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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졸린가봅니다, 밤도 아닌데.
조~금만 잘테니 민이 데리고 놀고 있으라고 합니다.
"이모, 얼마나 조금만 잘껀데? 이모 없으면 우리 심심하잖아."
"응, 옥찌야. 저~기 시계 바늘 봐바. 짧은 바늘이 지금 어디에 있지?"
나는 숫자를 아주 잘 읽습니다. 민이는 아직 읽을 줄 모릅니다. 동생이잖아요. 동생에겐 아직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이모가 물어보자마자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8!"
"맞아 맞아. 그 바늘이 9까지 가는 동안만 잘께. 진짜 조금이지? 자고나면 이모가 다시 힘이 생기거든! 그러면 옥찌랑 민이 맛있는 것도 만들어 줄거고, 놀이터 가서 자전거도 태워줄 수 있어." 이모는 눈을 찡긋찡긋 합니다. 
그러던 중 막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모가 자는 동안 할 일이 생각났단 말입니다.
"네! 이모. 우리끼리 놀수 있어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이모가 방으로 들어가자 옥찌는 민이를 불러 알려주었습니다.
"민이야, 너 유치원에서 호두까기 인형 비디오 본 것 생각나지? 낮에는 인형인 척 하고 있다가 밤이면 나와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신나게 놀잖아."
"응, 누나. 그러다가 아침이 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가. 그리고 꼼짝 안해. 그래서 사람들은 인형들도 그렇게 놀수 있는 걸 몰라"
"그치? 우리 인형들도 이모가 자는 동안 파티를 여는거야."
"재밌겠다!" 민이는 내가 하자고 하면 잘 따라줍니다. 동생이잖아요. 누나는 동생을 잘 데리고 놀수 있어야 합니다.
방에 있는 인형들을 다 거실 가운데 모아놓았습니다. 콩순이, 미키마우스, 뽀로로, 쥐돌이, 짱구, 모두 모두 모였습니다. 소꿉놀이 세트를 꺼내 접시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민이랑 먹다 남은 강냉이를 소복이 담았습니다. 그런데 누나가 하는 것을 보고 민이가 따라 하다가 강냉이를 바닥에 쏟고 말았습니다. 민이를 막 야단쳤습니다. 동생이 잘못했을땐 누나는 이렇게 야단을 치기도 합니다. 민이는 풀이 죽어 인형 파티를 하다말고 거실 한쪽 구석으로 갑니다. 그러더니 휴지상자에서 휴지를 한장 한장 뽑더니 창문 밖으로 한장 씩 던지는겁니다. "편지요! 편지요!" 하면서요. 던져진 휴지는 천천히 날다가 나무 위에 앉기도 하고 땅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휴지가 떨어지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옥찌도 따라서 휴지를 뽑아 한장씩 창문 밖으로 떨어뜨려봅니다. "눈이 와요, 누~운!" 옥찌와 민이집에만 눈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창 밖의 큰 나무는 꼭 눈 내린 나무 같습니다.
"나무야, 내가 편지에 뭐라고 썼게?" 민이가 창 밖의 나무를 향해 외칩니다.
"편지? 민이야, 나무에게 편지를 보낸거야?"
"응!"
"뭐라고 썼어? 너 글씨도 못쓰잖아."
그 때 우리 뒤에서 이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옥찌랑 민이! 떨어지면 어떻하려고 여기서 이래!"
"이모..."
인형들은 아직도 파티 중인데, 파티를 끝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기도 전에 이모가 먼저 일어나버렸습니다. 이모가 일어나기전에 제 자리에 다 돌아가 있어야했는데.
이모는 한숨을 폭 쉽니다. 파티는 원래 이렇게 다 늘어놓고 하는거 아닌가요? 나는 민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다가 시계를 보니, 엉! 아직 시계 바늘이 9까지 안와있단 말입니다.
"이모, 아직 시계가 9자에 안 왔어! 벌써 힘이 다시 생긴거야?"
이모는 대답없이 인형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민이는 대체 나무에게 뭐라고 편지를 썼을까요?

 
   

시니에님의 조카들에 관한 페이퍼를 보고 제 맘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오늘 밤에 아이 잘 때 들려주면 딱! 입니다. 시니에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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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8-06-0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데요^^ 저도 갑자기 동화 창작 의욕이. 그런데 이렇게 작정하고 덤비면 요 녀석들이 소재 제공을 안 해줄지도 몰라요. 아, 그런데 희아라곤 안 하구요. 그냥 지희는 옥찌라고 하고. 지민인 민이라고. 뭐 그렇다구요. (그래서 어쩌라고 ㅋ)

hnine 2008-06-09 02:24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름을 저렇게 쓴 것은 제 딴에는 그래도 실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일부러... ^^

씩씩하니 2008-06-1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동화 창작에 대한 욕구는 완존 충만인데..
님처럼 어떤 소재가 있어도..이야기로 이끌어가질 못해요..흑..
이런게..바로 재능의 부족??
울 아그들의 아그들 무릎에 얹어줄 동화 한편,,쓰는 꿈은...이룰 수 없겠지라???

hnine 2008-06-11 09:11   좋아요 0 | URL
동화 창작이라고 하니 저도 갑자기 거창한 기분이 드네요 ^^
시니에님 조카들 얘기 자체가 그냥 한 편의 동화여요.
어! 그러고보니, 벌써 괌에 다녀오신거여요? 재미있으셨어요??? ^^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려본 경험이 있다...

