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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그림사랑
김순응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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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알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예술품 경매 옥션으로 K옥션과 서울 옥션이 있다. 언젠가 신문에서 하나은행의 임원직을 사표 내고 서울 옥션 대표직을 맡게 된 사람의 기사가 난 것을 보고 기억해두었었다. 그림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으면서 미술 작품은 그려서 보여주기 위한 전시를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사고 팔리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시장이 활발해진다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분들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근래에 이 서울옥션 사장인 김 순응 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미술을 전공한 적이 없지만 오래 동안 그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그야말로 안정된 직장인 은행 임원직을 사표내고 미술 경매 시장에 뛰어들게 했다는 것,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알고 보니 2003년에 이런 책도 내었다. '김 순응의 인생 이야기, 그림 이야기'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그림을 배우는 건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던 어린 시절, 가족 이야기, 그야말로 시골 촌에서 서울의 경기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으나 자기가 감히 끼어들 수 없는 세계에 적응을 못하여 외곽으로 돌던 청소년 시절 이야기, 대학엘 들어가고, 풍족하지 않은 집안의 장남이라는 책임을 지고 은행에 취직하는 등, 그의 인생 경로 이야기가 펼쳐 지고, 자신은 그렇게 일에 매달리는 타입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은행에서 그는 승진 일로를 달려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리게 되자 오래 전부터 자신이 하고 싶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또 사재를 털어 사보기도 시작했다. 아마 그것이 미술계에 알려졌던 모양이고 서울 옥션 대표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자 고민할 것도 없이 응했다고 한다.
미술 작품을 사고 파는 것이 취미가 아닌 본격적인 업이 되면서 그는 더욱 흥이 나서 열정을 다해 일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과 같이 미술을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도 미술품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림은 어렵다는 편견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경매에 한번도 참여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을 위해 경매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경매가 이루어지면 경매가의 8~10%가 경매회사에 지불된다는 것, 우리 나라 미술 시장의 문제점, 그림을 좋아하게 되면 언젠가는 소유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게 되고, 그럴 때 어떤 점을 주의해서 구입하라는 조언도 실려 있다. 예전에 읽은 어떤 미술기자의 책을 보니 자신의 한달 월급 정도 되는 가격의 그림부터 시작하는게 적당하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직접 그림을 구입하든 그렇지 않든, 알아 두어서 유익한 얘기들이 많았다. 그것도 국내 대표 미술품 옥션 회사의 대표직에 있는 사람으로 부터 들으니 신뢰도 가고 말이다. 
미술 작품을 사고 파는 상업주의와 연관시킨다는 것, 혹자는 재산 가치로서 여기고 사고 판다는 등의 편견도 어느 정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며칠 전에 마이페이퍼에 올렸던 Cy Twombly 의 무제 (Bolsena, 1969) 라는 작품이 2002년에 190만 달러 (약 23억원)에 낙찰되었다는 것을 읽고 놀라기도 했다.  

 Image 1 : CY TWOMBLY (b.1928) UNTITLED (BOLSENA) signed and dated "CT 1969" center right house paint, oil, ... 

