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달여 머물던 남동생 가족이 제 집으로 돌아간 후 부모님께서 느끼실 그 빈 자리 허전함을 잠시나마 채울까 하여 친정 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지금도 친정에 가면 방 여기 저기서 튀어 나오는 예전의 흔적.
내가 법정 스님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 다닐 때 친한 친구가 선물로 건네 준 '무소유' 책을 읽으면서였다. 그러다 몇년 후 나의 남동생은 법정 스님과 직접 친분을 가지기에 이르러 스님으로부터 직접 저서를 건네 받기도 했었다. 그 책들이 지금도 친정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누나, 왜 책 제목이 '물소리 바람소리'인지 알아?"
"왜?"
"스님 계신 암자에 가면 말야, 밤에 자려고 누우면 정말 물소리하고 바람소리 밖에 안들려."
그때 동생과 나누던 대화를 기억해낸다.

오랜만에 예전에 읽은 그 책들을 다시 꺼내어 들춰 보고, 그대로 다시 그 자리에 꽂아 놓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