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알라딘 문화초대석 행사로 아이 데리고 창덕궁엘 다녀왔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00만부 발간 기념으로 창비 측에서 마련한 자리인데 유홍준 저자와 1박2일의 나영석 PD가 함께 했다.

창덕궁엘 가본적이 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일반인에게 상시 공개하지 않는 후원을 볼 수 있다는 기대로 아침부터 아이 데리고, 고속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가는 길은 비가 와도 흥이 났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왔다. 창덕궁에 도착하자 더 오는 것 같았다 (사진을 잘 보면 빗줄기가 보임). 신발 속으로 빗물이 다 들어왔고 바지 아랫단은 비에 젖고 흙탕물이 튀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나는 비 오는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비 오는 날 고궁이나 박물관, 미술관 가는 것은 좋아하는지라 별 불만없이 아이 데리고 2시간을 질퍽거리며 돌아다닐 수 있었다.

 

입구인 돈화문 앞에 100여명이 모였다. 비 때문에 신선원전 처마밑 툇마루에 앉아 유홍준님의 설명을 들었고 나영석 PD, 그리고 창덕궁 관리소장님의 인삿말씀을 들었다. 창비 측에서 마련해준 따뜻한 매실차로 몸을 좀 녹이고.

 

조선시대 왕궁은 경복궁과 창덕궁의 이원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 규모면에서 더 크고 공식적인 경복궁은 임진왜란에 불타서 대원군때 중건될때까지 왕들은 창덕궁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우리가 앉아서 설명을 들은 신선원전은 원래 역대 왕들의 초상화를 모신 곳인데 현재 이 안에는 초상화가 없다. 6,25 한국전쟁때 부산 용두산에 이전시켜 놓았다가 다 타버렸기 때문. 안타까운 일이다.

 

옥류천, 부용정 등이 있는 후원을 구비구비 돌아다니는 맛.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꽃 구경, 후원 구경이 얼마나 더 흥이 났을까. 창덕궁 후원에 있는 여러 개의 정자 모양이 다 다르다고 하는데.

 

인정전 옆의 회랑에서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헤어졌다.

 

나 : "다린아,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 중국의 정원에 비해 우리 나라 정원은 다른 나라에서 그대로 흉내내서 만들어놓기가 어려운 이유가 뭐라고 했지?"

다린 : "우리 나라 정원은 주위의 자연과 함께 어울려있어야 하기 때문이래요."

 

그래, 그것만 알아도 좋다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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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2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넘 멋졌네요
다린이랑 나중엔 둘이서만 가셔도 넘 좋으실 것 같아요

hnine 2012-04-27 16:49   좋아요 0 | URL
안국역에 내리면 갈 곳이 너무 많은거있죠~ ^^
서울은 지하철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참 편해요.

상미 2012-04-2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서 고궁을 갔구나.
좋은 시간이었겠다.
안국역에서 쭉 올라가서 있는 병규네 학교가 창덕궁 담벼락과 맞닿아 있어.
운동장에서 보면 고궁의 지붕들이 보이고 멋지단다.

hnine 2012-04-27 17:41   좋아요 0 | URL
안내표지판에서 학교 이름 봤어. 명당 자리에 있구나.
날씨가 좋았으면 북촌마을도 가보고, 다린이가 가보고 싶어하는 홍대 입구의 찰리 브라운 카페도 가보는건데 (사실은 내가 더 ^^) 좀 아쉬웠지.

카스피 2012-04-2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과의 대화가 넘 정겨우시네요^^

hnine 2012-04-27 20:46   좋아요 0 | URL
ㅋㅋ 딸 아니고 사내녀석이랍니다.

