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침으로 빵을 구운 날.

버터가 없길래 대신 식용유 대충 넣고, 설탕 양을 줄이고 대신 만들어놓았던 감잼을 넣었다

난 음식을 할때 여유있게, 푸짐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 남지 않게, 한 두번 먹을 분량만 가늠하여 하는 편이다. 저 날도 한 사람당 두개씩 계산해서 딱 여섯개 만들었다. 남편은 나의 이런 습관이 불만이다. 좀 남더라도 많이 해놓으라는데 남편부터 시작해서 우리 집 식구들 입이 짧기도 하고, 나는 음식 남아 버리는 거 정말 못한다. 냉장고 속 음식 재료 '해치운다'는 말도 싫다. 아까운 음식, 귀한 음식인데...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는 어디나 그럴까? 까페 천국이다. 여기도 까페, 저기도 까페.

아줌마 티 내느라 혼자서는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고작이면서, 가끔 식구들과는 저렇게 호사를 누린다. 날이 추워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까페에 갔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그냥 서비스로 받았는데 씁쓸하다고 아무도 안 먹어서 집에 가져왔다. 다음 날 점심 먹고 내가 디저트로 낼름.

 

 

 

 

자기 먹을 거 다 먹고나자 아이가 좀이 쑤셔하는 것 같고, 남편과 나는 좀 더 앉아 있고 싶고.

가져갔던 카메라를 아이에게 주고 지금 이 장소에서 네가 찍고 싶은 곳을 딱 한장만 찍어오라고 했다. 두장도 아니고 딱 한장. 그래서 아이가 찍어온 사진이다. 찍은 이유를 물으니, 항상 멈춰져 있는 시간이라서 찍었단다.

 

 

 

 

 

나도 한장.

비어있는 자리. 채워지고 싶은 자리.

비어있는 공간은 보는 나의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여유있어 보이기도 한다.

 

 

 

 

 

집에서 심심해하던 아이가 어느 날 학교에서 배운 것 복습해본다며 바느질을 했다. 박음질, 홈질, 감침질 연습이다. 처음엔 남자가 이런것도 배워야 하냐고 툴툴거리며 시작하더니, 너 진짜 잘 한다고 칭찬을 막 해주었더니 이번엔 이런 걸 만들어온다. 속도 채워서 제법 빵빵하게.

 

 

 

 

 

 

 

남편이 이 사진 보더니 자기에게도 보내달란다.

"이 사진, 탐나요? 갖고 싶으면 오백원!"

썰렁한 개그도 날려보고.

 

겨울은 간다.

방학때 더 바쁜 우리 나라 아이들. 내 아이는 그냥 팡팡 놀리기만 하는, 이게 더 잘난 척 하는거 아닌가 가끔씩 그런 생각도 들지만 그냥 이렇게 가보기로.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3-01-1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린인 뭔가 달라요. 멈춰있는 시간을 눈여겨 보다니, 그리고 저런 이쁜 소품을 바느질하는 솜씨하며^^ 빈 의자가 폭신해보이는 가족풍경이에요, 나인님.

hnine 2013-01-12 17:46   좋아요 0 | URL
늘 좋은 마음으로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느질 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도 나고 제대로 하기나 할까 했는데 생각보다 끝까지 마무리 하더라고요. 저는 학교 다닐때 저런거 잘 못해서 엄마께서 숙제 대신해주고, 그러는 아이였는데 ^^

bookJourney 2013-01-12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스한 풍경이에요. 다린이 마음 씀씀이는 hnine님을 닮은 듯. ^^

hnine 2013-01-12 22:01   좋아요 0 | URL
저런 식의 애교(^^)를 부릴때 제가 잘 받아주니까 서로 그런 면에서는 주고받기가 잘 되는 것 같아요. 마음 씀씀이에 있어서는, 다른 건 모르겠는데 잘 삐지는 것, 눈물 잘 흘리는 것, 그건 닮은 것 같아요.

BRINY 2013-01-12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단 고른 센스도 멋진걸요~
학교때 저런 숙제들, 이모, 엄마, 친구들이 거의 다 해줬어요. 제가 하는 걸 보다 못해!ㅋ

hnine 2013-01-12 22:03   좋아요 0 | URL
원단이 뭐냐하면요, 계룡산 관광기념 손수건 (산으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파는거 있죠?)이랍니다 ㅋㅋ 다행히 글자 있는 부분이 아니고 무늬가 있는 부분을 오려서 만들었네요.
저도 제가 숙제를 해달라고 부탁하기 전에 엄마께서 먼저 해주시겠다고 하셨던걸 보면 BRINY님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나봐요 ^^

마녀고양이 2013-01-1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어떻게 찍으신거예요?
저도 탐나요, 저 사진... 완전 멋져요.

