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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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구성, 상징, 교훈, 비유, 흥미,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그렇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기에 서둘러 읽어볼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언젠가 읽긴 읽을테니까.

제목이 좀 더 독특하고 신선했으면 좋겠는데 '구덩이'라니. 예전에 읽은 '구멍에 빠진 아이'란 책과 헛갈릴 염려도 있다고 괜히 흠도 잡아 보고.

일단 읽기 시작하자 단숨에 읽힌다. 외국의 유명한 작품들은 대부분 이점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일단 재미있어서 잘 읽혀야 한다는 것.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결말이 날지 짐작이 안되는 것이다. 한 페이지 넘어가고, 또 한 페이지 넘어가며 결국 이틀에 걸쳐 다 읽어버린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쉰다. 아이들 대상으로 쓴 책임에도 이렇게 치밀하게 구성을 짤 수도 있구나, 사회 고발성까지 담고 있는 이 이야기의 저자는 로스쿨 나와 변호사 경력을 접고 전업 작가로 나설만 하구나 생각한다. 주인공이 어떤 험난한 경로를 거쳤든지 결론은 엉뚱하고 황당하지 않게, 바람직한 쪽으로 최선의 맺음을 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뻔하지 않은 결말이라는 것도 유명 외국 작가 작품들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하여 작가는 얼마나 꼼꼼하고 치밀하여야 하는가, 그러면서도 명쾌하고 뚜렷한 메시지, 재미라는 조건까지 다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당당하게 보여준다. 자료 조사는 또 얼마나 많이 했을까. 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산과 달이 만나는 곳'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그 섬세하고 조밀한 구성에 놀랐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 '구덩이'를 더 재미있게 읽었다.

 

청소년 소설 습작 중인 사람이 읽는다면 작가에 대한 존경심, 부러움과 함께 좌절을 느낄지도 모를,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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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10-2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글도 결국엔 똑똑한 사람이 잘 쓰는 것 같아요. (아, 이렇게 쓰면 사람들한테 욕 먹으려나...) 그나저나 원제가 뭐에요, 나인님? 구덩이. 한글로 풀어내느라 그렇게 정했을까요? ^^ 저희 오늘 날씨 최고 36도래요. 날씨가 미쳤어요. ㅠㅠ

hnine 2012-10-25 21:37   좋아요 0 | URL
원제가 Holes 라고, 꽤 유명한 책이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네요. 전 못 봤어요. 진즉에 제 아이도 읽어보라고 했던 책인데 미루고 있다가 이제 읽었어요.
날씨가 36도라니, 그야말로 무더운 날씨네요. 사람이 간사해서 이곳 날씨가 쌀쌀하니 무더운 날씨가 금방 상상이 안되는거있죠.

2012-10-31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31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괜찮아, 열일곱 살 -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10대들의 심리학
이나미 지음 / 이랑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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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로 시작하는 책을 연달아 두권을 읽게 되었다. 두권 모두 한동안 보관함 속에 있던 것인데 한꺼번에 구입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이나미. 이분의 책은 나오는대로 거의 다 읽어왔다. 바로 이전에 읽은 책은 '오십후애사전'인데 이번엔 청소년 상담 사례를 기반으로 책을 내었다.

저자의 책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정신과의사가 쓴 책이면서도 일부러 위로하고 따뜻하게 감싸주고 근거불분명한 자기 개인적인 생각을 일반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건조하고 딱딱하게 들릴지라도 딱 필요한 조언을, 확실한 만큼만 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서이다. 이것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개인적인 느낌이다. 문학, 철학, 종교, 심리학 등 분야를 망라하는 박식함은 다독의 경험과 지금까지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일까.

 

책의 구성은 특별할 것이 없다. 현재의 청소년들이 가질만한 고민들이 사례별로 한쪽에 나와있고, 그에 대해 저자의 조언이 서너쪽에 걸쳐 따라나오는 식.

여는 글 제목이 '누구나 한때는 아이였습니다.' 이다. 우리 한때 다 아이였음에도 마치 우리는 그런 적 없었던 것 처럼 아이를 대한다. 언젠가 우리 모두 나이 들어 노인이 될 것임에도 우리는 영영 나이들지 않을 것 처럼 생각한다.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고민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슬프고 외로운 감정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데가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슬프고 외롭지 않은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문제는 그것을 좀 주책맞아 보이더라도, 내가 좀 덜 되어 보이더라도, 누구에게 잘 털어놓고 발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나를 포함해서.