우리 나라 미술계에서도 그만한 인정을 받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를, 우리 나라 예술품 경매 시장도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못지 않은 곳으로 발돋음 하기를, 명품 가구나 옷, 장식품 만큼 명품의 가치를 가진 미술품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모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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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6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6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멍에 빠진 아이 상상도서관 (다림)
조르디 시에라 이 화브라 지음, 리키 블랑코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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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길을 걸어가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구멍에 빠지는 사건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자연스런 반응으로 아이는 구멍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지만 구멍이 몸에 꽉 조여들어 도저히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볼 때마다 도움을 청해보지만 아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유일하게 아이의 말과 상황을 이해한 것은 집없이 떠돌아다니는 개와 넝마 행색의 거지뿐.
작가의 아이디어와 비유가 뛰어난 작품이다. 이미 파져 있던 구멍에 빠진 것이 아니라, 그 구멍은 아이 스스로가 만든 것이라는 것. 겉으로 표현 못하고 마음 속에 담아둔 채 혼자 앓고 있는 고민과 걱정, 그런 것들에 이를테면 발목 잡힌 상황을 구멍에 빠진 것으로 비유한 것이다. 스스로 만든 구멍이기 때문에 그 구멍에서 헤어나오는 것 역시 누구의 도움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데, 이 책에서 작가는 '생각'을 함으로써 그 구멍에서 빠져 나올 힘을 얻는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왜 구멍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 구멍에 빠질 때의 상황을 잘 되돌아 보고, 그 때의 자신의 마음 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있었는지를 잘 분석해보라는 것이다. 즉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인데, 원치 않게 우리가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든 상황, 우울, 불안, 공포, 딜레마,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든, 그것을 해결하는 힘은 바로 솔직하고 진지한 자기 성찰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여기 저기 도움을 청해보지만 결국 그런 것들은 달리 큰 역할도 못함을, 그래서 기대할 것이 못된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던져주고 이야기를 끝맺는다.
구멍에 빠진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각계 각층의 인물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데, 자기 멋대로 상황을 해석하여 기사로 써내는 기자나, 적당한 타협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정치가, 지옥에 빠졌다면 도와주겠지만 구멍에 빠진 것이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는 성직자의 묘사가 날카롭다.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직접 도와주진 않았지만 결정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바로 같은 경험을 겪어본 사람이라는 것, 구멍에서 빠져 나오고 나자 자신과 대화가 가능하던 떠돌이 개의 말을 더이상 알아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등, 책 내용 전체가 비유와 상징의 복합으로 보여진다. 그것들을 통해 이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구멍을 만드는 것도 나 자신이며, 거기서 빠져 나오는 것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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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4-2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제게 보내주신 님, 감사드려요. 잘 읽었습니다.

하늘바람 2009-04-24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리뷰 멋지네요^^

hnine 2009-04-24 06:12   좋아요 0 | URL
^^

2009-04-24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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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오늘은 언제 와요?' 아침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니 그 이후로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우리 집 아이가 남편에게 묻는 말이다. 내용을 모르고 제목만 본 순간 그런 우리 집 풍경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었다. 이 책의 저자가 그런 나를 보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책을 읽다 보니 비슷한 상황을 수도 없이 접한 저자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알고도 남음이다. 그의 작은 아들이 할 줄 아는 말은 감자칩이라는 말과 바로 이 말 '아빠 어디가?' 첫째 아들이 장애아로 태어난 것에 이어 역시 장애아로 태어난 둘째 아들과 함께 사는 아빠의 심정을 그는 동정 받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며 이렇게 저렇게 둘러서 표현했지만, 어쩔 수 없는 절망스러움은 그의 솔직함 때문에 글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들의 입장이 되어서도 써보고, 그의 가족을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이 되어서도 써본다. 끊임없이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아들에게, 마치 정상아에게 말하듯이 이런 저런 말을 건네보기도 한다. 다닌 적도 없는 학교 생활에 대해서 묻고, 수업은 어떤가 묻고, 장래 희망에 대해 묻는다. 아이들이 정상아라면 함께 해보고 싶은 것들을 끝도 없이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 그들이 읽을 수도 없을 편지를 쓰기도 한다. '나의 작은 새 두 마리 보거라'로 시작하는.
사고로 장애가 된 것도 아니고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를 보는 부모의 죄책감, 내 탓이라는 미안함은 자식의 불편한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이 되어 절망하고 또 지치게 하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도우미가 아이들을 창문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괴로워 한다. 예쁜 아기 선발 대회에 정상적인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을 향해 마음 속으로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큰 아들은 결국 먼저 먼 곳으로 보내고, 아이들이 그저 장애인증명서에 붙여진 사진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상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기억하도록 해주기 위해, 당사자들은 결코 읽을 수 없을 책을 쓴 아빠. 천사의 인내가 필요했지만 아빠는 천사가 아니라고, 그러기엔 너희들이 버거운 아이들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아빠의 이 책이, 웃음과 감동의 실화라고? 아니, 웃음은 없었다. 도대체 언제 어느 대목을 읽으며 웃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울어도 시원치 않을 심정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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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4-11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속 사정을 알고 나자 이전에 그의 책을 읽으면서 뭐 이렇게 가볍고 재미 없어...하고 투덜거렸던 게 무척 미안했어요. 그런데, 이 책은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쉽게 손에 잡히질 않아요...ㅜ.ㅜ