사실 사진마다, 완전 제 스타일. 시계요, 전 저런 시계 너무 좋아해요.
그리고 첫 사진의 빵두,,, 아아....... ㅠㅠㅠㅠㅠㅠㅠ.
전 손이 커서, 잔뜩 만들구 버리고,, 저희 아파트는 음식 쓰레기 대란 중인디.
언니의 손크기가 저는 너무 부러워요. 배워야징... 아하하.

hnine 2013-01-14 07:26   좋아요 0 | URL
마지막 사진도 다른 사진들처럼 그냥 찍었어요. 마침 아이가 입고 있는 옷 색깔이 검은 색이어서 손과 하트가 도드라져 보이나보네요. 평소에 자주 가는 카페도 아니면서 사진 때문에 특정 카페 선전이 되는 것 아닌가 했는데 뭐, 그냥 넘어갑니다 ^^
제가 만든 빵은 사실 맛이 별로여요. 이것 저것 줄여 넣고 어떤 것은 더 넣고, 몸 생각 한답시고 그래서 말이지요.

블루데이지 2013-01-1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런 아이와 그런 사랑스런 아이로 키우신 hnine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가족이야기가 참 따뜻합니다! hnine님의 일상을 보니 마음이 포근해지네요..많이 행복하시지요?

hnine 2013-01-14 07:29   좋아요 0 | URL
에궁, 불루데이지님도 아시겠지만 어쩌다 보여지는 한 컷일 뿐이지요. 저러고 돌아서서는 바로 큰소리 내기도 하고, 화도 내고, 그런답니다. 아이가 사랑스러울 때도 있지만 키우다 보면 그 아이때문에 속상할때도 많고요. 그쵸? ^^
사진 속의 멈춰진 시계처럼, 잠시라도 시간을 붙들어놓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고, 기록에 남기고, 그러고 있었네요.
월요일 하루, 좋은 시작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오늘 서울에 가야하는 일이 있어서 지금 저녁밥 미리 해놓으면서 하던 일 마무리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다락방 2013-01-1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일 첫번째 사진이 좋아요, 나인님. 갓 구워진 빵. 마음이 포근해져요. 훗.

hnine 2013-01-15 00:0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빵 굽는거 한번 배워보세요. 먹기 위해서도 좋지만, 아마 다락방님의 감성과 글솜씨라면 글감이 마구 생겨날지도 몰라요 빵 만드는 과정에서요.
빵 굽는 과정이나, 빵 냄새, 빵 먹는 느낌, 분위기...마음이 포근해지는 것도 맞고요. 무엇보다도 몇g 계량해서 하기때문에, 하라는대로만 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어요. 발효빵의 경우엔 또 다른 얘기지만요.

같은하늘 2013-01-17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듯 해요~~~
우리 아이도 바느질을 배워 낑낑거리며 숙제하겠네요..ㅎㅎ
늦었지만 새해복 만땅~~

hnine 2013-01-18 05:22   좋아요 0 | URL
빵 굽는 냄새라고 하시니 같은하늘님의 고구마 케잌이 생각나네요.
여전히 아이들과 책읽기도 부지런히 하실테고 맛난 음식 손수 만드시며 지내실텐데 그 얘기들 다 어디에 풀어놓으시고 여긴 잘 안오시나욧! ^^
반가와서 투정 한번 부려봤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하늘 2013-01-18 00:12   좋아요 0 | URL
그 많은 얘기들 아무데도 풀어놓지 못하고 있으니 안심하세용~~ㅎㅎ
잠시 다른거 하느라 바빴는데, 이것저것 하시면서도 알라딘 활동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참말로 존경스러웠답니다.^^

꿈꾸는섬 2013-01-1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침에 갓 구운 빵이라니 정말 맛있겠어요.^^
다린이의 사진도 좋구요.

hnine 2013-01-18 22:37   좋아요 0 | URL
꿈섬님 불러들이느라고 제가 오랜만에 빵 사진 올렸나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