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황 

 

 

2시 30분
세상이 잠자고 있을때
저는 눈이 번쩍 떠집니다
시계를 보기전에 
3시 반은 넘어 있기를 바래봅니다
자리에서 몸을 수직으로 일으켜 세울 때의 느낌을 아시는지요
수영장 안에 있다가 물살을 헤치고 밖으로 나올 때의 느낌
바람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할 때 코끝에 와닿는 느낌
비슷합니다 

 

혼자일때 혼자임을 즐기지 못하고
함께 있을 때 함께를 즐기지 못합니다
어리석음의 출발이 거기서부터라는 것
알면서 여전히
출발도 거기
끝도 거기입니다 

 

머리가 맑지 못할 때
손이 그것을 압니다
손이 꼼지락 거리기 시작하면
저는 그 손으로 무엇이든 해야합니다
머리를 달래는 건
마음이 아닌 저의 두 손
가끔은 두 발입니다 

 

세상은 보라색에서
회색 사이의 어디쯤
동일 색조 범위에 있지만
한 발자욱만 더 가도 덜 가도
다른 세상입니다
그 색조의 범위에서 뛰쳐 나오는 일을
꿈꾸기보다는 피하며 삽니다 

 

근황이라하면
이쯤 해서 마쳐야지요
근황이라 해놓고
너무 깊은 얘기를 하면 안되겠지요 
고백이나 고해성사가 되면 안되겠지요
듣는 당신 마음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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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2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6-13 04:24   좋아요 0 | URL
거기는 비가 왔었군요. 여긴 완전 햇빛 쨍쨍한 날이었어요. 아이랑 잠깐 공을 차는데도 금새 땀이 맺혔습니다. 일부러 바람 쐬러 나가지는 못했어요. 그러고 싶었는데 식구들 엉덩이가 무거워서 말이지요. 하루가 아쉽게 가더군요 ㅠㅠ

세실 2011-06-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무언가 힘든일이 있으신가요?
저도 오늘 새벽 2시에 깨어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 들었습니다.
산다는건 참.....

hnine 2011-06-13 04:28   좋아요 0 | URL
특별히 힘든일이 있다기보다 저는 어떻게 보면 불면증을 달고 산다고 봐야하는데 불면증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새벽에 좀 일찍 일어나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하며 지내요. 오늘은 3시 반은 넘어서 일어났네요. 밤에는 대신 일찍 누울 때가 많고요. 그러고 보면 불면증이 아니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
과제 하시느라 새벽까지 깨어 있으셨죠? 완결하는 성취감, 이것도 살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이 들어갈수록 스스로 그런 계기를 만들지 않으면 없겠더라고요.

섬사이 2011-06-1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적으신 '내가 바라는 건 신분상승이 아니야'라는 시도 그렇고,
뭔가 님의 기운을 쭉 바지게 하는 그런 일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꿈꾸기 보다는 피하며 삽니다'라는 말이 참 아파요.
오늘은 세 시를 넘겨 일어나셨나요...??

hnine 2011-06-13 19:47   좋아요 0 | URL
꿈꾸기 보다는 피하며 산다는 말은, 이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사는 것이 자연스런 나이가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나의 색깔, 나의 세계, 나의 생각, 나의 성격...불만스러운게 더 많았고 고쳐보고 싶었던 시기를 지나 이제 가진 것을 되돌아보자는, 그런 뜻이었어요.
예! 오늘은 세시 반 쯤 일어났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성공이랍니다 ^^

하늘바람 2011-06-1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hnine 2011-06-13 19:47   좋아요 0 | URL
제가 저 속에 다 들어있어요 ^^

양철나무꾼 2011-06-1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세시까지 잠 못들고 있는다는 것보다는,
세시에 일어났다, 가...더 건설적으로 들리는 제 심사는 어찌 된거란 말입니까?^^

자리에서 몸을 수직으로 세울 때의 느낌은 알 수 없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는 건 비몽사몽인고로...
다만 고고할 거라는 짐작은 해봅니다~^^

근황이 고백이나 고해성사가 돼도 괜찮아요.
나누면 그만큼 덜어낼 수 있잖아요.

같이 해요, 우리~

hnine 2011-06-13 19:50   좋아요 0 | URL
아이 낳고 키우면서 부터인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저도 완전 야행성 인간 이었거든요. 아이 재우고 그 옆에서 같이 잠들어 눈 떠 보면 꼭 저 시간이었지요. 이제 아이 옆에서 잠들지 않아도 그 시간에 눈이 떠져요. 안 그럴 때도 있는데 그때는 몸이 어디 아플 때랍니다. 그런데 저는 그 새벽 시간이 싫지 않아요. 싫기는 커녕 너무나 아끼는 시간인데 아무래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몽롱하고 어지러울 때가 종종 있어 그게 아쉽지요.
양철댁님, 같이 하자는 말씀에 막 의지하고 싶어집니다...

꿈꾸는섬 2011-06-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새 너무 잘 자고 잘 먹고 너무 잘 지내고 있는데......hnine님은 불면증......그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hnine 2011-06-14 15:49   좋아요 0 | URL
전 새삼스럽게 불면증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매일 저의 일상인걸요. 그래서 남들보다 더 빨리, 팍팍 늙고 있어요 ㅠㅠ

2011-06-16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7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