘우리들의 타자연습’과, 위의 글이 속한 ‘외롭기엔 너무 외로운’.

 

삼십. 다시 돌아올리 없고 그러길 바라지도 않는 삼십.

한참을 지나왔는데도 이책에 99.99% 공감하는구나. 마음은 아리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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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8-0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을 하거나 '마음'을 기울이는 법을 잃거나 놓치는 바람에, '외로움'을 뺀 다른 생각이나 마음을 거의 못 느끼지 않느냐 싶기도 해요.

hnine 2012-08-03 09:52   좋아요 0 | URL
음...생각이 게으른 틈을 타서 외로움이 자리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럴 때도 있지요.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항재 옮김 / 에디터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신간평가단 하면서 관심도서로 찜해놓고 추천했던 책인데 선정되진 않았었다. 늦게라도 결국 읽게 되니 어쨌든 만족스럽다.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보면 톨스토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간다. 말년까지도 인생의 의미 찾기에 진지했던 사람, 자신만의 생각의 벽 속에 갇히지 않고 먼저 살고 간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계속 읽고 새기기를 계속 했고, 특히 다른 종교의 성인들의 말에 열린 귀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 읽고 발췌한 성현, 종교가, 사상가, 철학자들의 명언, 세계의 속담, 격언, 금언 등을 일기 쓰듯이 하루에 한 꼭지씩 뽑아, 누구든지 매일매일 읽고 생각하기 위한 읽을거리를 만든 것이 이 책의 모태가 된 <매일매일 읽기 위한 현자들의 사상, -1903년>이고, 여기에서 개정, 증보되어 나온 것이 1906년의 <독서의 고리>인데, 이것은 <인생독본>,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의 제목으로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역시 새로이 펴낸 또 하나의 번역본이라고 할 수 있다. 번역자 (이항재, 단국대 러시아과 교수)는 번역대본으로 러시아의 마르틴출판사가 발행한 ,매일매일 읽기 위한 현자들의 사상, 2006>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톨스토이가 1828년에 태어나 1910년에 세상을 떴으니 거의 100년 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고, 여기에 실린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먼저 세상을 살았던 사람들이라서, 2012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 읽어서 모든 내용이 바로 마음에 들어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1년 365일, 즉 365개의 다른 글이 발췌되어 있지만 그 글의 주인이 되는 사람은 몇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어, 폭넓은 선인들의 말을 발췌의 대상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읽은 후 보니 여덟 군데에 표시를 해놓았기에 옮겨 본다.

 

 

1. 너는 무익한 오락을 즐기는 속이 텅 빈 사람을 조소하고, 유익한 책을 읽는 것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차라리 너 자신을 비웃어라. 너 자신만을 위해 유익한 책을 읽는 것 역시 무익하고 헛된 것이기 때문이다. (에픽테토스, 105쪽)

 

 

2. 정신적인 완성에 일생을 바친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항상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만족한다. (블레즈 파스칼, 123쪽)

 

 

3. 사람의 참된 신앙은 그에게 평온이 아니라 노동할 힘을 주기 위한 것이다. (존 러스킨, 140쪽)

 

 

4. 즐거움을 유지하는 주요한 비밀은 하찮은 일에 불안해하지 않고, 우리를 찾아온 작은 기쁨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새뮤얼 스마일스, 153쪽)

 

 

5. 악습 하나를 없애면 열 가지의 악습이 사라질 것이다. (에두아르 로드, 175쪽)

 

 

6. 누가 지혜로운 사람인가? 모든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이다. 누가 강한 사람인가? 자신을 억제할 줄 아는 사라이다. 누가 부자인가? 자신의 운명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탈무드, 181쪽)

 

 

7. 너를 모욕하는 사람의 기분에 휩쓸리지 마라. 그 사람이 널 끌고 가고 싶어 하는 길로 들어서지 마라.

악하고 비인간적인 사람을 상냥하게 대하지 않고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으로 대할 때 그와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너를 모욕하는 사람에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그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213쪽)

 

 

8. 사람이 죄를 회개하고 그 죄를 다시 범하지 않을 때만 회개는 유효하다. (레프 톨스토이, 307쪽)

 

 

우리도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새기고 싶은 구절을 발견하면 이런 저런 방법으로 기록해놓지 않는가? 톨스토이를 벤치마킹, 이런 형식으로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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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8-0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 님 책은 '번역을 하는 말'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싶어요. '러시아 전문가'라 해서 톨스토이 님 책 번역을 '톨스토이가 사랑한 이 땅과 사람들' 흐름을 잘 살피거나 헤아리지는 못하리라 느껴요...

