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늘 비슷한 횟수로 비슷한 커피를 마시며 살지만, 오늘 같은 날씨, 즉 축축한 날씨엔 특히 커피 향과 커피 집과 커피 맛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광화문이면 결혼 전 살던 집에서 한강만 건너면 그리 멀지 않던 만만한 곳이었다. 친구 만나러 가고, 영어 학원 때문에 가고, 대형 서점이 있으니 가고, 미술관이 가까이 있으니 가고. 광화문에 가야할 이유는 만들기 나름이었다. 

그랬던 광화문이었는데. 

어제 다시 가보고 드는 생각은,

1. 참 오랜만이구나
2. 광화문에 이런 곳도 있었네 (코리아나 호텔, 동화면세점 뒷 골목길에 있는 카페였다)
3. 세상이 바뀌어 가는 동안 나는 우물 안에서 개구리로 살고 있는 중이군. 
4. 더 자주, 많이 돌아다녀야지. 광화문에만 나와도 이렇게 생각의 방향이 달라지는데 이 세상에 안 가본 곳이 얼마나 많은가. 구경도 구경이지만 내 머리와 가슴이 굳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돌아다녀야지. 

이렇게 확장, 비약되기에 이르렀다. 

 

 
(사진은 매일경제 신문에 실린 것을 빌려왔음)  


채 인선 작가의 얘기를 들으러 간 발걸음이었는데, 호리호리하고 조근조근한 말씨, 단정한 인상의 그녀로부터 집에서 들고 간 작가의 책 <내 친구 최영대>와 <아름다운 가치 사전>에 사인을 받아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밤 늦게 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집에 오는 길, 비를 뿌리고도 구름을 잔뜩 품고 있는 하늘에 보름달이 둥그렇게 올라있었다. 구름 때문에 얼룩덜룩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하듯이 둥실.
다음 보름달이 뜰 때는 추석이구나. 맏며느리에게 별로 반갑지 않을지도 모른다지 아마.
그래, 아무리 더워도 이렇게 가을도 오고 있고 추석도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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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8-25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태그 동감이야요.
흐린 날이면 특히나 더 커피가 땡기죠. 저도 그래요.^^

hnine 2010-08-25 08:44   좋아요 0 | URL
이번에는 웬지 부침개가 땡긴다고 하고 싶지 않았어요 ^^
부산에도 멋진 카페들이 많던데요?

비로그인 2010-08-25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제가 그나마 자주 가는 광화문에 다녀오셨군요 ??
왠지 재밌는 생각이 나기도 하고 하는 아침입니다.

오늘 아침엔 저도 진한 커피 한잔을 마셔줘야겠습니다. ^^

hnine 2010-08-25 08:45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혹시 저 카페 가보셨어요?
재밌는 생각이란 뭘까 궁금 궁금...^^

엘리자베스 2010-08-25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추석...잊고 있었는데....명절없는 세상에서 살고파요...

hnine 2010-08-25 08:46   좋아요 0 | URL
엘리자베스님도 그러시군요.
명절이 명절로만 연상될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세실 2010-08-25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리나라에도 안가본 곳이 너무 많죠.
이런 날엔 맛있는 커피 마시고 싶네요.
단골 커피숍 가고 싶다...가고 싶다... ㅎ
아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hnine 2010-08-25 13:28   좋아요 0 | URL
세실님의 단골 커피숍은 어떤 곳일까요?
저는 겨우 저희 집 식탁이라고나 할까요...ㅋㅋ

상미 2010-08-2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먼 길 나들이했네.
병규랑 경은이도 재밌게 읽었던 <내 짝꿍 최영대>....
친한 분 블로그에서 저 까페 소개한 글 봤어.
난 가끔 한 녀석은 학교에 한 녀석은 학원 보내고,
남편 퇴근 무렵 막걸리 마시러 광화문에 가지 ^^;;

hnine 2010-08-25 13:30   좋아요 0 | URL
똑같은 거리인데도 먼 길이라 생각하며 나설때가 있고 그런 생각 별로 들지 않고 집을 나설 때가 있고 그렇더라. 내 식의 상대성 원리랄까...ㅋㅋ

꿈꾸는섬 2010-08-2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광화문 안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요. 현준이 두돌 지나고 친정엄마께 맡겨두고 남편이랑 세종문화회관 다녀왔던 이후 없었던 것 같아요.
채인선 작가를 만나셨군요.^^ 좋은 시간 되셨겠어요.^^
저도 가을은 좋지만 추석은 싫어요. 추석 4일전에 시어머니 생신까지...몇날며칠을 시댁에서 살아야할될 상황이에요.ㅜㅜ

hnine 2010-08-25 13:31   좋아요 0 | URL
예, 카페가 목적이 아니라 채인선 작가를 만나러 가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그런데 생각 못했던 여러 가지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결혼한 대한민국 여성 중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휴~

sslmo 2010-08-2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종갓집 맏며느리예요~
전 가을 엄청 좋아하는데,
결혼 전에는 송편도 먹고 보름달 보며 소원도 빌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가을에서 추석연휴 며칠만 살짝 건너 뛰었음 좋겠어요~^^

hnine 2010-08-25 13:3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께 경례라도 붙여야겠습니다, 종갓집 맏며느리!
추석 연휴 며칠 살짝 건너 뛰었음 하는 생각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럴리는 없겠고 차라리 쿵쾅쿵쾅 소리내며 당당히 걸어지나갈까, 배짱도 잠시 부려봅니다만~ ^^

2010-08-26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0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임이네 2010-08-2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걸음 하셨네요 .아 ~~또 추석이 다가오지요님 ..결혼하면 명절은 참 피해 갈 수 없는 날이네요 .

hnine 2010-08-27 17:22   좋아요 0 | URL
추석, 아~ 추석...
저희 집은 추석을 시작으로 해서 아버님 기일, 어머님 기일, 그리고 내년 설 차례, 이렇게 한 싸이클을 이루지요. 그래서 추석이 다가오면 이제 시작! 하는 기분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