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황
2시 30분
세상이 잠자고 있을때
저는 눈이 번쩍 떠집니다
시계를 보기전에
3시 반은 넘어 있기를 바래봅니다
자리에서 몸을 수직으로 일으켜 세울 때의 느낌을 아시는지요
수영장 안에 있다가 물살을 헤치고 밖으로 나올 때의 느낌
바람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할 때 코끝에 와닿는 느낌
비슷합니다
혼자일때 혼자임을 즐기지 못하고
함께 있을 때 함께를 즐기지 못합니다
어리석음의 출발이 거기서부터라는 것
알면서 여전히
출발도 거기
끝도 거기입니다
머리가 맑지 못할 때
손이 그것을 압니다
손이 꼼지락 거리기 시작하면
저는 그 손으로 무엇이든 해야합니다
머리를 달래는 건
마음이 아닌 저의 두 손
가끔은 두 발입니다
세상은 보라색에서
회색 사이의 어디쯤
동일 색조 범위에 있지만
한 발자욱만 더 가도 덜 가도
다른 세상입니다
그 색조의 범위에서 뛰쳐 나오는 일을
꿈꾸기보다는 피하며 삽니다
근황이라하면
이쯤 해서 마쳐야지요
근황이라 해놓고
너무 깊은 얘기를 하면 안되겠지요
고백이나 고해성사가 되면 안되겠지요
듣는 당신 마음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