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앉아 창 밖으로 길 건너 상점들을 내다본다

손님도 없는데 치킨 집 남자는 나름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역시 주인 혼자 지키고 있는 옷가게

그 옆 미장원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손님이 없어 쓸쓸해하면 안되는데

생각하다가

창 밖으로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을 내다보고 있는 행위 자체가

쓸쓸함, 그것임을 알았다

 

 

2013.1.17

 

 

 

 

 

 

 

 

 

 

 

 

 

 

사람들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산을 보곤 하는 것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저 빈 잔디밭을 굴러가는 비닐봉지같이

비닐봉지를 밀고 가는 바람같이 외로운 줄은 알았어도

알았어도

다시 외로운,

새로 모종한 들깨처럼 풀없이 흔들리는

외로운 삶

 

 

 

- 장석남 詩集 <젖은눈>에 실린 '자화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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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1-1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삶은 어찌보면 외로움의 연속일수도......
문득 문득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떠오르고는 합니다.
분주함속의 외로움, 쓸쓸함이여!

hnine 2013-01-18 05:12   좋아요 0 | URL
쓸쓸함을 느끼는게 이상한게 아니라, 말씀하신대로 삶이라는 것이 외로움의 연속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가끔씩 느끼는 충만함과 따뜻한 감정에 더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고독은 정말 군중 속에서 느낄 때가 많지요.
세실님은 쓸쓸함을 너무 오래 끌고 가지 않는 현명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잠깐씩만 느끼면 좋겠어요.

이진 2013-01-1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손님없는 가게를 보면 왠지 측은한 마음이 찾아들곤해요.
장사는 잘 될까, 혹 쓸쓸하시진 않을까...
어쩌면 저를 보는 거 같아서 그런 걸지도요...
나인님 좋은 밤 되세요!

hnine 2013-01-18 05:16   좋아요 0 | URL
좋은 밤 되라고 해주셨는데 4시도 안되어 잠이 깼습니다. 어제 밤 좀 일찍, 10시쯤 아이 옆에서 잠이 들었거든요.
저희 집이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에 있다보니 주위에 새로 생긴 상점들이 많아요. 주민 수에 비해 너무 많은 상점들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저 많은 카페들, 저 많은 음식점들, 학원들...잘 되어야 할텐데, 괜한 걱정을 할때가 많지요.
가만 생각해보면 쓸쓸할 때 음악도 찾아듣게 되고, 글도 끄적거리게 되고, 이런 저런 생각도 하게 되고...우리들의 감성은 오히려 풍부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좋은 점도 있구나~ ^^

같은하늘 2013-01-1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워도 좋으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싶어요.
방학중인 두 아들들과 보내는 하루가 참말로 힘드네요. -.-;;

hnine 2013-01-18 05:21   좋아요 0 | URL
우리들 심리가 이렇다니까요. 사람들과 부대낄땐 좀 혼자 있었으면, 막상 혼자 있을 땐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그래도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해요. 그런데 그게 내가 나서서 만들지 않으면 그냥 주어지지 않더라고요.
아이 하나도 저는 힘든데, 두 아들들 데리고 쉽지 않으시지요. 이제 좀 더 크면 그렇게 엄마를 찾지 않는답니다.

프레이야 2013-01-1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젖은눈, 이 시집을 나인님 소개로 샀던가요, 제가요? 기억이 가물거려요. 암튼 시는 좋아요. 나인님의 단상은 더 좋구요. 손님없는 가게 분주한 주인장, 그걸 바라보는 시선이 전 왠지 따스하네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hnine 2013-01-18 22:34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시집을 한번 페이퍼에 올린 적이 있긴 하지요. 누구 소개로 구입하셨는지 모르지만 그 사람은 영광일겁니다 ^^
오늘 서울 다녀왔는데 한강이 꽝꽝 얼었더라고요. 집을 나서면 한강을 건너야 어디든 갈 수 있었던 (집이 한강 중간에 있어서요 ㅋㅋ) 그때에는 아무 느낌없이 보던 한강인데 오랜만에 보니 참 크고 넓다는 생각이 새삼 들더라고요. 추운 날, 글이라도 따스하게 느껴지셨다니 그 말씀이 또 저를 따뜻하게 합니다.

꿈꾸는섬 2013-01-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오랜만이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 지내고 계시죠? 근데 쓸쓸하신거에요? 전 요새 쓸쓸함을 즐기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고 외롭거나 쓸쓸한 마음이 안 드는 건 아니더라구요.^^

hnine 2013-01-18 22:37   좋아요 0 | URL
꿈섬님, 무소식이 희소식임을 믿고 있었어요. 제 자리에서 모두들 열심히 살고 계시리라, 한동안 안보이시는 서재 친구분들 생각할때마다 그리 생각했지요. 저도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쓸쓸한건, 뭐 늘상 느끼는 일이고요. 저의 혈액형은 "쓸쓸형"인가봐요 ^^
독서지도 공부도 계속 하시나요? 읽으신 책도 많으실텐데 시간 나실때 조금씩 조금씩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