 

-술과 담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는 청소년에게 저자는 다른 이의 관심과 애정을 목말라하고 남의 기분이나 칭찬 등에 쉽게 좌우되는 '감정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으며, 어린 시절 심한 정신적 상처나 상실 등을 겪은 청소년도 그 괴로움을 풀 데가 없어 술에 탐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람의 경우는 술 마시는 것을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청소년들의 많은 고민 중의 하나가 부모의 불화, 무능력에 대한 혐오, 그들의 자식인 자신이 싫어진다는 것인데 부모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로 간주하고 상관하지 않는 냉정한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부모와 나는 별개의 인생, 감정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늘 불안해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미리 걱정하는 사람 중에는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이 많다는 말에 읽는 나도 뜨끔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적절한 칭찬을 받지 못한 것이 큰 상처로 남은 경우 이것이 자아존중감과 직결된다는 것도.  덧붙여 말하기를, 낮은 자아존중감과 열등감 자체를 너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오히려 나를 키우는 좋은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즉, 현재 상황 자체보다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밀고 나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청소년 자살에 대해서, 나를 괴롭힌 사람이 두고두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할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연 다른 사람이 이미 죽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을 얼마나 기억할까 생각해보라고 한다. 결국 그 사람 때문에 (즉, 복수심에서) 자살을 시도한다면 자신만 손해이고, 그런 쪽으로 본다면 최대의 복수는 내가 당당하게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소위 공주병, 왕자병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자기애적 성격장애' 라기 보다 오히려 잠재된 우울증 환자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도 의외였다. 주위에 그런 친구가 있다면 따돌릴 것이 아니라 그 친구의 상처받은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투었을 때 먼저 사과하고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그런 사람은 '자아강도'가 매우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건 자존심 싸움과 상관이 없는 것.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자존심이 높은 사람이 먼저 사과의 시도를 하는 것이겠다.

 

-우울할 때는 짜증을 내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음식을 많이 먹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는데, 그러기 이전에

1. 자신의 내면 상태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2.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3.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정확하게 주변에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려면 1과 2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의 꿈과 다른 진로를 강요하는 부모님에게는, 부모님의 뜻을 당장 꺾어놓으려고 해봤자 역효과만 날뿐, 대신 자기 꿈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서 부모에게 신뢰를 얻어내는 방법을 취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하는 아이로 칭찬과 기대 속에 자랐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하고 싶은 정신과 의사가 되었지만 지금도 의사가 아닌 다른 역할에 몰입하고 싶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또 반면 가끔은 의사로서의 직업에 모든 것을 걸고 매진하는 사람들에 비해 (Jung에 대한 연구를 하던 저자는 국내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뒤늦게 미국으로 가서 심리학, 종교학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나 자신이 불성실한 것은 아닌지 반성할 때가 있다고 한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놔두고 쓸데없는 일에 매달려 인생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불안할 때도 있다고. 자기 나이쯤의 어른도 이렇게 망설이는데 청소년 시기의 걱정과 고민, 망설임은 당연한 것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고민은 누구나 있다. 슬픔과 외로움은 누구나 느낀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과연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의 삶에 반영할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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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2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대의 고민이나 어른의 고민이나 다르지 않군요.
정리 잘 해주셔서 잘 읽었어요. 끄덕끄덕 공감되는 게 많네요.
몇 가지 새기고 마음에 담아갑니다.
소위 공주병, 왕자병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자기애적 성격장애' 라기 보다 오히려 잠재된 우울증 환자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도 의외였다. 주위에 그런 친구가 있다면 따돌릴 것이 아니라 그 친구의 상처받은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이 부분. 자기애적 성격장애라고 제가 마음대로 진단했던 사람이 있는데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나인님, 좋은하루 보내세요. 기온이 많이 내렸어요.^^

hnine 2012-10-23 12:33   좋아요 0 | URL
예, 십대에 해결되지 못한 고민들이 잠재되어 있다가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표출되기도 하고 그런가봐요.
의사란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전공 공부하기도 바쁠테니 의학 외에 인문, 사회, 철학, 문학, 종교 등의 다른 분야에 대해선 제한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저의 그런 생각을 깨뜨려준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였어요. 처음에 그렇게 강한 인상을 받은 후로 지금까지 숨어 있는 팬이 되었답니다.
공주병 왕자병도, 물질적으로 더 풍요해졌고 소통 수단은 더 다양해졌음에도 인간 소외 현상은 더 심각해져가는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인간형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쌀쌀한 날씨 중에서도 그나마 제일 기온이 포근한 시간대에 올립니다.
 
