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 아빠와 딸,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꾼 베이킹 이야기
키티 테이트.앨 테이트 지음, 이리나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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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대신 빵이 할 일 다 했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

탄수화물 제한식이, 저탄고지식 등이 유행하는 마당에 약 대신 빵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밥 아니면 빵을 주식으로 매일 매끼 먹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데 저탄고지니 하면서 빵을 비롯한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을수록 건강에 좋다고 하는건지. 이것에 대해 설파하는 것은 지금 할 일은 아니고 아무튼 이 책에서는 그와 반대로 열 다섯살 키티와 그의 가족이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고질적인 건강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이 책의 공동저자이며 오렌지베이커리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키티는 겨우 열다섯살 소녀이다. 영국의 옥스포드 지방 와틀링턴이라는 작은 마을, 평범한 가정의 막내딸 키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열두살 무렵부터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일상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아무것에도 단 몇 분도 집중을 못하고 바깥 출입도 못했다. 부모가 번갈아가며 옆에 있어주어야 하니 당사자인 키티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무너지는 느낌 속에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원인을 찾아보고 회복하려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센터에도 가보지만 진전이 없던 와중에 어느 날 키티가 의외의 것에 관심을 보이게 된다.


어느 날 아빠가 빵을 만들었다. 아빠가 반죽을 만들려고 밀가루와 물과 소금을 볼에 넣고 섞는 동안 나는 멍청하게 주방 의자에 앉아 있었다. 끈적끈적하고 활기 없고 질벅질벅한 반죽이 꼭 내 머릿속 같았다.

다음 날 내가 겨우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는 볼이 식탁에 놓여 있었다. 전날 밤처럼 흐느적거리는지 보려고 티타월을 들어 올리자, 반죽은 이제 달표면 같았다. 반죽에는 부드럽게 기포가 일었고 기포 하나가 터지면 다른 기포가 일었다. 반죽은 살아있었다. (21쪽)


빵 반죽 속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숨어있었을 줄이야.

이제 키티는 아빠와 함께 빵을 굽기 시작했고 베이킹을 하며 서서히 삶을 되찾아간다. 빵에 대해 배우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배워오기도 자기가 만든 빵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한다. '기쁨의 베개', '핀란드식 엉덩이', '헤이즐넛과 다크초콜릿 베어 클로' 등. 그뿐 아니라 키티가 베이킹을 하는데 사용하는 오븐, 냉장고, 스타터 등도 모두 이름을 갖고 있다. 키티는 점점 더 베이킹에 빠져들었고 키티를 도와주느라 아빠는 그의 직장 보다 우선순위를 두어야했다. 

점점 더 많은 빵을 구워 팝업매장을 열고 사람들은 이들의 빵을 좋아해주었다. 가족들이 모두 나서 도와주어 본격적인 가게를 내게 되었고 열정을 쏟아붓는다. 

가게 벽에 오렌지 나무를 그리고 오렌지 열매마다 후원해준 사람들의 이름을 써서 붙이는가 하면 빵의 재료를 그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를 사용하였다. SNS를 통해 알게된 베이커의 초대를 받아 코펜하겐까지 다녀오기도 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던 키티에게 일어난 일이다. 


이 책의 원제는 Breadsong. 빵이 내는 소리를 뜻한다. 오븐에서 빵을 꺼내면 뜨거운 오븐 속의 온도에서 막 나온 빵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 탁탁 갈라지는 소리를 내는데 이것이 마치 노랫소리 같다고 브레드송이라고 부른 것이다.








하드 커버에 책이 아주 얇지는 않다. 뒷부분 반은 빵 레시피가 실려있기 때문이다.











제일 처음 나온 빵은 '미라클 오버나이트 빵'. 물론 베이커인 키티가 붙인 이름이다. 우리가 흔히 무반죽빵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재료를 보면 정말 간단하다.









"우리는 세가지 재료로 빵을 만듭니다.

밀가루, 물, 소금.

아, 그리고 하나 더. 시간."