곧, 톨스토이는 '러시아 농사꾼이 읽을 수 있을 만한 눈높이'로 글을 썼으니, 이와 같은 눈높이로 번역을 해야 옳겠지요...

hnine 2012-08-03 09:55   좋아요 0 | URL
예, 톨스토이가 농민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더라고요. 실제로 그런 활동도 했고요.
그런데 이 책엔 신앙 생활을 강조하는 금언이 생각보다 많이 실려있었어요. 그런걸 보면 인간보다 신에 더 관심이 많았었나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는게 적절하지 않은거겠죠.
 

 

이번에는 조각 번역물이 아니고 내 이름자 들어가는 단행본 번역의 기회가 주어질 것인가, 어제 출판사의 연락 받고 오늘 갔다가, 결국 어정쩡한 답변만 듣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오고 있는 길. 나도 모르게 그 발걸음은 내 집이 아닌, 얼마 전 나은경으로부터 알아낸 계현의 집 주소로 향하고 있었다. 그냥, 은경으로부터 들은 그런 모습의 계현이가 머릿속에서 얼른 그려지지가 않기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할까. 아니, 이것도 핑계일지 모른다. 그냥,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하자.

지금 만약 다시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계현이는 나를 기억할까? 그것과 함께 궁금했던 것은, 지금 이렇게 별 볼일 없이 살고 있는 나를 보면 그녀는 무어라 할까.

아파트 단위의 주거 형태는 집 찾기를 수월하게 해준다. 그녀의 아파트는 버스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101동, 102동...저기다 103동. 갑자기 빨라지는 발걸음. 출판사에서 나올 때 발걸음보다 오히려 힘이 실어졌다. 1층 그녀의 집을 기웃기웃했다. 그 옛날 그녀의 집 대문 밖에서 그랬던 것처럼. 열 몇 살 적 어느 시기, 그녀의 인생을 기웃기웃 했던 것처럼.

그러면서 조금 있노라니 가방을 멘 한 꼬마 아이가 그 아파트 입구로 쪼르르 들어가더니 초인종을 누르는 것이 보였다. 금방 문이 열리면서 그 아이를 맞이하느라 나온 한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다 박계현. 문을 열고 아이를 들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웃는 모습 어딘가에 예전의 그 날카롭던 인상이 남아있는 듯도 하고 아닌 것도 같았다. 시선을 고정한 채 그 자리에 서 있던 그 몇 분. 머릿속에 내 멋대로 짓고 있던 시나리오 뭉치가 바람 속으로 날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퍼드덕.

여기 저기 흩어져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바라만 보고 있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너랑 이렇게 다시 연락이 될 줄 누가 알았겠니. 그것도 계현이 때문에.”

그 후 다시 통화하면서 은경이가 하는 말을 그냥 흘려들을 뻔했다.

“계현이 때문에 연락이 된 게 뭐 안 될 거라도 있니?”

“그게......”

은경이가 얼른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나에게 되물었다.

“나영이 너 계현이 소식이 왜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얘기했잖아. 신문에서 우연히 이름이 똑같은 다른 사람 기사를 보고 생각났다고.”

“그날, 내가 뒤에서 봤어…….”

은경이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쓰레기 버리고 교실로 돌아가다가 네가 가던 길을 멈추고 봉투에서 그림들을 꺼내보는 걸 봤어. 네 표정이 이상하기에 나도 금방 아는 척을 못하고 좀 떨어져서 네가 뭘 하나 보고 있었지…….”

아, 그렇구나. 본 사람이 있었어.

“계현이가 그림 그릴 때 나도 옆에서 봤기 때문에 멀리서도 네가 봉투에서 꺼내는 그림이 계현이 그림인 걸 알겠더라고.”

“......”

얼굴이 화끈거렸다. 직접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 듣는다는 것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담임선생님에게 방금 눈으로 본 것을 말씀드렸어. 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

전화기를 내려놓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이런 일이 있었다니. 그러니까 담임선생님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계셨던 거다.

