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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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여성 해방의 역사를 제시하며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가장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 을 읽기 시작한다.

 

'1880년 혼혈이자 사생아로 태어나 어린 시절에 받은 충격으로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은 모두 잃어버린 아우로라 델 바예. 부와 권력을 주무르는 여왕 같은 할머니 파울리나의 손에 자라난 아우로라는 반복되는 악몽을 치유하고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사진을 배우게 된다.' - 책소개 중에서

 

소설의 내용과 어울리도록 컨셉 맞춰서 여러 카메라들과 함께 찰칵. ( 갈색 테이블이냐 말로 세피아빛에 가깝지 않냐며 우겨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 세피아는 어두운 갈색으로. 전통적으로 오징어의 먹물에서 이 색깔을 추출하였으며, 세피아라는 이름 역시 오징어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σηπα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했던 아우로라의 삶을 보여 주며 『영혼의 집』의 클라라, 『운명의 딸』의 엘리사와 함께 4대에 걸친, 여자들의 역사를 연결하며 삼부작을 완결짓는 작품이다.


 『영혼의 집』 과 『운명의 딸』 을 읽은 기억이 오래되어 결국 다시 꺼내어 함께 읽는 중이라는... 삼부작을 다 읽고 나면 메릴 스트립이 나왔던 영화 『영혼의 집』 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영부인에게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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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너 이름이 뭐니?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56
이주영 지음, 이상현 그림 / 현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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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개인 후, 저녁 공기가 제법 시원하다. 달궈진 대지가 조금이나마 식어서일까.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그나저나 여름에 부는 바람은 뭐라고 부르더라? 그림책 한 권을 펼쳐 여름을 확인한다. 




바람아, 너 이름이 뭐니?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 56

이주영 글, 이상현 그림

현북스



'여름이면 쑤욱쑤욱 목숨 살리고 싱글벙글 몸을 키우는 시원한 비바람 불고요'. 쑤욱쑤욱, 싱글벙글. 읽다보면 절로 흥겨워지는 의태어들이 차분한 일러스트와 함께 존재감을 뽐낸다.




여름의 바람은 어떤 이름이었는지 궁금해서 그림책을 펼쳤다는 것을 떠올리고 찾아본다. 동쪽에서 여름철에 불어오는 후덥지근한 바람은 샛바람이었구나. 




바람은 부는 방향에 따라, 지나갈 때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 따라 이름이 다르다. 다양한 바람의 이름을 넌지시 알려주는 이 그림책은 어찌보면 지식정보 그림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건만, 시어처럼 씌어진 문장들과 서정적인 일러스트는 바람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그림책처럼 다가오게 한다. 




순우리말로 쓰인 바람의 이름들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바람의 이름이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을 '이름씨(명사) 그림책' 이라고 부르는 글 작가는 "어린이들은 생활 영역이 넓어지고, 언어 단계가 발달하면서 더 많은 이름을 자세히 알게 됩니다. 거꾸로 이름을 많이 알고 계통에 맞게 기억하는 연습을 하면 언어 발달과 인지 능력 확장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면서 "어린이들의 언어 경험 확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본보기로 만든 것" 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힌다. 물론 이렇게 언어교육적인 측면으로 아이들의 경험을 확장시켜주어야 할 때가 분명 있지만, '언어교육' 에 더하여 삶에서의 '경험' 적인 측면으로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 바람을 느껴보며 부모가 먼저 '오늘은 샛바람이 후덥지근하네~' 라고 말을 꺼내보면 어떻겠는가.



바람은 누구한테나 숨결을 나눠 주고

바람은 어디서나 꿈결을 채워 주고

바람은 언제든지 새로운 결을 만들어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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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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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아옌데의 운명의 딸과 영혼의 집을 오래 전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속 작품이다. 특유의 장대하고 아름다운 여성 서사가 삼부작의 마지막에 어떻게 맺어질 지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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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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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뮤지컬을 감상하러 다니던 때를 떠올려본다. 덕분에 많은 뮤지컬 넘버들을 알게 되었고 좋아하는 곡들도 많아졌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여러 넘버들도 그 중의 하나다. <The Phantom Of The Opera> 라던가 <Think Of Me> 등을 즐겨 듣는다. 다만 <오페라의 유령>은 공포물이 아님에도 이 음악의 도입부가 여러 공포물에 차용되어서인지, 아이는 첫 소절만 들어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덕분에 여름이 되자 시원함을 느끼겠다며 공포게임을 하고 있는 녀석을 보면 도입부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종종 떠올리게 된다. 아직도 놀라려나. 




