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궁극적인 상황에서 삶을 지탱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직업, 집, 장소, 가족, 연인, 친구, 돈 처럼 눈에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꿈이나 이상, 주관, 목표, 소신, 사랑, 종교 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방이 그냥 보통 명사가 아니듯이,

눈에 보이는 것들도 사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상징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때문이겠지만.

 

'나만의 것이 있는가'라는 물음은, 소유욕과는 다른 문제이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스로에게 던지는 횟수가 늘어간다.

 

팔랑귀도 아니고 벽창호도 아닌, 다른 사람과 열려 있으면서도 자기의 뚜렷한 소신과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남들의 잣대와 상관없이 자기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

남이 좋다고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고 그것에 만족하는 사람,

또 자기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아직도 훨씬 못미치기에 이런 글을 끄적거리며 마음을 다독인다.

 

 

어제 밤도 어김 없이, 요즘 나를 지배하고 있는 우울, 울적, 허무, 회의의 끈적함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좀 걸어야겠다!'

밤기운은 쌀쌀했지만 집을 나섰다. 그리고 걸었다.

하도 험한 세상이라 불빛이 환한 차도 옆을 끼고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만치 걷다가 돌아오는 길, 아직 문을 닫지 않고 있던 화원에 들어갔다.

작은 타라 화분을 하나 사가지고 집에 들어왔다.

 

 

나만의 것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나만의 것일 거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이 모순.

고민없이 단순하게 살기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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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0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0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0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0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2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라, 올망졸망한 초록 잎사귀 사랑스럽네요. 나조차도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던데 그럼 좀 허탈하기도 여유롭기도 한 묘하게 모순된 마음이 되더군요. 그치만 대개가 모순된 것들의 조합이 아닐까 싶어요. 나인님의 이런 생각도 저는 참 좋아요. 마음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

hnine 2012-10-21 05:17   좋아요 0 | URL
예전에 세실님께서 키우시던 저 타라를 알라디너 몇사람에게 분양해주신 적 있어요. 감사히 받아서 오래 못 키우고 죽이고 말았어요 ㅠㅠ 이번엔 잘 키워보려고요. 잘 자라서 줄기가 아래로 축축 늘어질때까지요.
이것 저것 다 가지려고 하는 모습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지만, 자기만의 확실한 영역? 이런걸 가지고 그것에 당당한 자부심,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멋있다는 생각이어요. 하나가 확실하면 여러가지를 탐내지 않겠지요?
아이가 서울의 친구집에 가서 주말을 보내고 와요. 벌써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은 나이가 되었어요 ^^

비로그인 2012-10-2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공감가는 글이네요... 열려 있으면서도, 자기 소신이 뚜렷한 사람. 저는 열면 휩쓸릴 것 같고, 뚜렷해지면 닫힐 것 같아 둘 다 제대로 못하는 사람 같은데 말이에요. 단순하게 살자, 가끔 그렇게 마음속으로 외치곤 해요. 그런데 삶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는 거! 그래서 자꾸자꾸 요동치는 것 같아요. 그게 또 삶의 묘미라고들 하지만요.

예전에 hnine님 페이퍼 보고 화분 키우기로 작정했는데, 그새 까먹고 있었네요 ( '')
올해 가기 전에 누구라도 하나 데리고 와야겠어요~

hnine 2012-10-21 05:20   좋아요 0 | URL
열려 있으면서도 자기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게, 이게, 그냥 되는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대학교때, 휩쓸릴 것이 두려워 오히려 닫아거는 편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생각되는게 아니라 정말 그랬다고 해야겠어요.
요동치는 삶! 후후...
화분, 제가 하나 사드리고 싶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고르고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예전에 꽃 피웠던 축전이라는 식물은 그때 꽃이 한차례 다 피고 지더니, 엊그제부터 또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2012-10-21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1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10-2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타라네요 참 이뻐요
언제 님과 만나서 그냥 아무 이야기 안해도 오래오래 걷거나 연못가에 앉아 있거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말이 없이 있다가 얼굴 마주치면 씽긋 웃으며~

hnine 2012-10-21 22:39   좋아요 0 | URL
그런 날이 꼭 올거예요. 꼭 만듭시다 우리! ^^

잘잘라 2012-10-22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뵌적 없지만 저는 어쩐지 님을 알아볼 수 있을것만 같아요.
자기만의 것을 가지고 있는 님을요!

저는.. 비 예보가 있길래 파전 재료(쪽파,오징어,바지락) 사다 놨어요. 꿀꺽~

hnine 2012-10-22 08:0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지금 비 와요. 저도 메리포핀스님 말씀 듣고 오늘 저녁 메뉴 급변경. 파전은 자신 없으니 있는 재료 바지락과 홍합으로 해물전 해야겠어요.
메리포핀스님 서재에서 뜨개질 하시는 사진 보고는,뜨개질이든 바느질이든 수놓기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일고 있는 중입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오는 월요일은 더 부담가지 않을까 생각하니 출근할 곳 없는 제가 행복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