괜찮아, 그러면서 크는거야 - 류명숙의 ‘열세 살’ 이야기 벗 교육문고
류명숙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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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까? 그러면서 클까?

나는 요즘 괜찮다는 말도 쉽게 못하고 있다. 말은 쉬우니까.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나의 짐작을 넘어섰다. 선생님을 향해서 욕을 뱉는 아이들. 집중을 못하고 분노로 차있는 아이들. 이유없이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만) 옆의 아이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마음이 많이 다쳐있다고 해야하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아이들이라고 해야하나.

이 아이들을 맡고있는 선생님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교직 생활 24년째라는 저자는 좋은 할머니 선생님이 되는게 앞으로의 꿈이라면서 "괜찮아, 그러면서 크는거야. 걱정하지 말아라" 하고 말하는 할머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선생님이 싫다고 대놓고 말하는 아이에게

 -내가 싫다고? 정말 미안하다.

 -나는 좋았는데 너희는 힘들었구나.

 -욕을 먹는 것보다 욕을 하는 너희가 걱정이다.

 -마음을 보여줘서 고마워.

 -너희 때문에 내 마음도 자란다.

라고 말할수 있는 선생님.

나는 꿈조차 꾸어본 적 없는 선생님이다.

아이들에게 질리기는 커녕, '이 아이들을 모두 내 팬으로 만들어야지.' 생각했다는 저자는 아이들을 그토록 사랑했을까, 아니면 그것도 일종의 고집이고 욕심일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가정이든 학교든, 한 아이를 제대로 잘 키워낸다는 것은 그냥 되는게 아니라는 걸 또 깨닫는다. 자연 속에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놔두어 키우면 그것이 최선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럼 아이에 대한 관심과 교육의 눈길을 떼지 않고 부족함 없이 키우는 것이 더 나을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마치 흰색과 검은 색 사이, 경계를 나눌 수 없는 색의 그라데이션 속에서 어디까지를 흰색, 회색, 검은색으로 나눌까 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다듬어지지 않고 열등감과 분노와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을 안고 사는 아이들도 안되었고, 그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껴안고 가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그냥 흐뭇해할 수도 없다.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게 낫겠다는 생각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껴안아 주는 선생님. 그 '괜찮아'가 단순히 말치레가 아닐때 그것은 힘을 가지고 효과를 나타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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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0-2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어쩌면 지금도) 선생님을 꿈꾸었던 저는 그런 상상을 많이 했어요. 반 아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인간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는 내 모습을요. 그런데 요즘 내가 선생님이 된다면... 생각해보면, 매일 교무실 책상에 엎드려 우는 모습이 떠올라요. 내가 되고 싶은 선생님과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이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학교의 역할은 중요해지고 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가정과 학교, 정말 중요한 환경인데 말이에요.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저도 hnine님처럼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조금 더 크지만요. 그게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 꿈꾸는 건 또 다르네요. 잘 읽고 가요 :)

hnine 2012-10-22 20:22   좋아요 0 | URL
굳이 선생님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중에 자식이 생기면 선생님의 고충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가르치고 기른다는 것은 공통적이고 또 기본이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선생님들은 정말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눈물 먼저 나올 상황에서도 눈물을 삼키고 당장 내가 해야할 일을 해내야 하는 직업...제 친구 중에도 그런 고민들 플러스 이런 저런 이유들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사직을 그만 둔 친구가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꿋꿋이 오늘도 본분을 다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실 것이고, 아마 책 한권 이상의 이야기들이 가슴 속에 가득하실 것 같아요.
 

자기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궁극적인 상황에서 삶을 지탱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직업, 집, 장소, 가족, 연인, 친구, 돈 처럼 눈에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꿈이나 이상, 주관, 목표, 소신, 사랑, 종교 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방이 그냥 보통 명사가 아니듯이,

눈에 보이는 것들도 사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상징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때문이겠지만.

