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달여 머물던 남동생 가족이 제 집으로 돌아간 후 부모님께서 느끼실 그 빈 자리 허전함을 잠시나마 채울까 하여 친정 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지금도 친정에 가면 방 여기 저기서 튀어 나오는 예전의 흔적.   

내가 법정 스님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 다닐 때 친한 친구가 선물로 건네 준 '무소유' 책을 읽으면서였다. 그러다 몇년 후 나의 남동생은 법정 스님과 직접 친분을 가지기에 이르러 스님으로부터 직접 저서를 건네 받기도 했었다. 그 책들이 지금도 친정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누나, 왜 책 제목이 '물소리 바람소리'인지 알아?"
"왜?"
"스님 계신 암자에 가면 말야, 밤에 자려고 누우면 정말 물소리하고 바람소리 밖에 안들려." 

그때 동생과 나누던 대화를 기억해낸다. 
 

 

 

 

 

 

 

 

 

 

 

 

 

 

 

 

 

 

 

 

 

 

 

 

 

 

 

 

  

 

 

 

 

 

 

 

 

 

 

 

 

 

 

 

 

 

   

 

 

  

 

 

오랜만에 예전에 읽은 그 책들을 다시 꺼내어 들춰 보고, 그대로 다시 그 자리에 꽂아 놓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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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2010-08-02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절대고독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예술가나 뿐만 아니라 인간 누구나 혼자하는 시간이 있어야 자기성찰의 시간도 생기는듯...스님이 그리 그렇게 계속 혼자 계신것도 그런 것이겠죠.길상사에 나오시며 그렇게 산으로 들어가고 싶어하셨다고 들었어요.그곳에서 물소리바람소리들으시며 정신을 곧추 세우셨겠죠.약 20년전인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hnine 2010-08-03 06:48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사람은 그 혼자 하는 시간을 못 견뎌 하지요. 일부러라도 필요한 시간인데 말이어요.
정신을 곧추세운다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고 늘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말씀 듣고 보니 정말 20년 세월이 지났네요. 또 앞으로 20년 후에는 오늘이 어떻게 기억될지...오늘도 정신을 곧추 세우고 살아야겠어요.

비로그인 2010-08-0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진이 참 가지런하니 보기 좋습니다..

hnine 2010-08-03 06:49   좋아요 0 | URL
책꽂이에 꽂아 있던 것을 제가 사진 찍느라고 꺼내서 잠시 뉘여 놓았어요. 동생도 없고 저도 없는 집에, 먼지를 쓰고 책꽂이에 꽂혀 있더라고요.

꿈꾸는섬 2010-08-0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집에 가면 옛물건들 보며 옛생각들이 새록새록 나지요.^^

hnine 2010-08-03 06:51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도 그러세요? 책 뿐 아니라 별것 다 있답니다. 방에 틀어박혀 그런 것들 꺼내보는 재미, 친정 가면 무슨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 들지요. 웃음도 나오다가 뭉클해지기도 하다가, 혼자 놀이치곤 정말 재미있어요.

하늘바람 2010-08-03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는 친정에 가면 제 추억이 남아있지 않아요 이사도 했지만 왜그러셨는지 저와 관련된 물건은 모두 제게 가져오시거나 치우셨지요.
저는 그분들 마음속에만 있어서~

hnine 2010-08-03 08:45   좋아요 0 | URL
저희도 그래야 마땅한데, 자식들이 출가하면서 친정에는 여유 공간이 자꾸 늘어나고, 집은 커지지 않으면서 아이가 커가는 저희 집은 공간이 자꾸 부족해가고, 그러니 제 짐을 아직도 다 가져오지 못하고 있어요.

세실 2010-08-03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님 계신 암자 그리고 물소리, 바람소리라. 생각만해도 참 멋집니다.
가끔은 성당에 안다녔다면 불교를 믿어도 좋았겠단 생각 해요.

hnine 2010-08-03 09:38   좋아요 0 | URL
엄마께서 요즘들어 부쩍 저보고도 그러십니다. 어떤 종교든 좋으니 종교를 가져보라고. 나이 들어가면서 그것만큼 힘이 되는 것이 없다고요. 믿는 마음이 중요한가봐요.

상미 2010-08-0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혁이는 마당발 ㅎㅎㅎ
친정에 나도 아직 이런 저런 책들 많이 있어.

hnine 2010-08-04 23:03   좋아요 0 | URL
나에게 무소유 책을 알게 해주신 분 등장~ ^^

순오기 2010-08-03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 분 이름, 내가 좋아했던 이름인데~ ^^
부모님 마음을 헤아린 님의 마음도 예뻐요.

hnine 2010-08-03 20:00   좋아요 0 | URL
아, 그러세요?
동생 이름은 두 자인데 가족들끼리는 보통 끝의 글자만 부르고 있어요.

프레이야 2010-08-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슴 따뜻해지는 추억이에요.
동생이랑 그런 대화를 다 나누셨다니요. 님은 부자에요.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hnine 2010-08-05 07:12   좋아요 0 | URL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동생과 나눈 대화가 수도 없을텐데 이렇게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이 있어요. 신기하지요.
저 부자예요? 그럼 프레이야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셨으니 저 오늘부터 부자 할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