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동네 한바퀴 돌자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선글래스, 저 그런거 안키워요.

선크림, 그런 것도 답답해서 안 발라요.

양산, 모자, 물론 안 들고 나갔지요.

비타민D를 대량 합성할거라고 휴대폰과 카메라만 손에 들고 나가면서 그것도 거추장스러워했습니다.

 

우리 동네는 동네인데 그동안 한번도 안가본 길이었어요. 남편은 자전거 타고 가봤다네요. 저 길이 자전거 길이래요.

 

 

 

 

 

 

 

 

 

 

 

걷는 내내 길 옆에서 우리를 호위해주던 꽃입니다.

꽃 가운데 색이 진해진 건 햇빛에 타들어갔기 때문인가요. 

 

 

 

무당벌레는 몸은 작지만 어디있든지 아무튼 눈에 참 잘 띕니다.

 

 

 

 

햇빛 쨍쨍한데 이 달팽이 언제 걸어서 집까지 가나...

 

 

 

 

흑돼지 키우는 곳이 다 있네요. 더우니까 저렇게 땅을 파고 거기에 들어가있더라고요.

누가 돼지보고 머리 나쁘다고 했어!

 

 

 

 

대추나무라고 하는데 꽃이 피었습니다. 

 

 

 

 

 

 

풋복숭아.

초등학교때 이맘때면 학교 앞에서 아주머니가 이 풋복숭아를 잔뜩 담아놓고 팔곤 했는데 선생님과 부모님으로부터 절대 사먹으면 안된다고 다짐을 받았었지요. 덜 익어서 먹으면 배탈난다는 이유였어요.

 

 

 

이게 나중엔 갈색의 솔방울이 되겠지요. 지금은 여름. 초록의 계절.

 

 

 

 

거두지 않은 파가 이렇게 꺽다리가 되어 있습니다.

 

이현수의 단편 소설 <파꽃>이 생각납니다. <토란>이라는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어요.

 

 

 

 

 

 

 

멀리 산도 보이고 완전 시골 풍경인데 저 너머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집도 저 근처 어디쯤.

 

 

 

 

Human monkey, 라고 남편이 그랬습니다. 무례하게.

열심히 무슨 열매를 따고 계신 듯 했습니다.

 

 

 

 

 

 

 

 

 

 

 

 

 

생긴 것은 분명히 명아주 같은데 키가 너무 커서 명아주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나팔꽃이라고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연지를 비롯해서 비슷한 꽃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물이 있으니 다리도 있고요.

 

 

 

 

하늘은 푸르고

 

 

 

 

길은 어디론가 계속 이어집니다.

 

 

 

 

 

씨마저 다 떠내보내고 씨가 있던 자리만 남았습니다.

저 자리도 언젠가 사라지겠지요.

 

 

 

이곳에 무슨 공원을 만든다고 기획 중이라는데,

부디 이대로 두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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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9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6-06-19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이 다 좋지만 제가 하나 뽑는다면?
˝햇빛 쨍쨍한데 이 달팽이 언제 걸어서 집까지 가나...˝

ㅋㅋ 재밌어요.

사진 보는 재미에다 글 읽는 재미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갑니다. ^^

hnine 2016-06-19 14:09   좋아요 1 | URL
저 달팽이가 매달려있는 곳이 밭 울타리로 쳐놓은 망사 천이거든요.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왔는지 모르겠어요.
걷는데 정신 팔려 가다 정신 차리고 보면 ˝여기가 어디지?˝ 이럴 때가 있고 그럴때 순간 암담함을 느낄 때가 우리 사람들도 있잖아요. 달팽이는 그런 생각을 안하니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으려나요? ^^ 제가 달팽이 걱정까지 해주느라...
사진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제는 저렇게 걷고나서 집에 와서 1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축 늘어져있었답니다 ㅋㅋ
사진찍는 건 제가 좋아하긴 하는데 따로 배워볼 기회는 없었어요. 일단 배우면 자꾸 더 잘 찍으려는 욕심이 생길까봐 그냥 제 멋에 찍고 다니며 만족하고 있네요.

stella.K 2016-06-19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햐아~! 잘 찍으셨네요. 저는 썬그라스는 껴줍니다. 멋으로는 아니고 눈 보호를 위해 10년쯤 된 거.ㅋ 선크림은 끈적여서 싫어하구요. 여름 낮엔 나갈 일이 별로 없어서...^^

hnine 2016-06-20 05:05   좋아요 1 | URL
썬그라스가 원래 멋을 위해서가 아니라 눈 보호를 위한 것 맞는 것이, 외국에서는 어린 아이들도 야외에서 썬그라스 하고 있는 것 많이 봐요. 저는 순전히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용감하게 맨얼굴로 햇빛에 나가고 있는거죠. 저도 더위, 땀, 여름, 모두 기피대상이어서 햇빛 쨍쨍할땐 잘 안나가는데 어제는 집에만 계속 있으니 너무 갑갑하기도 하고 해서 나갔었는데, 허걱...정말 허걱이었어요 ㅠㅠ

oren 2016-06-19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까마득한 옛날에 시골에서 학교 다닐 때, 바로 이맘때쯤 제 고향 동네에서 봤던 풍경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그런데, `명아주`는 저도 숱하게 봤지만 저런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던 듯해요. 아무튼 저 풀도 제가 어릴 때 자주 봤던 모습인데 이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도통 모르겠네요. 이 사진들을 보니 문득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말했던 ˝올바른 관찰 태도는 몸을 수그리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절로 떠오릅니다.
* * *
˝자연의 구석진 곳 어디에서든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그것을 찬찬히 보는 데 필요한 한적하고 고요한 기분에 젖어 한 생명체가 지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만의 비밀이 떠오른다. 그것이 얼마나 소박하고 내밀한지를 말이다. 이끼 속에 깃든 아름다움은 가장 신성하고 조용한 구석에서 음미해야만 한다.˝
-『소로의 자연사 에세이』중에서

