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점심까지 다 먹은 후 집에서 1시 30분에 출발했다.
충북괴산의 산막이옛길.
같은 충청권이라고 얼마 안걸릴거라 얕잡아 보면 안된다.
1시간 30분 소요.
괴산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저 호수를 빙 둘러서 걷는 길, 산막이 옛길 4km.
등산로도 따로 있는데 오늘은 이 4km산책로만 걸었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경사. 딱 좋았다.
예전엔 사과하면 대구 사과 라고 할 정도로 남쪽 지방에서 재배되었던 사과였는데 요즘은 품종이 다양하게 개량되어서인지 청송 사과에 이어 괴산에서도 사과를 많이 재배하고 있는 모양이다. 1년 365일 냉장고에 사과 떨어지는 날이 없는 우리 집 사과 대장 나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과 나무를, 그것도 사과가 이렇게 예쁘게 달려 있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다.
"사과다!" --> 내 입에서 나온 소리.
사과 나무는 밤나무나 감나무처럼 높고 크지 않고, 아담한 키라서 손으로 가서 한번 만져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러진 않았다), 가지 끝에 플라스틱 물체를 군데 군데 매달아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의 추측으로는 그것이 추 역할을 하여 사과 가지가 좀 더 아래로 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 가지에 달려있는 사과를 따기 쉬우니까.
초록 잎 사이사이에 빨간 사과가 달려 있는 모습이 정말 소박하면서도 예뻤다.
모네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연못을 빙 둘러서 연보라색 국화과 식물 (정확한 식물명 모름 ㅠㅠ)이 물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초록과 빨강의 조화.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저 초록 이파리는 동글동글, 아휴, 귀여워.
좌심방, 우심방...심장 모양 이파리가 수직으로 일렬 종대.
이렇게 배도 운행되고 있다. 돌아나올 때는 우리도 이 배를 타고 나왔다.
무성한 잎이 달린 나무도 좋지만 이렇게 나뭇잎 다 떨구어낸 앙상한 가지의 나무는 꼿꼿하고 고고해보여 좋다.
하늘, 그리고 뭉게구름.
오전에 친구네 교회에 초대 받아 갔던 아이를, 행사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가서 데리고 바로 출발했는데, 친구네 교회에서 더 놀다 가고 싶다는 것을 그냥 태우고 가서 그런지 아이는 나들이길 내내 그닥 즐거워 하지 않았다. 이제 어디 가자고 해도 좋아라 따라나서는 때는 지나고 있나보다 남편과 얘기하면서 조금은 쓸쓸했다.
흔들 다리도 건너보고, 낙엽 깔린 흙길도 걸을 수 있어 좋았다.
두다리 튼튼하고, 아직은 장난치고 까불며 다닐 수 있을 때, 많이 많이 다니고 싶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더 나이 들고 힘이 없어 마음껏 못 다니게 된다면 진~짜 억울할 것 같기 때문이다.
다리가 뻐근하다.
뿌듯한 피곤함이라고 하지? 이런 느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