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알려진 칸딘스키의 그림 <Yellow-Red-Blue> 이다.
남편이 살고 있던 학교 아파트에 가보니 이 그림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그림이 삼등분되어 세개의 액자 속에 따로 따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림을 사서 표구를 하려니 표구 값이 너무 비싸더란다. 표구값이 액자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림 전체를 하나의 액자로 표구하는데는 비싸지만, 작은 크기의 액자는 여러개를 해도 큰 액자 하나 값보다 훨씬 싸길래 그림을 세개의 액자로 나누어 담게 되었다나.
학교 미술 시간에 하던 것 중에 '구성'이라고 부르던 것이 있었다. 여러 가지 기하학적 도형을 이리 저리 겹치게 그리고, 그렇게 해서 생긴 공간에 비슷한 계열의 색을 칠해나가 나중엔 빈 공간이 하나도 없게 색으로 채워 나가는 것.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그 미술 시간이 떠오른다. 결코 미술을 잘하지도,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학생이었던 나. 아니, 시작할 때에는 그래도 잘 그려보겠다고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하다가는, 오래지 않아 대충 칠하고 끝내버리기 일쑤였지.
노란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모르는 어떤 공간으로 이어지고, 그 공간 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내 옆으로 사슴도 지나가고, 부르던 노래의 음표도 떠다니고, 조각난 꿈들도 형체를 바꿔 이리 저리 떠다닌다.

이사다닐 때마다 이 그림이 담긴 세 개의 액자를 조심스레 이리 저리 싸서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 아직 한번도 벽에 걸어놓지 못하고 있다. 내집이 아닌 관계로 벽에 못을 함부로 박는게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이다. 지금까지 2년이 멀다하고 이사를 다녔으니, 무릅쓰고 벽에다 그림 액자를 걸게 되지는 않고 있다.
지금도 베란다 어디 구석 쯤에 이사올 때 포장한 그대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을 이 그림이, 우리 집 벽에 당당히 걸릴 그날은 언제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