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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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올리버 트위스트가 1,2 권으로 나뉠만한 분량의 책인줄 몰랐다. 

19세기 영국의 대표 작가중 한 사람 찰스 디킨스의 대표 소설중 하나인 올리버 트위스트는 주인공 소년의 이름에서 온 제목으로, 첫 장면은 구빈원에서 다 죽어가는 여자가 아기를 출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자는 출산이 임박한 몸으로 런던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급한대로 구빈원으로 옮겨져 힘들게 출산하고 곧 숨을 거둔다. 아기 올리버 트위스트의 인생은 이렇게 구빈원의 어둡고 누추한 방에서 부모의 따뜻한 손길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시작되고 거기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다 못해 배급받은 죽을 조금만 더 달라고 요청한 것이 발단이 되어 이전보다 더 열악한 대우를 받게 되고 결국 구빈원장은 장의사에게 올리버를 팔아넘겨버린다. 장의사의 구박과 모욕은 훨씬 더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장의사 일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올리버는 마침내 장의사 집에서 뛰쳐나와 런던으로 도망치게 되는데 그것이 올리버로 하여금 범죄 집단의 소굴로 들어가게 되는 출발점이었다. 장물아비 유태인 페이긴, 도둑놈 싸익스, 소매치기 쪼무래기 소년들, 창녀 낸시등과 관여하면서 올리버는 물건을 훔쳐오는 일을 강요받는다. 이들이 찜해놓은 어떤 집에 직접 숨어들어가 강도 짓을 해오도록 종용받던 올리버는 그 집 하인이 쏜 총에 총상을 입고 죽을 고비에 이르렀으나 전화위복으로 자비로운 메일리 부인과 로즈 아가씨의 보살핌을 받게 되어 구사일생 살아나고, 양심의 가책을 따른 창녀 낸시의 도움과 다른 선량한 신사와 보호자들의 도움으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만나본적 없는 아버지의 유산까지 찾게 되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의 매력이라면, 

1. 소설이 이야기를 강조한 문학 장르라고 볼때 소설로서의 매력은 더할 나위 없다. 두권 합쳐 팔백여 페이지의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어내려갈수 있다. 

2. 주제가 확실하다. 우리 나라 고전에 권선징악이라는 공통주제가 있어 읽는 동안 안정된 흐름을 탈 수 있는 것 처럼 이 소설은 악의 위협과 꼬임이 도처에 널려 있어서 약자로 하여금 너무나 쉽게 발을 들여놓게 하고 우여곡절을 겪게 하지만 결국 선의 위력은 그보다 더 결정적이고 힘이 있다는 결론으로 이끈다. 

내용의 주제의 명료성에 더해서 당시 영국 사회를 재조정해가던 구민법등 공리주의에 입각한 개정이 실제 사회에 어떤 모순을 낳았는가 하는 작가의 사회의식도 확실하다.

3. 앞의 두가지 매력은 자칫 식상하고 뻔한 전개에 독자의 호기심을 떨어뜨릴 수도 있었는데 작가는 적절한 수준의 복잡성을 플롯에 더하였고 결말 부분 올리버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은 추리소설 느낌까지 들게 하여 그런 위험을 피해가고 있다. 또한 악의 세계와 실상을 관념적이 아니라 사실적,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본듯이 그리고 있어 독자들은 좀처럼 식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갈 수 있다. 

4. 찰스 디킨스 특유의 풍자와 해학, 비꼬는 식의 문장 표현이 독자의 관심을 끄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물이 배 속에서 쓰디쓴 독으로 바뀌고 피는 얼음처럼 차갑고 심장은 쇳덩어리인 어떤 살찐 철학자님께서 개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이 산해진미 요리를 올리버 트위스트가 허겁지겁 집어삼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굶주림의 화신처럼 사납게 달려들어 음식쪼가리를 정신없이 뜯어먹는 올리버의 이 끔찍한 식욕을 그 철학자님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보다 더 보고 싶은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철학자님이 이와 똑같은 종류위 식사를 올리버와 똑같이 맛있게 먹어 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70쪽)


원외 구제의 대원칙은 바로 극빈자들에게 그들이 원치 않는 것만 정확히 골라서 주는 것이라오. 그러면 그들은 진저리가 나서 찾아오지 않는다오. (327쪽)


- 이 소설의 아쉬운 점이라면,

소설로서의 매력만큼 문학성이 돋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찰스 디킨스가 스물 다섯살, 막 전업작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초기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야기의 전개에 어쩔 수 없이 우연이 많이 개입하고 특히 결말 부분에 가서 우연에 의해 해결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찰스 디킨스는 그의 작품 만큼이나 그의 생애와 작품관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많은 작가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악과 빈곤의 세계를 그토록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열 세살때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가족과 떨어져 구두약 공장에 나가 일을 해야했을 정도로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쳐온 사람이고 부모와이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나중에 젊은 여배우와의 구설수, 아내와 불화, 별거 등은 작가 개인사적 얘기라고 해두어도 말이다.

