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내가 한참 바쁠 때 아이는 방학을 했다.
"너는 걷는 방법은 잊어버렸니?" 하고 내가 물을 정도로 걷지 않고 뛰는, 활동적인 아이에게 하루 종일 집에서 조용히, 자기 할 일 하고 있기를 기대하기란, 아이가 어디 아프지 않고는 기대하는 내가 어리석다고 할 것이다. 잠깐씩 나가서 영화라도 보고 들어오려고 짬을 내었다.
그러다 하루 맘 먹고 나선 길.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하는 투탄카멘 파라오전이다.

-www.tutkorea.com에서 퍼온 이미지-
공식홈페이지는 여기 http://www.tutkorea.com
시작한지 꽤 되었는데 방학 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아이만할 때 소년중앙이라는 잡지에서 처음 투탄카멘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는 호기심이 바짝 일었던 기억이 있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국립과천과학관.
좀 비싸긴 하지만 오디오대여까지 포함한 입장권을 구입했다.
그리고 각자 관람 시작.
로제타 스톤부터 시작한다. 로제타 스톤,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그 내용이 문자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내용이라는 것. 그 암호같은 문자를 풀어낸 프랑스인 쟝 어쩌구 하는 사람.
다 둘러보고 서로 문제를 내서 맞추기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더니, 다 보고 나면 문제가 생각 안날지 모른다며 생각났을 때 바로 문제를 낸다고 종이와 연필을 들고다니며 관람한다.
세문제씩 내서 더 많이 맞춘 사람에게 책이나 기념품 사주기 내기.
다음은 내가 낸 문제.
1. 투탄카멘왕은 부인이 없었다. (참, 거짓)
2. 투탄카멘왕의 무덤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 것은?
① 지팡이
② 샌들
③ 보드게임
④ 파피루스
3. 투탄카멘왕의 미이라는 발굴 당시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참, 거짓)
다음은 아이가 낸 문제.
1. 이집트에 '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누구인가?
① 군인
② 포도주 관리자, 보관자
③ 파라오의 하인
④ 파라오가 타던 카누의 노 젓는 사람
2. 우샤브티는 무엇인가?
① 카누의 노 젓는 사람
② 하인
③ 농부
④ 평민
3. 이집트 배에는 화물 몇 톤을 담을 수 있었나?
접힌 부분 펼치기 ▼
1. ②
2. ②
3. 벌써 잊어버렸다 ㅠㅠ 그날도 이 문제를 못 맞췄는데...
펼친 부분 접기 ▲
"야, 문제가 이게 뭐야?"
아이가 낸 문제를 본 나의 말이다. 내기에서 이기려고 별로 중요해보이지도 않은 문제를 만들어낸 것 같은 출제자의 의도가 역력히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아이는 내가 낸 문제 세개를 다 맞추었고, 나는 아이가 낸 문제 중 3번 문제를 틀려서 승리는 아이에게 돌아가고, 철 없는 이 엄마는 또 잠시 삐지기도 했지만 약속은 약속. 집에 오는 길에 버스 터미널에 있는 영풍문고에서 아이가 사달라는 책을 한권 사주어야 했다.

이 전시는 내년 2월 말까지라고 하는데 이 전시를 마지막으로 이제 전시품의 해외 전시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집트의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한다.
둘.
손으로 카드를 만들고 보내는 일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가.
고맙고 인사건네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언제 이렇게 게으르고 뻔뻔해졌는지.
올해 내가 받은 유일한 카드는 이것 한장.


바로 내 옆에서 이렇게 배깔고 엎드려 만들었는데 10분이나 걸렸나?

너무나 열두살이 되고 싶다는 아이 ㅋㅋ
셋.
바로 몇 시간 전에 다녀온 곳이다.


Good bye라는 글자가, 알록달록 색깔에 둘러싸여 별로 슬퍼보이지가 않는다.
대전예술회관이라는곳은 어제 처음 가봤는데, 소위 대전 원도심에 위치한 곳.
원도심이란 '원래의 도시 중심 지역'이란 뜻으로 예전의 대전 시내를 말한다. 새로 개발된 도심지에 비해 건물들도, 분위기도 오래된 지역이다.
음악 공연도 보고, 저녁까지 다 해결하고 왔다.


이곳에 가기 전에 꽃집에서 꽃다발을 맞추면서 하이드님 생각을 했고,
공연의 첫 순서였던 북, 장구, 태평소 연주를 보면서는 울보님 댁 류를 생각했다.
나, 알라디너 맞다.
내일은 또 새로 개봉한 영화 '프렌즈'를 보러간다. 물론 아이와 함께.
토요일엔 동학사에 다녀올까 하고,
일요일, 새해 첫날엔 부모님께 다녀올 계획이다.
2011년 겨울. 이사와서 보내는 첫겨울. 춥지 않아 좋다.
집 안에서 어그 부츠 신고 있던 지난 겨울에 비하면. 전기 난로 켜놓고 끌어안고 잠들어 큰일 날뻔 했던 그 겨울에 비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