 

'나만의 것이 있는가'라는 물음은, 소유욕과는 다른 문제이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스로에게 던지는 횟수가 늘어간다.

 

팔랑귀도 아니고 벽창호도 아닌, 다른 사람과 열려 있으면서도 자기의 뚜렷한 소신과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남들의 잣대와 상관없이 자기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

남이 좋다고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고 그것에 만족하는 사람,

또 자기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아직도 훨씬 못미치기에 이런 글을 끄적거리며 마음을 다독인다.

 

 

어제 밤도 어김 없이, 요즘 나를 지배하고 있는 우울, 울적, 허무, 회의의 끈적함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좀 걸어야겠다!'

밤기운은 쌀쌀했지만 집을 나섰다. 그리고 걸었다.

하도 험한 세상이라 불빛이 환한 차도 옆을 끼고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만치 걷다가 돌아오는 길, 아직 문을 닫지 않고 있던 화원에 들어갔다.

작은 타라 화분을 하나 사가지고 집에 들어왔다.

 

 

나만의 것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나만의 것일 거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이 모순.

고민없이 단순하게 살기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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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0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0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0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0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2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라, 올망졸망한 초록 잎사귀 사랑스럽네요. 나조차도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던데 그럼 좀 허탈하기도 여유롭기도 한 묘하게 모순된 마음이 되더군요. 그치만 대개가 모순된 것들의 조합이 아닐까 싶어요. 나인님의 이런 생각도 저는 참 좋아요. 마음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

hnine 2012-10-21 05:17   좋아요 0 | URL
예전에 세실님께서 키우시던 저 타라를 알라디너 몇사람에게 분양해주신 적 있어요. 감사히 받아서 오래 못 키우고 죽이고 말았어요 ㅠㅠ 이번엔 잘 키워보려고요. 잘 자라서 줄기가 아래로 축축 늘어질때까지요.
이것 저것 다 가지려고 하는 모습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지만, 자기만의 확실한 영역? 이런걸 가지고 그것에 당당한 자부심,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멋있다는 생각이어요. 하나가 확실하면 여러가지를 탐내지 않겠지요?
아이가 서울의 친구집에 가서 주말을 보내고 와요. 벌써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은 나이가 되었어요 ^^

비로그인 2012-10-2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공감가는 글이네요... 열려 있으면서도, 자기 소신이 뚜렷한 사람. 저는 열면 휩쓸릴 것 같고, 뚜렷해지면 닫힐 것 같아 둘 다 제대로 못하는 사람 같은데 말이에요. 단순하게 살자, 가끔 그렇게 마음속으로 외치곤 해요. 그런데 삶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는 거! 그래서 자꾸자꾸 요동치는 것 같아요. 그게 또 삶의 묘미라고들 하지만요.

예전에 hnine님 페이퍼 보고 화분 키우기로 작정했는데, 그새 까먹고 있었네요 ( '')
올해 가기 전에 누구라도 하나 데리고 와야겠어요~

hnine 2012-10-21 05:20   좋아요 0 | URL
열려 있으면서도 자기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게, 이게, 그냥 되는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대학교때, 휩쓸릴 것이 두려워 오히려 닫아거는 편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생각되는게 아니라 정말 그랬다고 해야겠어요.
요동치는 삶! 후후...
화분, 제가 하나 사드리고 싶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고르고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예전에 꽃 피웠던 축전이라는 식물은 그때 꽃이 한차례 다 피고 지더니, 엊그제부터 또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2012-10-21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1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10-2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타라네요 참 이뻐요
언제 님과 만나서 그냥 아무 이야기 안해도 오래오래 걷거나 연못가에 앉아 있거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말이 없이 있다가 얼굴 마주치면 씽긋 웃으며~

hnine 2012-10-21 22:39   좋아요 0 | URL
그런 날이 꼭 올거예요. 꼭 만듭시다 우리! ^^

잘잘라 2012-10-22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뵌적 없지만 저는 어쩐지 님을 알아볼 수 있을것만 같아요.
자기만의 것을 가지고 있는 님을요!