오페라의 유령

Le Fantome De L'opera

가스통 르루

소담출판사



크리스틴이야 워낙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가 유명하고, 팬텀은 개인적으로 뮤지컬 배우 라민 카림루가 연기하는 팬텀 목소리를 좋아한다. 라민 카림루의 목소리를 같이 들으며 뮤지컬의 원작 소설을 읽는다. 



국내초연(2001년) 뮤지컬 프로그램과 함께 찍어본 소설 「오페라의 유령」



파리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해골 같은 얼굴에 장의사처럼 까만 옷을 입은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존재에서 비롯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진다. 소설의 초반은 추리소설처럼 전개되며 독자의 흥미를 끈다. 흉측한 외모, 괴팍한 성격의 팬텀(유령)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 주요 테마이기도 하다. 이런 모티브는 <미녀와 야수> 라던가 <파리의 노트르담> 등 옛 이야기나 다른 소설에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설정이다. 그럼에도 '사랑' 이란 이름의 감정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크리스틴을 사이에 두고 팬텀인 에릭과 라울 드 샤니 자작의 벌이는 대결 구도는 로맨스 소설로 느껴지게도 한다. 


맞아요. 크리스틴. 나는 천사가 아닙니다. 

정령도 아니고 유령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에릭입니다. 


- p266




이럴 수가. 뮤지컬도 보고 영화도 봤건만 그저 내게 팬텀은 '팬텀' 이거나 '목소리' 였다. 팬텀의 이름이 에릭이었다는 것을 원작 소설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음악에는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리 이외에도 외부 세상을 완전히 잊게 하는 효능이 있어요.'(p270) 라던 크리스틴은 오페라 극장에서 어떤 목소리와 대화를 한다. 그 어떤 목소리는 '한 숨결로 두 극단을 동시에 결합시키는 목소리처럼 더할 나위 없이 넉넉하고 웅장하면서 달콤하며, 의기양양하면서도 은밀하며, 섬세하면서도 힘이 넘치며, 매혹적이면서도 당당한 노래'(p209)를 부르는 존재다. 음악을 사랑하고 느끼며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노래를 듣기만 해도 자신의 음색을 한층 드높일 수 있을 정도인 목소리다. 크리스틴은 그 목소리에게 음악을 배웠던 것. 그러나 여러 사건이 진행된 후 그가 크리스틴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크리스틴은 이렇게 대답한다. 


공포예요! <중략>


저는 그를 몹시 두려워하면서도 싫어하지 못해요. 라울, 제가 어떻게 그를 미워할 수 있겠어요? 지하 호숫가에 있는 그의 거처에서 제 앞에 무릎을 꿇은 에릭을 상상해 보세요. 에릭은 자책하고 자신을 저주하며 제게 용서를 빌었어요. 그는 자신의 속임수를 자백했어요. 그는 저를 사랑해요! 저에게 비극적이면서도 엄청난 사랑을 바쳤어요! 사랑 때문에 저를 납치한 거예요! 사랑 때문에 저를 지하에 가두고 함께 있지만, 어디까지나 저를 존중하고, 제 앞에서 벌벌 기고 신음하며 울먹여요. 제가 벌떡 일어나 당장 빼앗은 자유를 돌려주지 않으면 그를 경멸할 수밖에 없다고 했더니, 놀랍게도 선뜻 저를 풀어줬어요. 




크리스틴은 '음악천사' 로 다가온 남자가 흉칙한 외모와 비틀린 마음을 가진 '인간' 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뮤지컬로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는 에릭의 사랑이 지고지순해보이고 안타까워보였다. 크리스틴이 그의 가면을 벗기고 얼굴을 확인한 후 공포에 질리는 것을 보며 '외모가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원론적인 생각조차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미 사랑하던 사람이 있던 크리스틴에게 에릭의 집착적인 사랑은 분명 부담스럽다. 게다가 비틀린 마음의 에릭은 크리스틴을 납치, 감금하지 않는가. 원작소설에서는 이 부분이 좀 더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아무리 '사랑'으로 미화를 해봐도 잘못된 방식이다. 


그때서야 저는 가면을 벗긴 행동이 초래한 끔찍한 결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어요. 괴물이 내뱉은 말만 생각해도 충분히 알 수 있어요. 저는 제 발로 영원한 포로가 된 셈이에요. 저의 모든 불행은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어요. 그는 사전에 충분히 경고했는데...... 제가 가면에 손만 대지 않는다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몇 번이고 제게 말했는데, 결국 거기에 손을 대고 말았어요! 저는 제 경솔한 행동을 저주했죠. 


