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알려진 칸딘스키의 그림 <Yellow-Red-Blue> 이다.
남편이 살고 있던 학교 아파트에 가보니 이 그림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그림이 삼등분되어 세개의 액자 속에 따로 따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림을 사서 표구를 하려니 표구 값이 너무 비싸더란다. 표구값이 액자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림 전체를 하나의 액자로 표구하는데는 비싸지만, 작은 크기의 액자는 여러개를 해도 큰 액자 하나 값보다 훨씬 싸길래 그림을 세개의 액자로 나누어 담게 되었다나.

학교 미술 시간에 하던 것 중에 '구성'이라고 부르던 것이 있었다. 여러 가지 기하학적 도형을 이리 저리 겹치게 그리고, 그렇게 해서 생긴 공간에 비슷한 계열의 색을 칠해나가 나중엔 빈 공간이 하나도 없게 색으로 채워 나가는 것.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그 미술 시간이 떠오른다. 결코 미술을 잘하지도,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학생이었던 나. 아니, 시작할 때에는 그래도 잘 그려보겠다고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하다가는, 오래지 않아 대충 칠하고 끝내버리기 일쑤였지.

노란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모르는 어떤 공간으로 이어지고, 그 공간 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내 옆으로 사슴도 지나가고, 부르던 노래의 음표도 떠다니고, 조각난 꿈들도 형체를 바꿔 이리 저리 떠다닌다.





 

 

 

 

 

 

 

 

이사다닐 때마다 이 그림이 담긴 세 개의 액자를 조심스레 이리 저리 싸서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 아직 한번도 벽에 걸어놓지 못하고 있다. 내집이 아닌 관계로 벽에 못을 함부로 박는게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이다. 지금까지 2년이 멀다하고 이사를 다녔으니, 무릅쓰고 벽에다 그림 액자를 걸게 되지는 않고 있다.

지금도 베란다 어디 구석 쯤에 이사올 때 포장한 그대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을 이 그림이, 우리 집 벽에 당당히 걸릴 그날은 언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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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9-10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등분해서 나눠서 표구를 한다니 기발한 발상이네요. 음~~ 그것도 새로운 느낌이 있을듯합니다. ^^

hnine 2008-09-10 01:05   좋아요 0 | URL
칸딘스키에게 일르지 말아주세요~ ^^

perky 2008-09-10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은 볼때마다 감탄이 나와요. 저희 집엔 미로의 그림이 두점 걸려있는데요. 추상화로 집을 꾸미면 모던해보여서 좋더라구요. ^^

hnine 2008-09-10 07:50   좋아요 0 | URL
미로의 그림이 걸려 있는 거실, 멋질 것 같아요.
사실 저희 집에도 저 그림 외에도 액자가 꽤 많은데 걸려 있는 것이 없지요. 한때는 액자 대신 아이가 그린 그림을 벽에 테입으로 더덕더덕 붙여 놓고는 XX갤러리라고 마음대로 이름 붙여놓곤 했었어요 ㅋㅋ

하늘바람 2008-09-10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님 전 이사다녀도 그냥 다 걸거 거는데. 아직 뭐라 한사람은 없어서 그러고 보니 제가 참 조심성이 없지요

hnine 2008-09-10 07:5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버릴까봐요~ ^^

turnleft 2008-09-10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그림에서 쥐가 보여요!!!

hnine 2008-09-10 07:59   좋아요 0 | URL
그러게 쥐가 되었다가, 사슴이 되었다가, 캥거루가 되었다가...그런다니까요 ㅋㅋ

Alicia 2008-09-1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몽환적인 느낌이 있어요.^^ 전체적으론 차거운 분위기고..
저도 제힘으로 돈벌게 되면 인테리어도 제가직접꾸미고 그림도 직접고르고..그렇게 살고싶은데(여자라면 대부분그렇지 않을까요^^) 언제 그리될지는 모르겠어요.

hnine 2008-09-10 10:40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꿈꾸는 듯한, 둥둥 떠다니는 듯한, 몽롱해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저는 예전 기숙사 생활할때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사온, 소장 그림이 인쇄된 손바닥만한 엽서를 방 여기 저기에 덕지덕지 붙어놓고서 흐뭇해한 적이 있어요. 가끔 큰 포스터를 붙여 놓은 적도 있지만은요. 그러면서 행복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알리샤님 닉네임도 예쁘고 ('좁은 문'이 얼뜻 떠오르는데요?), 고흐의 플라타너스인가요? 이미지 그림도 예쁘네요 ^^

Alicia 2008-09-10 12:42   좋아요 0 | URL

^^아핫, 고맙습니다. 그림 좋아하시나봐요.
저도 이십대초반에는 굉장히 그림공부에 열심이었는데 뭐랄까, 그런 공부가 단순히 미술사에 치우친 형식적인 공부 같아서 요즘은 약간 흥미를 잃었어요. 미술평론이나 이런데도 관심있었는데 소위말하는 '전문가'들은 무엇이 중요한지는 너무 잘알지만 어떤 작품이 감동을 주는지는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물론 미술사지식은 그림의 기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느순간 그것조차도 감동의 강요로 다가와서요. 하기 싫은 단계를 도약해서 뛰어넘어야 하는데 전 전문가는 될 수 없는가봐요. ^^

hnine 2008-09-10 19:16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심심할때 보는 수준인데 한때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하셨다니 제가 알리샤님께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

호랑녀 2008-09-1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칸딘스키가 땅을 치겠어요.
내가 왜 저 생각을 못했을까... 하구요 ^^

hnine 2008-09-10 19:14   좋아요 0 | URL
ㅋㅋ...호랑녀님. 문제의 액자 세개 나란히 걸려있는 사진도 올려보고 싶네요. 액자 틀이 까만 색인데, 그런대로 보기 괜찮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