오늘 내가 나에게 주는 노래로 당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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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르간 소리로 들으니 더 뭉클해요.

hnine 2008-06-07 15: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노아님, 뭉클...그 자체여요.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말.
감탄하며 되새겨 보는 말.

더 알고 더 모른다고
자만하지 말고
비굴할 것도 없느니

그것이 결국
부처님 손바닥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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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공 지영의 소설 중,
절망에 빠진 주인공이 그 절망을 위로받을 요량으로
자신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를 보고 싶어한다.
시장의 가판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
저런 사람들은 어떻게 매일매일 구차한 삶을 극복하면서 살아갈까.
그런데 막상 그 아주머니는
자신의 삶이 어떠한지, 행복한지, 불행한지
그런 것 생각할 틈도 없이 살더라는 것.
절망에 빠졌을 때,
절망에서 헤쳐나올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저 살아내는 것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
소설의 주인공이 알아낸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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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에게 대들고 반항하는 모습에
어제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팠고
'내가 착각속에 살고 있었어...'라는 말만 혼잣말처럼 되풀이 했다.
오늘 아침, 운동을 하면서,
그리고 일하러 오가는 왕복 30분 여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아이의 그 모습은 바로 내가 아이에게 보여준 내 모습에 다를 바 없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아이를 다그치고 화 내고 일방적으로 야단쳤을 것이다.
반성한다.
'애정'과 '훈육'의 균형. 이것이 가정 교육의 기본인데,
우리집은 아이 아빠가 워낙 훈육 없이 애정공세만 퍼붇다 보니,
따끔한 훈육 part 는 전부 엄마 담당이 되어버렸다.
이건 남편과 얘기를 해봐야 할 부분이다.
밤새 잠을 설치고 아침에도 나몰라라 하고는
아침도 안 차려주고 나와버렸다.
한시간 쯤 후에 들어가보니
남편이 밥 데우고, 국 데우고, 달걀 부쳐서 아침을 해 먹인 흔적이 있다.
남편에게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
난 이래서 또 나쁜 엄마 되었고, 남편은 착한 아빠 되었네...하는 점

아이를 키우면서 내 성격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 '고집'이 수십번 꺾이고 바뀐다.

-- 아이가 제목을 대면서 찾아달래서 얼마전에 찾아준 노래이다.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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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0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글 읽고 있노라면 우리집 풍경이랑 오버랩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제 맘에 여유가 없을때 아이에게 더 짜증내고 다그치게 됩니다.
맞아요. 엄마는 거울. 님 우리 따뜻한 엄마되도록 노력해요. 님 잘 하시면서.....

hnine 2008-06-05 21:39   좋아요 0 | URL
아, 저희 집에서만 있는 풍경은 아닌거죠?
따뜻한 엄마가 되려면 어찌 해야할까요. 구체적인 행동지침 좀 한수 가르쳐주세요.

세실 2008-06-07 08:06   좋아요 0 | URL
소리 지르지 않으려 노력하기, 잔소리 하고 싶은거 참기, 아이가 말할때 하던일 멈추고 눈 맞추면서 들어주기,이야기 나누기, 자주 꼭 안아주기, 뽀뽀해주기, 함께 놀기(요즘 카드 이용한 도둑잡기,베개싸움 즐겨하고 있습니다), 칭찬해주기, 엉덩이 두드려주기.....또 뭐가 있을까요?

하늘바람 2008-06-06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 멋지네요 비교왕

hnine 2008-06-06 06:03   좋아요 0 | URL
아닌 것 같은데 ... ㅋㅋ ^^

Arch 2008-06-0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분이 무조건적인 애정을 쏟는게 좋다고 하던데(어디서 읽었더라) 그랬더라 통신이긴 하지만. 두분 다 훈육을 하면 아이가 맘을 붙일데가 없잖아요. 아이들과의 관계만큼 그때그때 다른게 또 있을까요.

hnine 2008-06-06 20:58   좋아요 0 | URL
아이들 교육에 관한 의견이 참 다양하긴 하지요. 그래서 부모의 소신이 중요하다고 하나봅니다. 시니에님, 조카들 돌보시면서 나름 깨달으신 것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정말 속상하고 안타까운 것은,
광우병이라는 몹쓸 병이 이제 우리 나라에 본격적으로 상륙할지 모른다는 사실보다,
우리의 생각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보여주고 외치는데도 읽어주지 않는,
우리가 믿고 의지하고자 했던
우리의 희망일 수도 있었던
그것이다.

우리의 목소리, 마음 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리 많았던가.

외치고 불피울 부지런함도 없으면서
그냥 풀이 죽어 지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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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5-30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정말 너무 하지요

hnine 2008-05-30 12:58   좋아요 0 | URL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으로 이러고 있는 것이 참 답답하기만 합니다.
 

'마돈나는 언제 나오지? '
영화가 시작되고도 한동안 영화 속의 마돈나를 못알아보았다.
그 당시 나의 취미 중 하나가 혼자 영화보기.
그 날 본 영화는 막 개봉한 마돈나 주연의 Evita였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은 물론이고, 이후로도 영화 삽입곡 CD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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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5-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네이버 이주의 해외 음반 '마돈나'라고 적혀 있는 걸 봤어요. 기막힌 우연이에요^^
저도 에비타 참 인상 깊게 보았어요. 마돈나로서는 이미지 180도 변신이었던 것 같아요.

hnine 2008-05-16 13:28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그 영화에 맞는 이미지로 변신을 성공적으로 했던거죠. 저도 한참 영화가 진행된 후에야 겨우 알아보았으니 ^^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외지에 있을 때 저 영화를 봐서 노래들으며 더 서글펐던 모양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