hnine 2016-06-20 05:11   좋아요 1 | URL
oren님, 저도 풀 이름 잘 모르는데 명아주는 어머니께서 6.25땐 저 명아주도 뜯어서 먹었다고 하시며 여러번 말씀하셔서 그나마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제 저것은 키가 너무 커서 저도 명아주라고 자신있게 말 못하겠어요. 몽글몽글한 꽃과 잎은 따로보면 명아주 같긴 했는데 말이죠.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아무래도 주위를 더 잘 관찰하게 되는 것 같아요. 풀이나 열매를 보기 위해선 눈을 아래로, 몸을 수그리게 되고, 요즘은 새에도 관심이 조금씩 가게 되서 하늘도 쳐다보게 되고 소리에도 귀기울이게 되고 그러네요. 말씀하신것처럼 사실 옆에 동행이 있는 것보다 혼자 걸으며 발견하고 느끼고 배우는데 더 묘미가 있는 것 같아요.

qualia 2016-06-20 20:28   좋아요 0 | URL
저 풀이 명아주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명아주 잎은 저 풀의 풀잎같이 길쭉한 모양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명아주는 꽃 혹은 열매 혹은 씨앗들이 저렇게 대규모(?)로 다닥다닥 피거나 열리지는 않지요. 저 풀과 명아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어릴 적 시골 마을에선 집들 앞마당 한켠에 명아주들이 아주 크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죠. 작은 명아주 잎은 뜯어서 나물로 무쳐 먹기도 했답니다. 맛이 괜찮았어요.

근데 저 풀 역시 종종 눈에 띄는 풀인데, 저도 이름은 모르겠네요. 어릴 적부터 모습만 알았지 이름은 몰랐던 수많은 풀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럴 때 사진 이미지를 입력하면 사진 속 풀/나무/동물/물건/사람 등등에 대한 정확하고도 자세한 정보가 좌르륵 뜨는 검색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외국 회사가 이런 검색 방법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오래 전에 본 것도 같은데요. 구글 이미지 검색에 이런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hnine 2016-06-21 14:58   좋아요 1 | URL
아~ qualia님은 명아주 나물도 드셔보았군요. 제가 아는 명아주도 절대 저렇게 키가 크지 않았어요. 오히려 고개 숙여 봐야 하는, 키 작은 풀이었는데...저건 뭘까요? ˝넌 이름이 모니~˝ 물어볼수도 없고 말입니다 ^^

oren 2016-06-21 00:25   좋아요 1 | URL
그런데요, 명아주도 더러 크게 자라면 아주 쓸모가 있답니다. 지팡이로 만드는 거죠. 작년에 도산서원에 두 번째로 갔을 때도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가 생각나 찾아봤고,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또다시 놀랐답니다. 지금 검색해 보니 길이가 무려 140cm라고 하네요.
* * *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를‘청려장’이라고 하는데 통일신라시대부터 장수한 노인에게 왕이 직접 청려장(靑藜杖)을 하사한 전통이 내려와서 조선시대에는 나이 70세와 80세를 맞는 노인에게 각각 국장(國杖)과 조장(朝杖)이라 하여 하사하였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청려장은 문경시 호계면 일대에서 지역특산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울퉁불퉁한 표면이 손바닥을 자극하는 효과와 함께 재질이 단단하고 가벼운 장점이 있다.대표적인 청려장으로는 안동 도산서원에 퇴계 이황 선생이 짚고 다니던 길이 140cm의 청려장이 있다.
(인용문 출처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8818&yy=2015)

hnine 2016-06-21 14:58   좋아요 1 | URL
명아주가 그렇게 크게도 자라는군요. 예, 제가 본 저 풀도 족히 1m는 넘어보였어요.
지금 우연히 TV를 보고 있는데 ˝소루쟁이˝라는 풀을 소개하는데 비슷해요. 딱 키 큰 명아주처럼 생겼어요.

qualia 2016-06-2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 길 사진은 하나의 전형적인 작품 같다는 느낌이 딱 들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 마음 속에 딱 들어와 박히더군요.
어떤 동경, 설레임, 호기심, 상상력을 보자마자 호출합니다.
제 마음 속 아이가 저 길을 끝까지 걸어올라갔다가
다시 뛰어내려오고 다시 걸어올라갔다가
다시 뛰어내려오고... ^^

hnine 2016-06-20 21:45   좋아요 1 | URL
길은 호기심과 설레임과 동시에 제 경우엔 어떤 두려움도 함께 불러일으켜요. 안가본 길을 가본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니까요.
그런데 저 길 따라 끝까지 더 갔더라면 아마 저날 저는 일사병 걸렸을지도 몰라요 ㅠㅠ 뭘 믿고 모자 하나 안쓰고 길을 나섰다가 설마 6월 햇빛이 그렇게 강할 줄 몰랐던거죠.
알고보면 사진들이 너무나 다 전형적인 사진들인데, 잘 봐주셔서 고마와요. 이렇게 함께 봐주는 분들이 안계시면 제가 무슨 재미로 사진을 올리겠어요 ^^

낭만인생 2016-06-20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갑니다.

hnine 2016-06-21 00:56   좋아요 1 | URL
낭만인생님, 여길 다 와주시고...감사합니다.
요즘 부쩍 풀과 새와 꽃, 나무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