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이제 이런 날도 나의 스승을 챙기기보다 아이의 선생님들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어제, 꽃을 미리 사다놓기엔, 오늘이 되면 꽃이 많이 시들것 같고, 또 선물을 사자니 취향도 잘 모르는데 무엇을 사야할지 자신이 없고, 결국은 밤 9시나 되어 아이와 남편과 함께 유치원 선생님 세분께 드릴 카드를 직접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집에 있는 두꺼운 표지용 프린터 용지를 핑킹 가위로 남편이 오려주고, 거기에 아이가 간단한 내용을 쓰고 (아직 글자를 혼자 못 쓰므로 남편이 다른 종이에 써주고 이대로 따라 써라~ 하는 식으로 ^ ^),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맘대로 그리게 했다. 카드의 겉은 내가 색종이로 꾳을 오려서 붙여 주고 (카네이션은 어려우므로 내 맘대로 튜울립을 오려 붙였다지 ^ ^). 오늘 오후에 오시는 방문 교사 선생님것 까지 만들고 나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아이는 졸립다고 들어가고, 같이 작업하던 자리를 치우다가, 노랑색과 빨간색 색연필이 4~5cm 정도의 몽당 색연필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다른 색연필 통에서 그 두색만 긴 것으로 교체해주고서 몽당 색연필은 (아이가 쓰기에도 너무 작았다) 버릴려고 했더니, 남편이 정색을 하며 가져간다. 버리지 말자고. 나중에 아이가 노랑 색과 빨간 색을 유난히 좋아했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들 아니겠냐고, 이런 것이 인생의 souvenir 아니겠냐면서.
인생의 souvenior...
나한테는 별로 만족스러운 남편이 아닐때가 많지만, 아이를 생각하는 저런 마음 때문에 내가 용서해준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