“나영아, 계현이네 집은 그때 부모님이 빚을 많이 지고 빚쟁이들을 피해 거의 도망 다니다시피 하는 중이었대. 그래서 그렇게 전학도 자주 다니던거고. 그런 걸 알고 선생님이 계현이에게 더 잘해주려고 하셨던 모양이야.”

나는 금시초문인 사실들이다. 머리가 띵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컴컴한게 낮인지 밤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지상의 모든 것을 바삭하게 말려버릴 듯 작렬하던 햇살이, 이번 주가 시작되면서 거짓말처럼 한풀 꺾였다.

일의 진도는 그럭저럭.

집중이 잘 안될 때에는 오히려 일거리를 들고 TV앞에 앉았다. 하던 일 팽개치고 뛰쳐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하다 막히면 고개 들어 TV 잠시 쳐다보고, 다시 일로 돌아오고, 그러다 다시 TV 한번 쳐다보기를 반복하며 어쨌든 진득하니 앉아 있어 보자는 전략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 나의 남은 인생은 이렇게 반복만으로 채워질 것인가. 무한반복으로?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면 시선은 책상위도 아니고, 앞의 TV도 아닌 곳, 아무 곳도 아닌 공간을 맴돌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혹은 하지 않는 것. 다 소용없을지 모른다. 어차피 짜인 시나리오란 없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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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8-0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게도 끝이 났군요.ㅠ
그림을 몰래 버렸던 그사건을 누군가 목격한 자가 있었다니~~
정말 통화를 하면서 얼굴 화끈했겠어요.
초등시절 선생님들은 좀 뭐랄까? 신과 같은 동격이랄까요?
반아이들의 행동을 다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내색 않고 지켜보고 있었던 사람!
내가 아이를 여럿 키워보니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겠는지 다 알겠더라구요.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뭐 그런~~ㅋㅋ
그래서 어린시절 엄마도 내가 거짓말할때 다 알고 있었겠구나!
선생님도 다 알고 계셨겠구나! 그런생각들을 하면서 참 공감가기도 하고,엄마는 괜찮은데,선생님까지 생각이 미치면 문득 소름이 돋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꼭 죄지은 사람처럼요.^^;;

님덕분에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는 좋은 시간들이었어요.
갑자기 친구들 생각도 나고 선생님도 보고 싶고 그러네요.^^
친구중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생머리에 눈이 정말 크고 예뻤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친구가 대전에서 전학을 와서 경상도 사투리가 아닌 윗쪽말을 쓰니 간드러지는 말투에 얼굴도 예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특히 남자애들이 완전 좋아~ 연발이었어요.ㅋㅋ
헌데...그친구가 몇 달 전 뇌종양으로...ㅠ
문득 어린시절을 떠올리다 그친구도 함께 기억되어지네요.

또다른 시나리오는 없나요?
바쁘신 일들이 다 끝나시면 또다른 이야기 기대할께요.^^
피서(?) 조심해서 잘 다니시구요.실은 저도 어제 택시타고 애들 셋 데리고 도서관으로 피서 다녀왔어요.피서온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도서관이 시끌벅적했어요.^^;;

hnine 2012-08-02 07:57   좋아요 0 | URL
끝난게 아쉽다기 보다, 결말이 좀 아쉽다고 해야겠지요 ^^
하지만 제가 뭐 작가도 아니고..., 아주 예전부터 제가 풀어놓고 싶던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오히려 읽어주신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지요.
저도 쓰면서 저 계현이란 친구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다시 궁금해지더군요. 예전엔 더 많이 궁금했는데 나이를 좀 더 먹으면서(^^) 어떻게 살고 있든 그건 어차피 다른 사람 눈에 비치는 모습일뿐 그거 별로 궁금해할 일도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알아보려는 마음도 수그러들었거든요.

