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서 키워봐야 철이 든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적어도 내 경우를 생각해보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알고 있었든 혹은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내면의 상처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때문 아닐까 한다. 나도 모르던 나의 모습. 대부분 절망스러운 나의 모습이다. 나의 이런 행동이나 심사의 근원은 무엇일까. 즉 자아성찰로 이어지는 날들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못 키우는 문제와는 별개로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아이는 끊임없이 제공한다.

어디에도 완벽한 부모는 없다. 자신이 자랄 때 제일 부족하게 여겨졌던 부분을 내 자식에게는 되풀이되지 않게 하자는 일념으로 키우다 보면, 미처 신경이 덜 가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고, 그 자식은 또 그것이 부족하다 여기며 자라서 그의 자식에게는 그것부터 신경쓰며 키울 것이다.

넘치는 것이 있으면 부족한 것도 있게 마련. 골고루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키우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

나에게 베풀어졌던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내 자식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다는 그 생각부터 내려놓자. 자식을 위해 선택한 길이라는 것, 알고 보면 다 나 자신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받아들이자.

아이와 부대끼는 시간들은 내게 자꾸 겸손하라고, 그리고 감사하라고 가르친다.

 

 



 

 

 

 

 

 

 

 



 

 

 

 

 

 

 

 

--> 또 글과 전혀 관계없는 사진 2장~ ^^
나는 냄새도 맡기 싫은 양념치킨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
책 보고 어떻게 비슷하게 만들어 주었더니 다행히 맛있게 먹는다.
먹으며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은 요리책.
엄마가 무얼 보고 만들었는지 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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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3-2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게 바로 겸손인 것 같아요.
아들, 무척 똘똘하겠는데요^^

hnine 2008-03-28 05:02   좋아요 0 | URL
아이를 키우며 나도 자란다고, 흔한 말 속에 역시 진리가 있네요.
안경 쓰고 나니 학구파 처럼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더군요 ^^

미설 2008-03-2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똘똘해 보여요,
저도 요즘 알도가 일곱살이 되어서인지 정말 너무너무 절 힘들게 해서 고민이 많답니다. 아이의 마음을 알겠기도 하지만 너무 말을 안들을땐 소리부터 지르고... 늘 그러고는 후회가 되는데도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네요.

hnine 2008-03-28 05:06   좋아요 0 | URL
미설님, 우리 만나면 수다거리 많겠어요. 저도 아이와 얼마나 자주, 많이 부딪혔는지 모른답니다. 그러고는 제 자신에게 실망해서 또 속상해하고...일곱살이면 이제 자기 주장과 논리가 서는 나이라서 더욱 그럴 겁니다.

하늘바람 2008-03-2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엄마네요 얼마나 행복할까요. 옆모습도 멋지네요. 앞모습은 얼마나 또~
귀가 잘생긴걸 보니 한 인물 되겠어요.

hnine 2008-03-28 05:08   좋아요 0 | URL
만들어준 음식을 저렇게 잘 먹을땐 기분이 좋은데 안 그런적도 많아요 흑 흑...

춤추는인생. 2008-03-2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옆모습만 슬쩍보았지만 되게 똘똘하고 귀엽게 생겼을것 같아요. 냉장고앞에 붙여놓은 글귀도 글귀지만. 전 목련꽃을 옆에 붙여놓을줄 아는 아이의사려깊음에 놀라웠어요.
왜 어릴적에는 막연하게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고, 남들처럼 저도 그럴줄 알았는데.
요즘 들어 생각하는 점은, 내가 미쳐 고치지 못한 제단점이라든지, 어떤 장애물 앞에 끝내 굴복하고 말았던 제인생을 제가 낳은 아이도 닮게되는건 아닐까. 그때 말로 형연할수 없는 그감정을 내가 감히 극복해낼수 있을것인가.그리고 그렇게 정작 본인의 의견을 묻지 못한채 세상에 불쑥 내놓는 다는게 무책임하지 않나(우리모두 다 그렇게 태어났지만요^^)라는 생각까지 도달하면 슬그머니 독신으로 살게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치만 뭣보다 중요하고 분명한 사실은, 자녀를 가짐으로써 저라는 사람이 좀더 성숙해질수 있다는 점인것같아요.

나인님께 하나밖에 없는 아드님.다시봐도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





hnine 2008-03-28 23:47   좋아요 0 | URL
춤추는 인생님, 저도 그런 걱정 많이 했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는 날은 엄마의 두번째 생일이기도 하답니다. 다시 태어나는...
아이랑 같이 크는 거죠.
오늘은 아이가 아빠 따라서 어딜 가서 저 혼자 자야 하는데, 보고 싶네요.

세실 2008-03-3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한 부모도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는 듯 합니다. 부모도 당연히 부족함이 있다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어도 좋을듯. 그저 편안하게, 따뜻하게, 같은 눈높이로 키우면 될듯.
치킨도 직접 만들어 주시는군요. 음.. 다린아 고개 살짝 돌려보렴. ㅎㅎ

hnine 2008-03-30 11:26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항상 포인트를 콕 집어주십니다.
맞아요. 완벽한 부모란 없지요. 그러면서 부모들은 왜 자꾸 아이에게 완벽할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순오기 2008-03-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댓글을 처음 남기는 거 아닌가 싶어서...
첫아이를 키울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거 같아요. 그러면서 시행착오도 제일 많이 겪고...둘째 셋째 키워보니 엄마도 많이 성숙해졌단 걸 느꼈어요. 아이들에 대해서도 좀 편안하게 느긋하게 지켜보게 되고요. 그래서 결론은~애는 셋은 키워봐야 한다는 ^^
힘 내세요~ 일곱살도 금방 지나갑니다. 친구가 될 시기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고요!

hnine 2008-03-30 18:0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오기님의 댓글이 지금 얼마나 든든하고 푸근한지...
맞아요. 셋은 키워봐야 저도 철이 들것 같은데, 하나 키우면서 이러쿵 저러쿵 하기도 민망스럽지요.
많이 가르쳐주세요. 저, 언니가 없이 자라서, 언니같은 사람만 보면 마구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데 어쩌죠? ^^

순오기 2008-03-31 10:49   좋아요 0 | URL
저는 셋째라 언니가 둘이죠. 나보다 나이 많으면 자연스레 '언니'라고 부르는...이젠 나도 동네 언니 다 되었어요. 알라딘에서도 아마 내 위의 언니는 별로 없을 듯하군요. 헤헤~ 언니들은 맛난 것도 잘 사주고 잘 데리고 다니는데, 언제 동행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