살아생전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으나 거부한 그는 59세 나이에 뇌출혈로 사망하였고 웨스터민스터 대성당에 안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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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4-06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품 읽을 예정인데요, 한 권짜리로 골랐습니다.
디킨스는 이제 그만 읽겠다, 작정을 했습니다만, 참 그게 안 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hnine 2021-04-06 21:44   좋아요 1 | URL
올리버 트위스트로 검색하니까 어린이용까지 50권이 넘는 책이 나오네요.
저는 이제 디킨스 시작이라서 집에 있는 크리스마스 캐럴까지 내친김에 읽을까 하다가 결국 다른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머지 않아 읽게 되겠지요.
어릴 때 고생, 가난, 애정 결핍등이 찰스 디킨스의 경우엔 문학적 결과로 남겨졌으니 다행이지만 올리버 트위스트의 내용에 본인이 어려서 경험한 가난과 악의 세계가 적지 않게 반영되었다고 하니 개인사로 볼때 결과만 보고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찰스 디킨스의 다른 책을 읽어본게 없고 이 책이 처음이지만 Falstaff님은 디킨스의 다른 책을 이미 읽으셨고 이 책을 읽으신다면 올리버 트위스트가 아마 이미 읽으신 작품들에 못미친다고 보실지도 모르겠어요.

stella.K 2021-04-06 1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는 책으로 읽지 않고 영화로 봤는데
생각 보다 별로다 싶더군요. 특히 알고 봤더니 올리버가 귀족의 아들이었다는 게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건 아마도 그동안 복잡한 플롯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와서
그렇겠단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디킨스의 시절엔 워낙에 살기 팍팍했을테니 이런 이야기로
대리만족 내지는 위로를 받았을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왜 우리 자랄 때도 괜히 나도 어쩌면 어디서 주워 오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하잖아요.
나만 그런가?ㅋㅋㅋ

hnine 2021-04-06 21:5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이거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저는 못봤지만 TV에서도 여러번 방영해준 것 같아요.
빈민구제법이라는게 있을 정도로 가난이 심각하던 시기였고 공리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구제법이 등장한 후라서 찰스 디킨스는 가난이 뭔지 쥐뿔도 모르는 철학자들의 공리주의가 과연 얼마나 가난을 구제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가를 풍자와 해학 정도가 아니라 더 신랄한 표현으로 맘껏 비꼬아주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독자들은 후련하기도 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stella님 지적하셨듯이 우연이 너무 많이 작용한다는 것과 선과 악, 귀족과 빈민의 대립 구조로 끌고 가기 위한 약간 억지스러움은 옥의 티였다고 생각이 드네요.

페크pek0501 2021-04-11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1,2를 읽었죠. 인물마다 캐릭터가 개성 있고 반전이 있어요.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소설인데
이게 이 작가의 강점 같아요. 올리버 트위스트는 읽지 못했지만 작가의 소설 작법을 알 것 같아요.
충실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21-04-11 16:03   좋아요 1 | URL
전 오래전에 <위대한 유산>을 영화로 봤거든요. 그런데 글쎄 내용이 생각이 하나도 안나네요. 기네스 팰트로가 나왔다는 것 외에는요 ㅠㅠ
위에 Falstaff님도 말씀하셨듯이 디킨스의 작품은 한권 읽고 말기에는 아쉬운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세익스피어 이후로 영국이 자랑하는 작가이기도 하고요. 올리버 트위스트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소설인 것은 확실합니다.
적어도 <위대한 유산>,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읽을 생각이어요.

초딩 2021-05-15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것도 읽고 싶은 책!

hnine 2021-05-15 22:40   좋아요 0 | URL
페이지가 쑥쑥 넘어간다는 것은 보장합니다.
재미있어요.

그레이스 2021-05-1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도시이야기>
프랑스혁명과 그것을 바라보는 두개의 시각.
그리고 모비딕과 함께 유명한 첫문장으로 손꼽히는
˝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었다....˝로 시작하는 암시.
좋았어요~♡

hnine 2023-09-07 16:25   좋아요 1 | URL
저는 두도시 이야기 아직 안읽었어요.
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었다는 첫문장이 어딘지 찰스 디킨스 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Call me Ishmael. 모비딕 첫문장이지요 ^^ 짧은데 강한 인상을 팍 던져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