책읽는나무님 친구분이시라면 아직 많이 젊으신 분인데 뇌종양으로 세상을 뜨셨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전 어제 남편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태안 바닷가 가서 하루 바닷바람 쐬고 왔습니다. 같은 충청도인데 (저는 대전 살아요)태안까지 2시간 넘게 걸리더라고요. 저야 물에도 안 들어가고 그늘에서 책만 읽다 왔지만 그래도 한나절 더운 줄 모르고 잘 쉬다 왔네요. 뭐니뭐니 해도 더울 땐 도서관 만한데가 없어요. 택시비 아끼지 마시고 아이들 데리고 피서 계속 즐기시기 바랍니다.
책읽는나무님 저의 졸작을 그동안 읽어주셔서 많이 감사드려요, 꾸벅~

순오기 2012-08-0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빼놓지 않고 읽었는데 댓글이 늦었네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이렇게 글로 풀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동화를 쓰셔도 될 것 같아요.
난,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언행에 신중해야 겠단 생각을 다시 하네요.^^

hnine 2012-08-02 12:5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감사합니다.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건 아니다, 예상대로 되는건 아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이 전달되게 쓰는 것은 주관의 범위에서 객관의 눈을 뜨고 있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더라는 것을, 겨우 10회 연재하는 동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처음만 저의 실제 경험담에서 출발했을뿐, 이후는 다 허구라는 걸 순오기님은 아시지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가족에게도 보이지 않은 글인데 말이어요 ^^
 

 

 

 

 

 

 

 

 

 

 

 

 

 

 

 

 

지난 주에 홍대 앞 상상마당 KT&G 갤러리에 갔다가 사온 책이다.

김상 <삼십>

정말 한 손에 쏙 들어올정도의 작은 책인데 쪽수는 거의 300쪽이 다 되는, 어엿한 소설책.

제목, 들어본 적 없고, 작가? 들어본 적 없고, 책 속에도 작가 소개 같은 건 나오지도 않지만

몇 페이지 읽어보고 사버렸다.

지금 재미있게 읽고 있다.

요즘 세대들이 읽어보면 싱크로율, 낮지 않을 것.

 

 

 

 

 

 

 

 

 

 

 

 

 

 

 

 

 

 

 

 

 

엊그제 본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의  OST.

이런 류의 영화와 별로 친하지 않은데 아이때문에 억지로 끌려가서

자다 깨다 하며 본 영화이지만,

그런데 잠결에도 영화에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이 심상치 않은거다.

영화 보고 집에 와서 바로 주문.

지금 듣고 있다.

 

충동 구매가 뭐나요?

 심사숙고, 제발  맘 변해라...하며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그래도 맘 변하지 않으면 마지못한 척 구입하는, 답답구매자인 나인데,

위의 책과  CD는 보고서 바로 구입한 것들이다.

오늘 나의 오후를 같이 하고 있는 중.

 

아침은 힘차게 시작했으나, 12시를 넘기기가 무섭게 축축 늘어지기 시작하는구나.

휴, 이거 태양 주기에 따라 꽃잎 벌어졌다 오므라졌다 하는 달개비꽃도 아니고.

에효, 반지하방이나 옥탑방에 사시는 분들은 오늘 같은 날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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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8-0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도 아이들 영화 보러 갔다가 자다,깨다 하시는군요?
반가워요.
전 저만 맨날 아이들과 함께 들어갔다가 잘 보고 있노라면 아들녀석이 자꾸 "엄마, 자요?"
확인시켜주니 옆사람들에게 부끄러워서리~~*.*
자꾸 민군이 엄마는 영화 보면서 맨날 자냐고 구박해서 전 저만 자는줄 알았어요.ㅋㅋ

hnine 2012-08-02 08:06   좋아요 0 | URL
제 취향이 아닌 영화를 아이 때문에 마지 못해 봐야하는 경우 영낙없어요, 자다 깨다~ ^^ 원래는 영화 보면서 자는 타입 아닌데 ㅠㅠ
 

여름 방학이었나 싶었는데 어느 새 겨울 방학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문제의 엽서 사건이 있기 전까지 매일 계현이와 어울려 무얼 해도 함께 하던 여름방학 때와 달리, 그해 겨울방학은 좀 특별했다. 이모 가족이 곧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로 결정하셨는데 아직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이모 아들, 즉 나에게는 이종사촌 승원이가 우리 아빠에게 영어를 배우러 우리 집에 매일 오기 시작한 것이다. 승원이는 나와 동갑이었고, 아빠는 이왕 승원이를 가리키는 김에 나도 함께 앉혀 놓고 배우게 하셨다. 그때만 해도 영어는 중학교에 가서야 처음 학교에서 과목으로 배울 때였으니, 나처럼 4학년 겨울방학 때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조기 교육도 한참 조기 교육인 셈이었다.

