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궁극적인 상황에서 삶을 지탱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직업, 집, 장소, 가족, 연인, 친구, 돈 처럼 눈에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꿈이나 이상, 주관, 목표, 소신, 사랑, 종교 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방이 그냥 보통 명사가 아니듯이,
눈에 보이는 것들도 사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상징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때문이겠지만.
'나만의 것이 있는가'라는 물음은, 소유욕과는 다른 문제이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스로에게 던지는 횟수가 늘어간다.
팔랑귀도 아니고 벽창호도 아닌, 다른 사람과 열려 있으면서도 자기의 뚜렷한 소신과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남들의 잣대와 상관없이 자기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
남이 좋다고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고 그것에 만족하는 사람,
또 자기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아직도 훨씬 못미치기에 이런 글을 끄적거리며 마음을 다독인다.
어제 밤도 어김 없이, 요즘 나를 지배하고 있는 우울, 울적, 허무, 회의의 끈적함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좀 걸어야겠다!'
밤기운은 쌀쌀했지만 집을 나섰다. 그리고 걸었다.
하도 험한 세상이라 불빛이 환한 차도 옆을 끼고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만치 걷다가 돌아오는 길, 아직 문을 닫지 않고 있던 화원에 들어갔다.
작은 타라 화분을 하나 사가지고 집에 들어왔다.
나만의 것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나만의 것일 거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이 모순.
고민없이 단순하게 살기란 참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