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앉아 창 밖으로 길 건너 상점들을 내다본다
손님도 없는데 치킨 집 남자는 나름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역시 주인 혼자 지키고 있는 옷가게
그 옆 미장원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손님이 없어 쓸쓸해하면 안되는데
생각하다가
창 밖으로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을 내다보고 있는 행위 자체가
쓸쓸함, 그것임을 알았다
2013.1.17

사람들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산을 보곤 하는 것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저 빈 잔디밭을 굴러가는 비닐봉지같이
비닐봉지를 밀고 가는 바람같이 외로운 줄은 알았어도
알았어도
다시 외로운,
새로 모종한 들깨처럼 풀없이 흔들리는
외로운 삶
- 장석남 詩集 <젖은눈>에 실린 '자화상'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