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싶지 않은 것들.

 

(현재로서는)

 

 

 

가운데 CD 세개는 아이가 듣는다고 해서 사준 것이다.

 

아이 "요즘 학교에서 애들이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뭔지 알아요?"
"음...게임? 축구?"

아이 "아니요~"

"축구도 아니고 게임도 아니고, 그럼 뭘까?"

궁금해졌다. 그 또래 아이들이 축구보다, 게임보다, 더 관심을 갖는 것이 도대체 뭘까?

아이 "음악이요."

아하, 그렇구나. 생각해보니 나도 아이 나이 쯤 되면서부터 가요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 노래 가사만 적어놓는 수첩을 따로 마련해서 받아 적고 혼자 보면서 부르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들어갈 무렵부터는 가요뿐 아니라 팝송에 관심 증폭. 라디오를 거의 끼고 살았다. 지금처럼 CD, mp3, 이런 단어조차 이 지구상에 없던 시절이다.

같은 시절을 매우 다르게 보낸 남편은 그게 이해가 안된단다.

그래, 게임보다 낫지, 하며 덥석 사준 CD.

그런데 세상에, 함께 들어보니 웬 속어가 그리 많이 나오는지.

다음부턴 사전 검열을 해야하나?

노래라는 것이 듣다 보면 자연히 따라 하게 마련인데, 이건 이건...

 

그건 그렇고, 바로 처음부터 CD를 사달라고 하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기술 좀 보게.

컸구만.

 

혜민 스님의 책은 읽고 있는 중인데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고, 안 보던 곳으로 시선을 향하게 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책 제목을 가만히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은,

멈추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음에도 우리가 멈추지 못하고 계속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멈추면 넘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멈추는 순간은 대개 본의 아니게 오고, 나도 모르게 오고, 혹은 사고에 의해서 온다. 의도적으로 멈춰 보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일부러, 의식적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이런 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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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2-0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고로 팔 마음도 없지만 중고로 팔려 해도 못 팔아요.^^
연필자국 많아서요.
혜민스님 책이 좋군요.^^
나인님 편안한 토요일 보내세요~~

hnine 2012-02-05 16:14   좋아요 0 | URL
저도 마구 밑줄 긋고 별표 하며 읽는 타입이긴 한데 간혹 그렇지 않은 책들은 중고책으로 파는 것도 서슴치 않고 해요. 읽다보면 이건 소장용이다 아니다 판가름이 나지요.
혜민 스님의 책, 좋더군요. 그런데 읽으면서 혜민 스님에게 묻고 싶은 것도 많이 생겼어요. 아무튼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비로그인 2012-02-0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멈추면 넘어질 것 같기 때문에... 정말 맞는 말이네요. 가만히 있어도 뒷걸음질 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나저나 CD 구매를 부추기는 아이의 기술이 정말 세련됐네요 ^^ㅋㅋ 여유로운 주말입니다~!

hnine 2012-02-05 16:18   좋아요 0 | URL
우리 그럴 때 많잖아요. 지금 잠깐 자려고 누우면 아예 못 일어날 것 같아서, 지금 잠깐 쉬면 아예 주저 앉을 것 같아서, 그래서 멈추지 않고 가던 길 계속 가는 편을 택하는 거요. 그런데 살다 보면 그런 것도 필요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무식하게 그냥 곧장, 멈추지 않고 쭈욱 가는거요.
아마 이 책 리뷰 쓸때 더 자세히 풀어놓을 것 같습니다.
CD 듣는 것은 좋은데 가사가 정말, 허걱~이더라고요. 그에 비하면 우리 나라 가요 가사들은 정말 건전한거예요.

파란놀 2012-02-0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이 걷고
즐거이 서고
즐거이 달리고
즐거이 쉬면
좋은 나날이라고 믿어요~

hnine 2012-02-05 16:19   좋아요 0 | URL
에구, 저는 즐거이 걷지 못하고 즐거이 달리지도 못하고 즐거이 쉬지도 못하고 있는 요즘인데, 그러다가 다시 반대 주기를 타는 날이 오겠지 생각하며 견딥니다.

진주 2012-02-0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과 저는,
같은 시대를 아주 흡사하게 보냈었군요^^
저도 중고딩 때는 음악을 주구장창 끼고 살다가
쬠 더 자라 대학 땐 급기야 음방의 디제이-판순이 짓도 하는 사태까정 갔답니다..ㅎㅎ
아주 잠시였지만요...^^;

hnine 2012-02-05 16:20   좋아요 0 | URL
와, 멋져요. 음악다방 DJ! 목소리와 외모도 된다는 얘긴데, 으흠... ㅋㅋㅋ 그런데 왜 잠시만 하셨어요? 귀찮게 하는 남학생이라도?? (저 좀 말려주세요. 또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어요 제 멋대로)

진주 2012-02-05 21:40   좋아요 0 | URL
오오..아닌데 ㅋㅋ 이유는 너무 건전해서 삭막하게 느껴지실거예요 ㅋ
교회 때문에요. 믿음 생활에 불 붙다 보니 더 이상 그런게 흥미가 없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12-02-0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창시절 음악 참 많이 들었었는데 말입니다.
전 노래테잎을 계속 사다모았었던 것같아요.
지금도 음악 듣는 게 참 좋네요.
그래서 '나가수'를 꼭 챙겨봐요.
왜냐하면 그시절 즐겨 들었던 노래들을 나가수들이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더라구요.ㅋㅋ
그래서 듣고 있음 참 행복해요.^^

hnine 2012-02-05 16:22   좋아요 0 | URL
저도요! 구두 상자로 노래 테입이 한가득이었어요.
그런 것으로 나름 고민과 걱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그 시기를 보냈던 것 같은데 요즘 학생들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요. 뭔가 계속 눈으로 보면서 해소하는 것 같더군요.
오랜만에 정말 예전에 듣던 노래를 다시 들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