hnine 2009-04-11 05:07   좋아요 0 | URL
가볍게 읽을 수도 있는 책을 제가 좀 무겁게(?) 읽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아마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입장이라 더 그랬나봐요.

순오기 2009-04-1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들었지만 내용은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이런 거였군요.
선천적으로 태어난 장애, 그 부모 심정이 오죽할까~~~ 맘이 저리네요.ㅜㅜ

hnine 2009-04-13 16:31   좋아요 0 | URL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건강한 아이들을 둔 부모로서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주위의 장애아와 장애아 가정들에 관심을 가지고, 동정이 아닌 공감을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우리 나라는 프랑스보다 장애아 들에게 더 열악한 상황일테니까요.
 
지옥에 가지 않겠어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김남주 옮김, 이형진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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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돌아온 꼬마 니꼴라라는 책 뒤의 옮긴이의 후기를 보고 잠시 착각했다. 중학교 때, 교보 문고에서 선 채로 꼬마 니꼴라 시리즈 몇 권을 읽어치울만큼 니꼴라 팬이었는데, 이 사람이 니꼴라의 저자였었나 해서이다. 니꼴라의 저자는 르네 고시니. 옮긴이의 의도는 마치 꼬마 니꼴라가 성인이 되어서 쓴 마냥 장난기와 웃음을 주는 내용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읽으며 조금도 안 웃기던걸. 오히려 나는 이런 분위기의 글을 읽으면 더 우울해진다. 페이소스 (pathos) 라고 할까. 연민의 감정에 푹 빠져 버리는 것이다. 그 누구에 대한 연민이랄 것도 없다. 그냥 사람 사는 모습에 대한 연민이다.
책의 시작과 끝부터 그렇지 않은가.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소년의 심정, 엄마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신부가 되겠다고 기도를 올리는 짧은 글로 시작한 책이, 정말 엄마를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내고 쓴 에필로그로 맺는다. 예전에 신부가 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엄마가 영영 가버렸나 하면서.
저자가 주인공 '나'가 되어, 결국엔 인생의 씁쓸한 단면들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는가? 다만, 사는게 이렇더라 저렇더라 이야기를 마냥 풀어놓는 대신, 마치 남의 일인양 거리를 두고 말하는 특유의 방식, 소심하면서도 때로는 그 누구도 생각 못할 괴짜스러운 행동을 전혀 고민없이 저지르는 모습, 이런 것들이 이 사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얇은 책이고, 실린 글 한 꼭지마다의 분량도 짤막하기만 하다. 군더더기가 없이 간결하다.
<렘브란트가 내 장례식에 올테니까>라는 제목의 글에는, 사람이 모네의 그림 속에 머리를 집어 넣고 그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듯한 그림과 함께 이런 글이 있다; '나는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내 방에는 렘브란트, 와토, 모네, 터너의 그림이 담긴 엽서들이 붙어 있었다. 막연하나마 나는 그림이란 사람을 어딘가 다른 곳으로, 다른 세계로 데리고 가는 신비로운 그 무엇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림 보기에 대한 이 표현이 마음에 들어 몇 번씩 읽어 보았다.
제일 좋았던 글은 바로 다음의 이 글.

