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참 많이 온 8월이었습니다 ('이것 봐. 8월이었다고, 이렇게 과거형으로 쓰는 날이 오잖아?')
비가 아주 많이, 쏟아붓듯이 오기 전
그나마 갑천변을 걸을 수 있었던 날입니다.
물방울이 잎 위에 저런 모양으로 맺혀 있네요.
'사진 제목을 <표면장력>이라고 해야하나?'
바람은 눈에 안보이지만
바람이 해놓은 일은 보입니다.
풀들이 단체로 누워버렸어요.
아직 어린 <수크령>이네요.
비바람이 만들어놓은 풀들의 웨이브.
일부러 만들어 놓은 계단이 아니라
떨어져있던 소나무잎이 저렇게 계단 모양으로 뭉쳐있었습니다.
바람이 어떻게 불면 저런 모양의 나뭇잎 퇴적이 생기는지 신기했어요.
새벽에 제 방 망창에 저런 곤충이 붙어 있었습니다. 빨간 날개.
처음 본 저는 신기해서 사진 찍어 보여주었더니 남편 말이 중국매미라면서 해충이라네요.
검색해보니 <주홍날개꽃매미> 같은데 이름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코로나에 장마까지, 집에서 칩거하는 것에 너무 너무 지친 날.
혼자 집 앞 카페에 간 날도 있었습니다.
2층 창가에 앉아 1시간 쯤 있다 왔습니다.
마스크는 계속 하고, 커피는 그냥 폼이었어요.
어느 날 오후, 장 봐가지고 오다가 하늘을 보니 저런 그림이었습니다.
(사진 보정 하지 않음)
강풍과 함께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창문을 닫아 놓아 높아진 실내 습도.
빨래는 안 마르고 몸은 끈적하고
5분 간격으로 짜증이 나는 것 같은 날이었습니다.
그날 밤, 잠시 비바람의 강도가 수그러든 틈을 타서 우산들고 튀어나가 집 주위를 한바퀴 돌고 들어왔어요.
몸을 씻고,
읽던 책 들고,
방바닥에 벌렁 누웠습니다.
'이제 이렇게 잠들면 돼.'
비는 다시 세차게 내리고 있는데,
비 소리가 아까와 다르게 상큼하게 들리는겁니다.
'같은 빗소리인데,
내가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짜증나게 들리기도 하고
상쾌하게 들리기도 하는구나.'
우리의 느낌이라는 것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주장할 만한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 코로나 사태도,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