계현이가 말하는 것, 계현이가 공부하는 것, 계현이가 그리는 것, 계현이가 입은 옷, 계현이가 어울리는 사람. 겉으로는 냉담했지만, 무엇을 하든 그것과 계현이를 연관시키며 혼자 마음 속 탑을 쌓고 허무는 일이 일상이던 한 학기 동안 나도 모르게 지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또래 다른 아이들은 안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우쭐함, 새로운 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나는 승원이와 함께 하는 공부에 쉽게 빠져 들었다.

이모 가족의 출국 예정일이 가까워오고, 개학도 가까워 오고, 봄도 가까워지고 있었겠지만, 봄은 그중 제일 천천히 오는 듯 했다. 개학날도 겨울 옷 꽁꽁 여미고 장갑까지 끼고 학교에 갔고, 개학식만 하고 금방 집에 갈 것이라며 난방이 되지 않는 교실에서 몸을 움츠리고 입만 움직여 반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었다.

자연스럽게 내 눈은 계현이를 찾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빨리 계현이가 있는 곳을 찾아내는 나인데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좀 늦나?’

그러면서 교실 문소리가 날 때마다 내 고개는 그쪽으로 자동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침내 앞문으로 선생님이 들어오실 때까지 계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도 예감이라는 게 있는 것인지, 어쩐지 마음 위로 검은 구름이 한 자락 둘러쳐지는 것을 느꼈다.

조회를 끝내시며 마지막에 담임선생님이 덧붙이신 말씀, 박계현은 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학교로 전학을 오기 전에도 이미 두어 학교를 거쳤다고 들었는데 이제 일 년 만에 또 전학을 간다는 것이다. 저 변두리의 어느 초등학교라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학교였다. 어느 학교라는 것은 별로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이건 전혀 예상도 못했던 일 아닌가? 무슨 이유로 또 전학을 가는 것인지. 이제 그녀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냥 멍할 뿐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계현이가 살던 집 앞을 지나서 왔다. 대문이 닫혀 있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계현아~’ 불러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앞을 왔다 갔다,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발길을 돌릴 때의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 나에게 즐거운 일이란 영영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그녀를 찾아보려는 시도를 일단 하고 나니,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이번 전화 시도야 우연히 신문에서 같은 이름을 발견하고 해본 것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 찾아봐야 하나 생각하니 막막했다. 그러다가 인터넷의 동창 찾기 사이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 사이트에 접속하여 나의 초등학교 이름을 입력하고 그녀의 이름을 입력하였다. 하지만 그 학교에서 졸업하지 않는 그녀의 이름은 검색되지 않았다. 그녀가 전학간 학교가 어디였더라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동창 찾기 사이트를 들락거리다가 우연히 얻은 소득이라면 초등학교 3학년때 짝꿍이던 나은경을 만났다는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지만 제 할 일 착실히 하는 아이였던 그녀는 지금쯤 그야말로 올망졸망 아이들 거느리고 아늑한 가정을 이끄는 현모양처 샘플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은 아이였다. 그런 나의 상상을 무너뜨리고 ㅍ대학 건축공학과를 나와 설게 사무소에서 하루가 멀게 야근을 해가며 바쁘게 살고 있다고 했다. 현모양처는커녕 아직 결혼도 못했다고 엄살을 떠는 그녀는 예전의 그녀인가 싶을 정도로 말수가 늘어 있었다. 전화기를 통해 내 이름을 듣고 별로 어렵지 않게 기억해내는 그녀가 신기할 만큼의 세월이 어느새 흘러 있던 것인가. 동창 찾기 사이트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얘기하면서 계현이 이야기가 나왔다.

“계현이? 박계현?”

“응, 기억하니? 왜 우리 3학년 때 전학 왔다가 4학년때 또 어딘가로 전학 갔잖아. 안경 쓰고, 공부 정말 잘 했지. 그림도 잘 그렸던 애. 처음에 선생님이 걔가 여름 방학 숙제로 그려온 그림 보시고, 이건 3학년짜리 그림이 아니라고, 아는 어른이 그려 주었을 거라면서 방학 과제물 대회에서 떨어뜨린 일도 있었지. 생각나니?”