   
  바람이 세차게 불 때면 나는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은 채 몇 킬로미터를 나아갔다. 나는 핸들을 놓고 손으로 망토 끝을 쥔 채 두 팔을 벌렸다. 그러면 마치 날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몸이 연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새처럼 날아서 무밭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몸이 연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새처럼 무밭을 지나고 아르투아 언덕을 내려갔다. 나는 정말 하늘을 날고 있었다. 무밭에서는 라신의 작품을 읊조렸다. "우리 머리 위를 휘익 하고 지나가는 저 뱀들 같은 존재들이여." 보리 이삭 옆에서는 몰리에르를 낭독했다. "난 당신 친굽니다, 선생. 지금까지 난 당신 친구였어요. 하지만 당신의 태도를 보고 난 이제 더 이상 당신 친구가 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부패한 마음 가운데에서 내 자리를 찾지 않겠다구요." 나는 그렇게 혼자 연습을 했다. 나는 위대한 배우가 될 거야. 내 삶은 특별한 것이 되겠지. 바람에 실려 멀리, 아주아주 멀리 나아가리라.
 
   
읽고 있는 순간 하나의 광경이 눈 앞에 떠오르면서 그냥 무작정 자유가 느껴졌다. 
<셔츠를 살까, 레코드를 살까>에서 주인공은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셔츠와 레코드 중 어느 것을 살까 고민하다가, 베토벤의 피아노 콘체르토 4번을 들어보고는 전율이 흐를 정도로 행복하여 셔츠는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셔츠를 입으면 내가 멋질지 더 이상 궁금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것은 모든 게 이미 멋졌기 때문이란다. 나중에 셔츠와 레코드 둘 다 살 수 있는 돈이 생겼을 때, 그건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인지, 충분하지 않은가.
그의 신작 '아빠 어디가?'를 구입해놓고 먼저 이 책부터 읽었다. 그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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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스이카
하야시 미키 지음, 김은희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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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뭔지 아니?
외로움이지. 나만 무리들에서 떨어져 나와 있음이 느껴질 때 그때의 느낌을 뭐라고 불러야할까. 공허감, 쓸쓸함, 서글픔, 두려움, 아마 두려움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어. 그 외로움 속에서 영영 헤어나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 그 외로움이 내 인생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생각. 더 이상의 모든 의욕을 꺾어 버리는. 인간에게 찾아오는 그 어떤 병보다 깊은 병이 아닐까.
왜 그 병을 이기지 못했니.
너를 따돌린 요우코 같은 아이들 역시 한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괴롭히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얻고자 했던 것은 바로 자신들의 외로움을 잊어보자는 것 아니었을까. 그걸 보고만 있었던 다른 친구들, 그리고 담임 선생님, 모두 너와 같은 상황에 함께 빠지게 될지도 몰라 두려웠던 거야.

하지만 그냥 견디고만 있어서는 안되었어 스이카. 내 자식에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믿고 계시는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릴 수가 없었다고 했지.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지. 하지만 너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 너는 앞으로 나섰어야 했는데. 왜 그런 용기를 한번 더 내지 못했니. 따돌림 받는 네가 문제가 아니라 따돌리고 괴롭히는 일을 너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계속 해오던 요우코 일당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말 아무 힘도 낼 수 없었던거니?
그 어느 누구 단 한 사람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가, 뒤늦게, 너무 늦게, 너는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 창피하게 사느니 끝내는 게 낫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서 한동안 네가 몸담고 있던 주위를 맴돌았구나.

인간은 참 이상한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한단다. 약하디 약한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약한 모습을 서로 보듬어 주기도 하다가도, 자신의 약한 모습에 싫증이 나거나 두려워지면 좀 더 약한 대상을 찾아 마구 짓밟아 자신의 약한 면을 잊으려하는 모습이 슬프고 두렵구나. 분명 나의 어딘가에도 숨어 있을지 모르는 그 모습이.

강한 척 하지 않고, 약함을 창피해 하지 말고, 인간의 약한 면 자체를 인정하면서, 남을 밟지도 그렇다고 밟히지도 않으며 살고 싶어.

너의 이야기를 들려 주어 고맙다.
그리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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