- p284



문득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의 동화 <푸른 수염>이 떠오른다. 차가운 푸른색의 눈동자와 푸른색의 수염을 가진 푸른 수염은 결혼한 아내에게 모든 방의 열쇠를 주며 한 방만은 열지 말라고 한다. 호기심에 그 방을 열어본 아내는 그동안의 다른 부인들의 시체를 발견한다. 자신이 열지 말라는 방의 문을 연 부인들은 모두 살해되었던 것. 이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도 언급된다. 크리스틴이 라울이 잡혀있는 방의 열쇠를 찾기 위해 에릭의 가방을 빼앗았을 때 그는 "난 호기심 많은 여자는 좋아하지 않아! 당신은 '푸른 수염' 이야기를 알고 있지? 조심해야 할 거야."(p466) 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나도 사랑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양처럼 온순해질 거고,

당신이 바라는 대로 할 거야.


- p452




에릭의 이 외침은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흉측한 외모로 태어나 부모, 가족,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에릭은 인간에 대한 어떤 의무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그에게 선과 악의 개념에 대해 알려줄 이들이 없었기에 어떤 범행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증오심으로 타올랐던 것. 그런 그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꿈꾸며 사랑을 갈구하지만, 끔찍한 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현실은 가혹하다. 



이야기의 결말은 원작 소설로 읽으니 훨씬 더 좋았다. 뮤지컬과 영화보다 좀 더 섬세하게 서술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매력적이다. 무대에 등장하지 않은 원작 소설의 여러 이야기들 또한 작품에 대한 풍부한 감상을 이끌어낸다. 뮤지컬도 좋았지만 원작소설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23년에 다시 뮤지컬로 공연 예정이라는 소식에 더욱 즐거워진다. 이번에는 더욱 더 감정선에 집중하며 즐겁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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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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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평범한 집고양이었던 주인공이 '인류를 구하고 인간 세상 최고의 도시, 나아가 전 인류를 대표하는 부족들이 모인 총회의 의장이 될 뻔했던 순간'을 기록한 『행성』 세트, 그리고 더 나아가 『고양이 시리즈』 는 시리즈의 마지막에서 이 시리즈의 정체를 드러낸다. 에필로그에 따르면 주인공 바스테트가 집사를 통해 회고록 형식의 글로 남긴 것일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바스테트가 화자가 되어 1인칭으로 서술된다.

첫 번째 책은 평범한 암고양이 시절의 나, 역사와 과학에 눈을 뜨게 해준 피타고라스와의 만남 그리고 내가 시뉴섬에 세운 최초의 인간-고양이 연대 공동체에 대한 얘기야.

두 번째 책에는 보다 큰 공동체를 다시 시테섬에 만들게 된 사연, 내가 제3의 눈을 이식받게 된 과정 그리고 그걸 통해 인간의 지식에 접근하고 인간들과 소통에 이르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세 번째 책은 대서양을 건너와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 과정과 티무르의 쥐 군단을 무찌르기까지의 우여곡절에 대한 이야기야.

- 행성2권, 에필로그 p300

바스테트의 이야기를 부연해보면 첫 번째 책은 『고양이』, 두 번째 책은 『문명』, 세 번째 책은 이번에 읽은 『행성』 이 된다. 세 시리즈를 차례로 읽어온 나는 바스테트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동물?) 들의 저마다의 이야기들과 성격의 변화를 흥미롭게 관찰했었다. 마지막까지 궁금해지는 건 역시 쥐들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하느냐, 그렇다면 어떻게 구하게 되는 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의 특징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의 발췌 페이지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어떻게 연결되어 등장하는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또한 감상의 포인트가 된다.

바스테트의 회고록으로 생각해보면, 이 세계의 여왕이 되고자 했던 바스테트의 성장담 또한 눈여겨보게 되는 지점이다. 바스테트는 '내가 꿈꿔 온 방식으로 세상을 통치할 거야.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마침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거야.'(p302) 라고 염원한다. 그녀가 꿈꾸는 건 고양이의 행복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지구의 모든 종이 소통하는 세상, 그리고 어떤 종으로 태어났든지 중요한 존재임을 서로 인정하는 세상이다. 독자와 함께 팬데믹을 통과하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더욱 바라게 된 세상일 것이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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