열다섯 살 키티의 심리 치료에 빵은 약 대신 할 일을 다 했다. 키티의 부모는 키티의 마음이 치유된 것에 만족하여 억지로 다시 딸을 학교 교육 제도에 돌려보내기를 그만 두고,  대신 필요한 교육 내용을 개인적으로 집에서 배울 기회를 주기로 한다.


딸과 아빠가 어떻게 오렌지 베이커리를 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키티의 심리 치유 과정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고 다양한 빵의 레시피 북이기도 하다. 책 속의 그림은 아빠가 그렸고 레시피는 키티가 작성했으며 글은 부녀가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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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8-03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어도 막 뭔지 모르게 위로가 되네요~~^^

hnine 2023-08-03 12:18   좋아요 2 | URL
저는 ‘빵‘이라는 글자 보고 골랐는지 제목에 있는 ‘위로‘라는 단어는 나중에야 봤어요.
빵 냄새, 밥 냄새. 먹기도 전에 마음이 푸근해지고 행복해지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왜그럴까요.
이 책에선 빵을 만드는 과정도 나오지만 빵집을 오픈하기까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과정도 함께 나오는데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만큼 고비를 많이 넘더군요.
훈훈한 책이랍니다.

잘잘라 2023-08-0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eadsong, 미라클오버나이트빵, 오~ 앤 원 모얼, TIME!
hnine님 사진 리뷰 감사합니다.

hnine 2023-08-03 12:23   좋아요 1 | URL
빵 굽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빵을 굽는데 아무리 단축해도 한계가 있는 단계가 발효 단계이지요. 1차 발효, 중간 발효, 2차 발효 등등. 빵을 만들어볼까 하다가 결국 귀차니즘에 지고 마는 이유가 바로 시간때문인것 같아요.
매끈하고 아름다운 빵보다 투박해보이는 그러나 정성이 들어간 빵들 레시피가 많이 들어있어요. 사진 올린 저 돌덩이 같이 생긱 빵을 키티도 처음 만든 빵이라고 하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기도 합니다.

stella.K 2023-08-03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그렇게 간단한가요? 말에 의하면 통밀이 좋다고 하던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빵이 하기는 무척 힘들다고 하던데 책은 궁금하긴하네요.^^

hnine 2023-08-03 12:25   좋아요 3 | URL
발효 빵 만들때 발효 시키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원래 필요한 재료는 많지 않아요.
통밀을 사용하면 일반 밀가루 쓸때보타 발효가 좀 안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락방 2023-08-03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럴 수 있다고 저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저도 반죽하면서 기분이 나아진 경험이 있어요. 반죽 치대면서 어느 순간 빈죽 향이 달라질 때, 아 이걸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저도 읽어볼래요!

hnine 2023-08-03 23:27   좋아요 1 | URL
빵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다 이해할거예요. 반죽하면서의 느낌, 발효 과정에서의 변화, 구워지는 동안의 변화, 미각 이전에 촉감과 후각으로 전해지는 만족감.
다락방님 이 책 읽으시면 분명히 여기 나와 있는 레시피중 최소한 몇개는 만들어보실 것 같은데요.
‘다락방 베이커리‘, 이름 괜찮지 않나요?

책읽는나무 2023-08-0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기억 님 페이퍼에서 보았을 때도 눈에 띄던데 예쁜 책이로군요.^^
브레드쏭.....음식할 때 나는 어떤 소리들은 정말 음악소리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던데 브레드쏭도 있었군요.
듣고 싶다. 브레드쏭^^
오븐 숫자판이 고장 나서 빵은 잘 안 만들다 보니 들을 수가 없군요.ㅜㅜ

hnine 2023-08-03 23:33   좋아요 1 | URL
오븐이 고장났으면 전기 밥통을 이용한 레시피라도....^^
저는 빵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먹는 건 더 좋아하고 그런데, 만들어서 함께 먹어줄 사람이 없어서 안만들어요. 저희 집에선 저 밖에 빵 소비할 사람이 없어서요.
빵이 금방 만들어지는 음식이었다면 저 책의 저자가 심리 치유되는데 도움이 안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시겠지만 빵을 만들다보면 빵이 살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게 숨도 쉬고 형태도 바뀌고 색깔도 달라지고 심지어 소리도 내니까요.
예쁜 책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