프레이야 2012-04-27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덕궁 나들이 잘 하셨네요.^^
지난 토요일 그곳에도 비가 많이 왔었군요.
여기도 하루종일 봄비가 주룩주룩 내렸어요.
다린이도 무척 좋아했겠어요.

hnine 2012-04-28 08:25   좋아요 0 | URL
비 엄청 왔어요. 그날 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비온다고 예보에 나왔었지요. 많이들 안 올줄 알았다고 주최측에서 그러시더군요.
다린이는 속으로 좀 힘들었을거예요. 사실 우리 나라 역사가 담긴 곳을 직접 눈으로 보여준다는 저혼자 꿍꿍이로 데려간 거였는데 원래 관심있어 하던 것도 아니면서 비 맞으며 돌아다니려니 아주 재미있지야 않았겠지요 ^^

파란놀 2012-04-28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궁궐은 숲을 옆에 마련하기는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숲'은 아니고
'따로 가꾸어 만드는 숲'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베끼기가 그리 힘들지는 않아요 ^^;;;

다만, 중국이나 일본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와 다른 대목이라면,
궁궐이나 둘레에 건물만 세우지 않고,
반드시 숲을 가꾸어 만들었다는 대목이에요.
왜냐하면, 임금님이 머리를 쉬고 몸을 추스르려면
숲이 꼭 있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오늘날 도시에서는 숲이 없지요...

hnine 2012-04-28 08:28   좋아요 0 | URL
임금님이 머리를 쉬고 몸을 추스르려면 숲이 꼭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는 것 부터 저는 한국 궁 옆에 있는 정원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자연과 어울리는 정원이란 자연스럽게 발생된 숲의 의미가 아니라 공식이나 틀이 없이, 그때 그 옆의 주위 환경과 어울리게 만들어놓았다는 것을 말하지요.

파란놀 2012-04-29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한국 궁궐에 있는 숲(정원)은 '주위 환경과 어울리게' 만들지는 않았어요 ^^;;;
이는, 한국 궁궐 숲(정원)을 연구한 한국-일본 학자와 사진가와 건축가들이 잘 밝혔으니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될 만하지만,
몇 가지 이야기를 적어 본다면,
언제나 '임금님 머리 쉴 곳'이라는 테두리에서만 가꾸었어요.

곧, 궁월에서 나와 하느작하느작 걸어다니며 머리를 쉰다고 할까요.
꼭 이만큼만 하기에 좋도록 만들었어요.
더도 덜도 아니랍니다..
'비원'이라는 곳을 헤아려 보면 쉽게 알 수 있을까요...

궁궐에서 만든 숲(정원)을 둘러싼 높다란 돌담 바깥에는
높은 신하들 사는 기와집이 있었을는지 모르나,
이런저런 기와집보다는 가난한 백성들 풀집(초가)이 많이 있었어요.

백성들은 숲을 누리지 못하는 환경에서
임금님만 숲(정원)을 누렸지요...
시골사람이라면 으레 숲을 누렸겠지만,
서울(한양)에서 궁궐 둘레 백성들은
숲이고 풀이고 거의 못 누렸다고 할까요...
백성들은 임금님 숲(정원)을 만드는 노역자로 끌려와서
잔뜩 일만 해야 했어요...

(나쁜 뜻으로 적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과 역사가 이렇다는 이야기입니다...)

hnine 2012-04-29 10:25   좋아요 0 | URL
잘 알겠습니다. (아참, 저기가 바로 그 '비원'입니다.)

희망찬샘 2012-04-2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경복궁에 다녀 왔는데 (하나도 본 건 없어요.) 정말 사람이 많아 깜짝 놀라고만 왔지요. 기회가 된다면 서울 고궁 답사를 한 번 해 보고 싶네요. 그저 놀고 싶은 아이들 데리고 공부 시키려는 마음으로 무장할까봐 염려스럽긴 하지만요.

hnine 2012-04-30 10:56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님, 정곡을 찌르셨네요. 공부시키려는 마음으로 미리 무장하는 엄마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 부터 해야하는데,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가고...어렵더군요.
경복궁은 창덕궁 설명하면서도 비교가 자주 되더라고요. 규모면으로도 그렇고, 조선의 대표적인 궁은 경복궁이지만 왕들이 창덕궁에 더 애착을 가졌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더 흥미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