“그래 알아. 옷도 특이한 거 많이 입고 다녔지. 어른 스타일 원피스 같은 거. 어딘지 우리 또래 같지 않았어. 나 알아 걔. 지금 xx동에 살아.”

별로 기대하지 않던 은경의 입을 통해 내가 궁금해 하던 것들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이어지는 은경의 소식에 의하면 계현이는 지금 검사도 아니고 화가도 아닌, 남편과 딸 하나 있는 가정의 주부로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간 작년부터인가 낮 시간 동안 집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방과 후 공부방인가를 조그맣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계현이는 왜 찾는데?”

“어, 뭐 그냥 어쩌다 보니 생각이 나서......”

그렇게 대답하고 나니 정말 나는 왜 계현이를 찾으려고 하는가 나 자신에게 되묻고 싶어졌다. 평범한 주부, 딸 하나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방과 후 공부방? 내가 오히려 은경에게서 예상하던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 선생님들도 안 믿던 그녀의 그림 실력은 어떻게 하고. 쉬는 시간만 되면 반 아이들을 자기 자리로 끌어 모으던 그 톡톡 튀는 이야기꾼 기질은 어떻게 하고. 힘들이지 않고 시험만 보면 당연히 따라오던 1등이라는 자리가 항상 내 자리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그녀는 중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그 실력은 유지하여 서울의 명문대를 무난히 합격, 지금쯤 아무나 못한 어떤 일을 하고 있어야 했다. 촉망받는 화가가 되어 있던지, 잘 나가는 작가가 되어 있던지, 아니면 강단에 서는 교수가 되어 있던지. 평범한 주부라니? 남들 다 하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시간 맞춰 아이 학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 오고, 이제 겨우 시작한 일이 초등학생 방과 후 공부방? 겨우? 다른 사람이 아닌 박계현이?

뭐가 이런가. 내가 생각하던 그녀의 미래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실망스럽기도 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안도감 같은 것도 슬쩍 지나가는 것은 또 뭔지.

그래, 인생 뭐 별거야 하는 통속적인 말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 인. 생. 뭐. 별. 거.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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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7-31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제 슬슬 계현이를 만나볼 시도를 하겠군요?^^
재밌네요.
저도 기대를 마구 하다가 주인공처럼 조금 실망감이 크긴 했는데,
생각해보면 제주변에도 그렇게 공부 잘하고 전교 1,2등을 했던 친구들이 모두
개인과외를 하고 있거나 방과후 공부방을 하고 있더라구요.
지인들의 말을 들어봐도 그렇고,예전에 국어선생님께서도 그리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전교1,2등을 다투던 모범생들은 의외로 평범하게 살고 있고,
학창시절 평범하고 무난했던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살고 있더라고 여러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같더라구요.
그래서 전 아이들에게 그리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려구요.ㅋ
이거 완전 자기 합리화가 되어버렸군요.ㅋㅋ

어젠 하루종일 그런대로 시원하던데..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올 여름은 정말 덥긴 더운가봐요.결국 몸에 땀띠가 났네요.ㅠ
땀이 났다 하면 몸에 땀띠가 나는 체질인지라~~ 아기도 아니고..ㅠ
오늘 저도 애들 밥 잔뜩 먹여 에어컨 빵빵한 도서관에 피서 가려구요.^^

hnine 2012-07-31 09:20   좋아요 0 | URL
책읽는나무님, 전교1,2등을 다투던 모범생들은 다 어떻게 되어 있을거라는 시나리오는 꼭 맞지는 않는것 같지요? ^^ 제목도 그렇듯이 제가 이 이야기를 쓰게된 이유라고도 하겠네요. 이제 11회나 12회 정도에서 맺을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님의 느낌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뭐라고 감사드려야할지...
책읽는나무님도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한번 해주시면 안되나요? ^^ 제가 부담을 갖지 않고 시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저도 재미있기도 했고요.

으....결국 땀띠가! 저도 한때 땀띠 대장이었답니다. 저도 오늘 역시 도서관으로 피서가려고요. 가까이 있으니 참 좋아요. 제 집은 107동, 아파트 도서실은 110동 1층~ ^^
그럼 오늘 하루도 아이들과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