저는.. 비 예보가 있길래 파전 재료(쪽파,오징어,바지락) 사다 놨어요. 꿀꺽~

hnine 2012-10-22 08:0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지금 비 와요. 저도 메리포핀스님 말씀 듣고 오늘 저녁 메뉴 급변경. 파전은 자신 없으니 있는 재료 바지락과 홍합으로 해물전 해야겠어요.
메리포핀스님 서재에서 뜨개질 하시는 사진 보고는,뜨개질이든 바느질이든 수놓기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일고 있는 중입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오는 월요일은 더 부담가지 않을까 생각하니 출근할 곳 없는 제가 행복하군요 ^^
 

 

이게 뭔지 아세요?

 

 

 

이것들의 정체는,

 

 

 

 

 

해마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뼈도 있어요.

 

 

 

 

 

 

 

 

 

 

 

 

 

 

 

아들이 손가락에 끼고 있길래

"그게 뭐냐? 이뿌다~" 했더니 엄마 가지라고 다 빼주네요. 하고 다니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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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라색이 해마였군요. 하늘색은 뭘까나요ᆢ 해님? 보름달? 아ᆢ 이 식상한 상상력ㅋ 나인님 다린이 하는 게 어쩜 이리 다감한지요. 기분 좋아지신 거 다 보여요.^^

hnine 2012-10-11 21:50   좋아요 0 | URL
하늘색은, 음...작은 창자 단면? ㅋㅋ

hnine 2012-10-12 08:11   좋아요 0 | URL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눈꽃이래요 ^^

프레이야 2012-10-12 09:15   좋아요 0 | URL
역시 다린인 시인ㅎㅎ
전 별이 젤로 이뻐요.

댈러웨이 2012-10-1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색 동그란 게 젤루 이뻐요. 쟤네는 그냥 보면 색이랑 모양도 이쁜데 손가락에 끼니까 별룬데요. ( ") 그나저나 나인님 손 봤네요. 반가워라. ^^

hnine 2012-10-11 21:51   좋아요 0 | URL
저는 뼈다구(!)가 젤로 예뻐요 ^^
제 손은 사진이 실물보다 나아요. 실제로 보면 꺼끌꺼끌, 갈라지고 터지고. 여자 손이라고 볼수가 없지요.

비로그인 2012-10-1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두색 물고기가 젤루 좋네요 ㅎㅎ
정말 기분 좋은 득템이네요. 하. 온동네에 자랑해도 되겠어요! :)

hnine 2012-10-12 00:28   좋아요 0 | URL
저는 뼈다구요. 귀엽지 않나요? 물고기도 예뻐요. 손가락에 끼고 있으면 모두 자기 모양 상실!
저렇게 손가락에 하는 것 말고 좀 더 큰게 있는데요, 손목에 팔찌처럼 하는건데 그건 안주네요 ^^

잘잘라 2012-10-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띠라.. 역시 노란것이 땡깁니다요. ㅋㅋ
(근데 저거 원래 용도가 반지예요?)

hnine 2012-10-12 12:32   좋아요 0 | URL
제가 사자성어중 천고마비를 제일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군요 ^^
용도는 그야말로 고무줄인데, silly band라고, 아이들이 색색가지로 여러개 겹쳐서 손가락에도 걸고 큰건 손목에 팔찌처럼 하고 다니는게 유행인가봐요.
제 아들은 오늘도 고무줄 팔찌를 스무개쯤 팔에 하고 학교갔습니다.
팔찌처럼 하는 밴드중엔 더 재미있는 모양도 많아요. '강남스타일'도 있더군요. 어떻게 생긴 고무줄일지 궁금하시지요? ㅋㅋ

블루데이지 2012-10-1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해보고 싶은 스~타~일인데요..강남스타일..정말 궁금해요!!ㅋㅋ

hnine 2012-10-16 04:17   좋아요 0 | URL
언제 한번 사진찍어 올려드리지요. 말춤 추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어요 ^^

순오기 2012-10-18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옹~ 이런 게 있군요.
요즘 아이들 따라잡기도 벅차요.
색깔이 참 고우네요~~~ 행복한 가을!!^^

hnine 2012-10-19 02:35   좋아요 0 | URL
손목에 끼우는 큰 밴드는 예전에 봤는데 요렇게 반지처럼 조그마한 것도 나와있는지는 몰랐어요. 귀엽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