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스이카
하야시 미키 지음, 김은희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뭔지 아니?
외로움이지. 나만 무리들에서 떨어져 나와 있음이 느껴질 때 그때의 느낌을 뭐라고 불러야할까. 공허감, 쓸쓸함, 서글픔, 두려움, 아마 두려움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어. 그 외로움 속에서 영영 헤어나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 그 외로움이 내 인생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생각. 더 이상의 모든 의욕을 꺾어 버리는. 인간에게 찾아오는 그 어떤 병보다 깊은 병이 아닐까.
왜 그 병을 이기지 못했니.
너를 따돌린 요우코 같은 아이들 역시 한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괴롭히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얻고자 했던 것은 바로 자신들의 외로움을 잊어보자는 것 아니었을까. 그걸 보고만 있었던 다른 친구들, 그리고 담임 선생님, 모두 너와 같은 상황에 함께 빠지게 될지도 몰라 두려웠던 거야.

하지만 그냥 견디고만 있어서는 안되었어 스이카. 내 자식에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믿고 계시는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릴 수가 없었다고 했지.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지. 하지만 너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 너는 앞으로 나섰어야 했는데. 왜 그런 용기를 한번 더 내지 못했니. 따돌림 받는 네가 문제가 아니라 따돌리고 괴롭히는 일을 너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계속 해오던 요우코 일당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말 아무 힘도 낼 수 없었던거니?
그 어느 누구 단 한 사람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가, 뒤늦게, 너무 늦게, 너는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 창피하게 사느니 끝내는 게 낫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서 한동안 네가 몸담고 있던 주위를 맴돌았구나.

인간은 참 이상한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한단다. 약하디 약한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약한 모습을 서로 보듬어 주기도 하다가도, 자신의 약한 모습에 싫증이 나거나 두려워지면 좀 더 약한 대상을 찾아 마구 짓밟아 자신의 약한 면을 잊으려하는 모습이 슬프고 두렵구나. 분명 나의 어딘가에도 숨어 있을지 모르는 그 모습이.

강한 척 하지 않고, 약함을 창피해 하지 말고, 인간의 약한 면 자체를 인정하면서, 남을 밟지도 그렇다고 밟히지도 않으며 살고 싶어.

너의 이야기를 들려 주어 고맙다.
그리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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